코어밸류는 왜 내재화되어야 하는가

2025.12.30

by BubbleShare HR

집집마다 가훈이 있듯, 회사마다 코어밸류가 있다.

코어밸류는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 벽에 붙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회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언어다.

그래서 이 핵심가치가 개인의 가치관과 맞지 않을 경우, 업무의 난이도나 업무량과는 무관하게 회사 생활은 높은 확률로 어려워진다.


HR 업무를 하다 보면 이 사실을 반복해서 마주하게 된다. 능력도 충분하고 성과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 회사는 나랑 안 맞는 것 같다”라는 말과 함께 퇴사를 선택하는 경우들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문화에 대한 감각에서 어긋나 있었다.

결국 문화는 사람이 버티는 힘이고, 코어밸류는 그 문화의 가장 응축된 형태다.

직무 면접과 별도로 문화 적합성 면접이 존재하는 이유 역시 서로의 시간을 아끼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버블쉐어의 핵심가치는 고객에 대한 집착, 장인정신, 즉각적인 실행이다. 표면적으로는 세 가지로 나뉘어 있지만 실제로 일하다 보면 이 가치들은 하나의 흐름처럼 작동한다. 고객에 집착하기 위해서는 결과물에 대한 책임감이 필요하고, 그 책임감은 장인정신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아무리 완성도를 고민해도 실행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나는 팀원들이 말하는 ‘외부 고객’을 직접 마주할 기회는 많지 않지만, 내 고객은 내부 구성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채용, 제도, 운영, 재무와 총무 업무는 모두 구성원들의 일하는 경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팀원들이 불필요한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시스템이 사람을 통제하기보다 돕도록 설계하는 것 역시 고객에 집착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나의 커리어 선택은 항상 그 시점에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맞닿아 있었다. 첫 입사 당시의 나는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내겠다는 자세로 일했다. 그 회사 역시 그런 사람을 필요로 했고, 나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 집중했다. 5년간 몸담았던 회사에서 이직을 결심했을 때는 생각의 방향이 달라져 있었다. 모든 것이 이미 시스템화된 환경에서 일하며 비효율적이거나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쌓였다. 그때의 나는 ‘내가 설계하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마침 이직했던 회사도 주도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개선할 사람을 찾고 있었고, 약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꽤 좋은 파트너로 함께했다.

다만 기존의 기반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만 자율성이 허용되었고, 그 경험이 값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는 처음부터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남아 있었다. 이미 정해진 틀 위에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구조가 필요한지부터 고민하고 설계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 버블쉐어 역시, 이미 완성된 시스템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초기의 불완전함을 함께 감당하며 기준을 만들어갈 사람을 찾고 있었다.


코어밸류를 선언으로만 남기지 않고 실제 의사결정과 실행의 기준으로 사용하려는 조직. 고객에 집착하고, 완성도를 고민하며, 생각이 서면 바로 움직이려는 문화는 내가 지금까지 중요하게 여겨왔던 가치들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었다. 코어밸류를 내재화한다는 것은 문장을 외우거나 반복해서 말하는 일이 아니다. 각자의 역할과 위치에서 같은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일이 쌓여가는 과정에 가깝다. HR로서 나는 그 선택들이 우연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기준이 되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매번 판단의 순간마다 이 결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완성도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고민했는지, 지금 당장 실행하지 못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와 같은 기준에서 코어밸류는 사람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라기보다, 함께 일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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