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막상 일해보면 아주 선명해지는 게 있다.
이 조직은 사람을 어떻게 쓰는지, 그리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무엇을 먼저 바꾸려고 하는지다.
어떤 회사는 일이 안 되면 직원 수를 조정하고, 어떤 회사는 구조를 먼저 조정한다.
구조를 먼저 본다는 건, 개인의 태도나 의지를 의심하기 전에 일이 그렇게 흘러가도록 만든 환경을 되짚어본다는 뜻이다. 업무가 과도하게 몰린 지점은 없었는지, 결정권과 책임이 어긋나 있지는 않았는지, 정보가 한쪽에만 쌓여 있지는 않았는지를 먼저 살핀다.
그래서 질문도 조금 다르다. “왜 이 사람이 못했지?”가 아니라 “이 일을 이렇게 하게 만든 이유가 뭐였지?”라는 질문부터 나온다. 사람을 바꾸는 건 그다음이다. 구조를 고치지 않고 사람만 바꾸면 같은 문제가 다른 얼굴로 반복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지 않고, 오래 다닌 사람이 항상 옳지도 않다. 대신 이 일이 왜 필요한지, 누구의 권한이고 누구의 책임인지가 먼저 정리된다.
구조가 정리된 조직에서는 불필요한 갈등이 오래 남지 않는다. 싸워서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정해진 기준 안에서 판단하는 사람이 결정권을 갖는다. 그래서 회의는 길어지지 않고, 결정이 바뀌더라도 이유가 남는다.
구조를 개선하려 한다는 건 모든 걸 문서로 만들거나 절차를 늘린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애매한 책임을 걷어내고, 불필요한 단계를 줄이고, 누가 결정하고 누가 실행하는지를 또렷하게 만드는 일에 가깝다.
조직은 점점 ‘잘하는 사람 몇 명’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시스템’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을 바꾸는 결정도 신중해진다. 능력의 문제인지, 역할이 맞지 않았던 건 아닌지, 기대치가 과도했던 건 아닌지를 충분히 확인한 뒤에야 다음 선택을 한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각자에게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할은 역할로, 관계는 관계로 남겨둔다. 누군가의 헌신이나 희생에 기대서 조직을 굴리지 않는다.
물론 완벽한 회사는 없다. 결정이 늘 옳을 수는 없고, 속도가 빠른 만큼 아쉬운 순간도 생긴다.
다만,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대화는 피하지 않는다.
최근 동료 HR들과의 연말 모임 등이 많이 있었는데, 이런 방식을 당연하게 여기며 일하는 조직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오늘도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싶은 사람들이 버블쉐어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알아볼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이곳에 합류한다면 회사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그 사람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거라고 믿는다.
달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속도를 재거나 이유를 묻기보다 마음껏 달릴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주는 곳.
이런 문화는 꽤 드물고 또 소중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