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계절의 그림자를 품은 청춘
세월이 지나고 돌이켜보면 나는 유난히도 ‘계절’이라는 단어에 약했다.
봄을 닮은 언니 민정, 여름처럼 밝았던 동생 영애—
나는 젊은 날 가장 소중했던 두 계절을 한 집에서 만나고, 한순간 모두 떠나보내야 했다.
그 계절들은 내 삶에서 유난히 따뜻하고, 동시에 유난히 아픈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아픔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나는 비로소 조금씩 ‘성장’이라는 걸 하기 시작했다.
졸업 후의 방황은 단순히 앞길을 잃어버린 혼란이 아니었다.
마음 깊은 곳에는 그 집에서 겪었던 사랑과 이별의 흔적이 아직도 뜨겁게 남아 있었다.
민정과 있었던 순간들은 긴 겨울 끝에 피어오른 조용한 봄 같았다.
말없이 챙겨주던 스웨터, 늦은 밤 건네던 조용한 미소, “춥지 않았나”라는 한마디. 그 모든 것이 이유도 모르게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곤 했다.
반면 영애와의 순간들은 폭우처럼 내리는 여름 같았다.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듣던 눈빛, 밝은 얼굴로 웃다가도 문득 울먹이던 그 여린 마음, 그리고 마지막에 건넸던 아프고 성숙한 편지 한 장.
나는 두 계절을 모두 사랑했고, 또 두 계절 모두에게 상처를 주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참 오래 걸렸다.
언젠가 나는 깨달았다.
사랑은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 변별의 감정이 아니라, 때로는 서로의 시간을 어쩌다 겹쳐 쓸 수밖에 없었던 인생의 ‘우연’에 더 가깝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