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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희나 Sep 29. 2024

너와 나 우리의 '학습둥지 프로젝트'(2)

난 강의료를 아주 아주 많이 받을 겁니다.

과자를 넉넉히 준비했던가? 날이 쌀쌀하니 차를 대접해야 할 텐데... 커피를 좋아하실까? 아님 차를 좋아하실까? 아이들 필기용품이랑 노트도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던가?

 

좁은 자리에 아이 다섯, 엄마 다섯, 어르신 한 분까지 작은 공부방이 꽉 찬 느낌이다.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너무 귀엽네요. 다섯 아이라고 했는데 한 아이가 더 있군요?"


다둥이 엄마가 6살 넷째까지 데려왔다.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한 녀석은 앞세우고 막둥이는 둘러업고 부랴부랴 왔단다.


" 6살 아이가 참 예쁘군요. 같이 배워도 됩니다. 괜찮아요. 글을 아직 쓰지 못한다면 여기서 글을 배워보도록 하죠. 그러니 동생도 같이 앉히세요."


그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다들 나지막이 수군거렸다. 생각해 보니 다섯 엄마 모두 두 자녀 이상을 두고 있다. 수군거리는 소리는 아마도 우리 집 둘째도 데리고 와야겠다임이 분명했다.


" 처음이니까 간단하게 알파벳을 써볼게요. 엄마들도 함께 배우세요. 단순히 쓰는 게 아니라 아마도 엄마들이 학창 시절에 배운 내용이랑은 조금 다른 형태로 접근할 거예요. 글 쓰는 것이 서툰 아이들이니 옆에서 함께 써주시면 더 좋고요. 엄마들도 함께 해야 해요. 엄마들이 배워서 집에서도 알려주셔야 합니다."

다섯 아이라 했는데... 예쁜 아이 하나가 더 왔네요????


처음으로 알파벳을 써본다.

대문자 소문자 스물여섯 자를 아이들이 써 내려가면 나와 엄마들은 처음 알파벳을 따라 쓰던  어린 시절  그 시간과 맞닿은 듯 같이 써 내려간다.

" 아이가 손에 힘이 약해 잘 쓰지 못하면 조금 잡아주세요. 못 써도 괜찮아요. 쓰다 보면 늘 테니, 그저 칭찬만 한 번 더 해주시면 됩니다."


노래처럼 마법의 주문처럼 선생님의 목소리에 맞춰 한 줄을 쓰고 한 페이지를 쓴다. 엄마와 함께 처음으로 써 내려간  알파벳 스물여섯 자.


처음 만나 어색해서 그래서 조금은  차분하게 배워 본 첫 시간

선생님께선 연거푸 말씀하신다.


" 첫날부터 너무 많이 배우면 힘들 텐데, "

 "첫날부터 너무 많이 배우면 재미없을 텐데 "

"우와 너희 너무 잘한다! 이렇게 잘하면 배울 게 없을 텐데"


처음 만난 할아버지 선생님 앞에서 히죽 웃으며 잘 잡지도 못하는 연필을 꼭 잡고  뽐내보고 깔깔 웃어보고   2시간이 그렇게 지났다.




첫 수업을 마무리 하자 엄마들을 모아놓고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오늘 참 재밌었어요. 이렇게 어린아이들은 처음 가르쳐봅니다. 예쁜 아이들이 잘만 성장하면 큰 인재가 될 거예요. 잘 가르쳐보고 싶어요. 참 저는 강의료를 받지 않을 거예요. 행여라도 준비하셨다면 거절할게요. 만약 강의료를 주실 생각이라면 저는 아주 많이 받을 거예요.  진짜 비싼 사람이거든요. 대신에 제가 부탁 하나만 할게요. 꼭 들어주셔야 합니다. 저는 이 작은 공부방에서 몇 명의 아이들을 위해 과외를 하러 온 게 아니에요. 엄마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제가 아이들을 무보수로 가르칠 테니 큰 강의실과 더 많은 친구들을 모아주세요. 그게 제 부탁입니다"

 

나는 큰 망치로 머리통을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엄마들에게 배울 곳 없는 이곳에서 참으로 훌륭한 선생님을 찾았으니 우리 한 뜻으로 내 자식 잘 키워보자며 조르고 졸라 선생님께 드릴 비용까지 책정하며 엄마들을 끌고 온 것이 나인데, 비용만 지불한다면 내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밀어부쳐 여기까지 왔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내 자식을 가르치자면 더 많은 아이와 함께 배워야 한다는 게 도대체 자본주의에서 합당한 말인가? 돈이라는 것이 많아서 꼭 행복한 것은 아니더라도 많으면 편리하다고 알고 있었건만 그게 만국의 상식일 텐데 시장경제에선 합당하지도 않을 조건이 지금 내 귓가에서 울리고 있다. 배우고 싶으면 더 많은 아이와 함께 배우라고?? 심지어 비용으로 거래를 할 수도 없다고?? 이런 난제에 봉착하니 차라리 사교육 시장으로 비용을 지불하며 달려가는 엄마들이 부럽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시장에선 돈으로 가치를 거래할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경제논리가 이 자리에선 통용조차 되지 않는다.

 아들 녀석을 위해 어렵사리 구한 '우리들만을 위한 사교육'이 방금 선생님 말 한마디로' 모두를 위한 마을 습'으로 바뀌어버렸다.

 

선생님이 나를 바라보신다.

그리고 다시 나지막하게 말씀하셨다.


재현엄마 공무원이시잖아요. 저는 더 넓은 장소에서 더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그래야 이곳이 성장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전 정말 아주 아주 비싼 강의료를 받을 거예요. 저 정말 비싼 사람이거든요."



내가 내가 내가 내가 내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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