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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희나 Sep 29. 2024

너와 나 우리의 '학습둥지 프로젝트'(5)

이제 진짜 수업해 볼까요?

아이들 20명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시작할 수 있다. 다섯 엄마는 각자 지인찬스를 써 가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을 것이리라

나라고 뾰족한 수가  없다 보니  올케에게 전화를 넣었다. 6살 조카는 아들 녀석과 형 동생하며 자주 어울리니 오밤 중이라도 형아가 듣는 수업에 따라올 것 같았다. 훌륭한 선생님이 계시니  이 참에 들어보는 게 어떠냐 말을 꺼냈다.

밤 8시에서 9시라 좀 늦지만 고모랑 형아가 있으니  오겠다는 기특한 아이다.

다섯 아이들은 동생들도 한 세트로 묶여 다니니  다섯 살이라도 이 겨울만 지나면 여섯 살이라 우겨가며 동참을 시키면  최소 11명은 확보가 될 거다.

큰아들과 함께 어린이집을 다니는 말썽꾸러기 친구들 몇을 더 섭외했다. 성이와 효네 남매까지.

2주간  도서관에 계속 확인 전화를 넣었다. 우리 아이들 외에도 홈페이지 내용을 보고 등록한 학생이 셋 더 있다.

그럼 얼추 열일곱이다. 나쁘지 않다.



  "열여덟 명이지만 시작하면 될듯합니다"

처음 공부방을 임대해 준 혜영씨네  가윤이까지 합세했다. 열여덟 아이.

이제 정말 첫 수업을  시작한다.

자원봉사자도 나타났다. 매니저를 자처하던 혜민이와 면사무소에서 함께 일을 하는 순이 언니다. 이 언니는 참 좋은 사람이다.

본인이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만데 둘째 딸이 선생님께 배운 적이 있었다. 비록 영어보단 중국어에 능해 둘째는 이 시골에서 부모에게 울며 빌며 고집부려 중국 북경어언대학교로 진학을 했다. 언니의  합류엔  둘째가 선생님께 배워서 이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니 부모로서 무엇으로든 갚는 것이 도리이고 본인 역시 선생님께 배워서 아직 남아있는 두 형제에게 알려주고 싶은 이유라 했다.

11월  마지막 수요일 첫 수업은 모두가 예상했듯이 알파벳으로 시작했다.

"엄마도 함께 배우세요. 그리고 집에서도 반복적으로 보여주세요. 아직 글을 모르니 얼렁 이걸 배워야 다른 단계로 넘어갈 거 같아요."

 

2023.11.첫 수업을 시작하다


그날부터 내 차 뒷 트렁크엔 빨간색 코스트코 비닐가방이 자리 잡고 있다. 연필, 색연필, 프린터물 누가 두고 간 교재, 연필깎이, 종이컵 아주 오만가지 살림살이가 가방가득이라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된다. 내 왼쪽 어깨 통증의 10할은 이 것이 주 요인일 게다.

 

수업은 위태로운 듯 순조롭게 흘러갔다.

유아 및 저학년 아이들의 습성 상 아무리 집중을 시키고 감시를 한 들 화장실을 가야 한다는 꼬마빌런들과 다음 시간으로 넘어갈 때마다 속출하는 샤우팅 빌런들을 막기는 힘들었다.

도서관을 우리 아이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며 도서관이란 곳이 침묵과 고요함이 미덕인지라  태생적으로 우리 아이들은 빌런 중에 최고레벨 빌런일 수밖에 없었다.

이 위태로움은 현재까지도 해결 어려운 요인 중 하나로 나 역시도 반쯤 정신을 놓고 '이 돼 먹지도 않은 수업,  어치울 테다'라고 폭발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근무 중 어윤재 선생님께 전화 한 통이 왔다

아마도 12월 어느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재현어머니  혹시 언제 시간 되시면 우리 점심 같이 할까요? 나 어머니께  소개해드리고 싶은 분이 있어요."

그 주 어느 날인가 면사무소 인근에서 선생님과 점심을 함께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재승이라고 합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어 선생님이 좋은 일 많이 하시죠? 저는 제천 쪽에서 어윤재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수산이랑 청풍 쪽을 관할하고 있어요. 저도 은퇴 전엔 교장과  교육장까지 하고 나왔지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무언가 도움이 되고자 해서 어선생님과 뜻이 맞아 활동하고 있어요. 오늘 이렇게 함께 식사를 하고자 한 것은 제안 하나를 드리고자 해서입니다."

 

어떤 제안인 걸까??? 불현듯 불안감이 엄습한다.


"우리가 1년에 두 어번 여름 겨울에 영어캠프를 엽니다. 금액도 무료고 교재도 다 제공하고요. 저 이외에 뜻을 같이 하는 선생님들이 참여해 주십니다. 단양도 참여를 원하시면 같이 하시면 어떨까요? 올 겨울 방학 중 3주 정도 영어를 배울  있는 캠프이니 동참하시겠습니까? 제천 청풍 정보화 마을에서 올 해도 진행하는데 이번엔  정보화마을 일정에 차질이 생겨 마지막 일주일을 단양에서 추진했으면 합니다. 선생님과 교재는 저희가 마련할 테니 일주일 정도 공부할 수 있는 장소만 마련해 주시면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극한의 미션이다.

현재도 도서관 빌런인데 심지어 일주일 동안 종일 공부 할 장소를 구해야 한다. 

겨울 영어캠프를 일주일간 단양에서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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