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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희나 Oct 12. 2024

너와 나 우리의 '학습둥지 프로젝트'(12)

폭염 속 영어 바자회

안내문이 도착했다. 6월 14일까지 깨끗한 물품을 어린이 집으로 기부해 달라는 용이다.

일정금액을 환전소에서 행사에 쓸 종이돈으로 바꾸면 그 돈으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 간단한 영어회화를 구사해야 한다.

아이들은 행사 준비를 위해 두어 달 혜영 씨와 어윤재 선생님과 함께 숫자과 과일 채소이름을 영어 단어로 반복적으로 배우고 있으며 간단한 거래를 위한 회화도 함께 배우기 시작했다.

 학습둥지에 참여 중인 아이들은 나와 함께 도서관에서 주 1회 수업을 배우는 동시에  연령이 어린 내 딸과 단양 어린이집을 다니는 6세 7세 반 꼬마들은 영어프리마켓을 위해 별도로 수업을 병행하는 것이다.




6월  21일 금요일 오후 4시. 단양어린이집 앞 교통공원. 그날 단양 한낮의 기온은 36도였다.

아직 봄의 끝자락인 6월인데 한 여름보다 덥다. 덥다 못해 타 들어간단 표현이 맞을 정도다.

시간을 맞춰 부랴부랴 어린이 집에 도착했다. 공원에 천막을 치고 가정에서 기부받은 깨끗한 물건들과 자선단체 및 기업체 등에서 기부받은 품목들로 가판대가 채워졌다. 공원 한가운데 느릿느릿 놀이용 기차가 마련되어 있었고 주변으로 간식거리를 사먹수 있는 푸드코트 및 쉴 수 있는 벤치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7세 반 친구들의 컷팅식을 시작으로 영어 바자회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기차놀이기구를 타러 가거나 환전소로 달려갔다. 환전소 담당은 혜영 씨다.

얼마만큼 환전할지 혜영 씨가 아이들에게 영어로 물어보면 본인이 원하는 금액만큼 영어로 말한 뒤 환전한 종이돈을 받아 간식과 물품을 사러 달려 나간다.

너무 더운 날씨 탓에 아이들은 시원한 아이스크림 코너와 과일화채 부스부터 찾았다. 푸드 코너엔 제천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해주시는 영어 선생님이 간단한 영어로 어떤 걸 원하는지 어떤 음료를 원하는지 몇 개를 주면 될지 물어보신다. 특히 이 분은 외국에서 오래 거주하셔서 거의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시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들은 선생님 앞에서 당황해 우물쭈물하기도 하지만 one, two 등 간단한 숫자를 말하고 대화에 성공하면 기쁘게 다음 코너로 향했다.

당일 행사는 뜻을 함께한 주민 분들도 무료로 좋은 물건과 동화책 등을 기부해 주셔서 생각보다  쓸만한 물건들이 많아 놀랐던 기억이 다. 추후에 전해 들은 사실이지만 모자가게를 운영하다 영업을 접은 사장님이 좋은 모자를 무료로 기부해주기도 하셨고 새 동화책도 많이 들어와 그저 그런 바자회 보다 훨씬 구성이 좋았다. 그날 나 역시 아이들을 위해 생각 외로 많은 물건을 사들고 돌아왔다. 원장선생님의 기획력과 섭외력에 감탄할 지경이었다. 같은 상황이 주어진다면 난 과연 이 정도로 폼이 나게 꾸릴 수 있을까?

때 맞춰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수업 중에 배운 영어 음악에 맞춰 율동을 시작했다. 영어노래에 맞춰 오른손을 흔들고, 왼손을 흔들고, 오른 다리를 흔들고 왼 다리를 흔든다. 빠르게도 추고 느리게도 추고 그러다 새로운 흥밋거리를 발견하면 쏜살같이 뛰어가기도 했다. 아이들과 엄마 아빠는 너무 더운 오후였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즐거운 바자회를 보내고 있었다.


엄청난 준비와 탄탄한 기획력 그리고 잘 꾸려진 일정이 과하게 느껴졌다. 원장님은 지역에서 아이들 문제 해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이들에게 초청장을 보내신 듯했다. 아마 아이들 문제에 있어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해보리란 그녀의 계획이 아닐까 난 추측했다.

폭염 속 온 동네가 흔들릴 듯 흥에 겨운 노랫소리에 늦은 오후 꽤 많은 인파가 작은 공원을 가득 채웠다. 그 인파들 사이로 군에서 중요한 직책을 담당하는 과장님과 복지업무 팀장님 군의원들과 그리고 군수님을 대신해 군수 사모님까지 자리에 참석하셨다. 원장님은 과연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걸까? 궁금해졌다. 원장님의 숨겨진 의도가 뭘까? 왜 이렇게 촘촘하게 구성된 영어 축제를 마련한 걸까?


폭염 속 영어댄스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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