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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희나 Oct 05. 2024

너와 나 우리의 '학습둥지 프로젝트'(11)

오늘부턴 춤추면서 배워 볼까?

4월은 참 아름답다.

봄은 꽃 보는 재미가 있다.

매 년 만개한 꽃을 보면 봄에 떠난 엄마가 생각난다. 마지막으로 엄마와 함께한 벚꽃 풍경은 당시 결혼을 앞둔 남편의 차 안에서였다. 이 풍경이 마지막 꽃놀이라 엄마는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3년 간의 투병 생활로 약하디 약한 육체였지만 딸의 결혼식까지 견딘 엄마다. 예비사위 차를 타고 엄마와 나는 흩날리는 4월의 꽃을 지금의 남편과 함께 봤다.

봄은 나에게 너무 일찍 떠난 엄마를 기억나게 한다.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올해도 만개한 벚꽃들을 바라보며 나는 과연 두 아이에게 4월의 꽃만큼 기억에 남을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4월, 단양도서관에서 첫 수업을 시작했다.

최근에 리모델링을 해서 시설 상태는 매우 쾌적했다.

수업용 모니터도 최신버전이라 크고, 미디어 재생 및 교육용 파일 실행도 수월했다.

6세에서 8세까지 한 클래스에 모아 1시간 30분으로 수업 시간을 조절했다.

30분이라도 일찍 마치는 것이  수업 집중력과 능률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합 반을 하면서 아이들 수준이 달라 큰 학년 아이들이 수준 차이를 이유로 집중을 덜 할까 걱정도 됐지만 강행해 보기로 결정했다. 연령이 다양하게 섞이고 시간도 한 클래스로 바뀌면서 선생님의 수업내용도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어린이집에서 6세 7세 아이들 수업들 병행하시면서 교육방법을 조금 수정한 것인데 이 시점부터 율동과 노래, 미디어와 동화 등을 더 활용하기 시작하신다.

다누리에서부터 단양도서관까지 무료로 진행되는 오픈 수업이다 보니 배우러 온 아이들 중 일부는 조금 참여해 보다 재미가 없으면 결석으로 이어졌다. 이런 학습태도는 열심히 참여하는 아이들의 학습의욕을 꺾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생님 역시 무언가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 필요가 있었고 초기 멤버들보다 우선 일정 수의 아이들을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라 여기신 듯하다. 새로운 장소에서 시작된 새로운 강의 방식은 걱정과 달리 아이들의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하기 시작한다. 도서관에서 음악소리가 흘러나오니 책을 빌리러 온 꼬마들이 엄마 손을 이끌고 강의실 문을 빼꼼히 열어보기 시작했다. 수업을 듣는 무리 중 아는 얼굴이라도 있다면 웃으며 들어와선 친구 옆자리에서 수업을 듣고 가기도 했다. 그렇게 수업을 시작하고 몇 주가 흘렸고 재미난 음악에 맞춰 영어율동을 하면서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처음보다 오히려 늘어나는 기적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아마도 오며 가며 자리를 잡는 아이들은 영어수업을 공부보단 놀이로 인식하는 듯했다.

게다가 이용하는 큰 강의실이 통유리로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어져 엄마들도 힘들게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동참하지 않고도 강의실 밖 휴게공간에서 수업을 참관할 수 있었다. 이런 점 때문에 엄마들끼리 대화도 많아졌다. 처음 온 엄마들은 대부분 왜 이런 수업을 이제야 알았냐며 고마움을 표했다. 아이들은 흥에 겨워 춤을 추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려 됐다. 멀리서 보면 뭐라도 배워 감사한 노릇이지만 현장을 지키는 나와 정미는 매 시간 노심초사가 다시 시작된다. 꼴랑 강의 1시간 30분 동안 아이들의 소음에 대한 항의를 3번 이상은 들었다. 슬슬 담당자 볼 면목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태면 아무래도 두 어달 이용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아이들은 늘어나지만 고민은 점점 깊어져만 간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던 영어댄스





어린이집 원장님께 전화가 왔다.

"재현어머님 지내시죠? 우리 아이들 선생님과 함께 영어 배우고 있어요. 6세 7시간씩이지만 그래도 실력도 늘고 선생님이랑 뛰고 놀며 배우니 아이들도 지겹지 않게 잘들 해요. 그래서 이번에 어린이집에서 좋은 취지를 담아 행사를 기획해 볼까 합니다."


"행사요? 어떤 행사를 하실 계획이신가요?"


"아이들이랑 영어바자회를 열어보려고요. 도담원장님과도 얘기 나눈 바가 있는데 그래서 혜영 씨도 바자회가 열리기 전까지 어린이집에 와서 무료로 함께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어요."


"정말 영어 바자회를 하시려고요?"


"지금까지 온 것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이잖아요. 무엇이든 시작한다는 것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훨씬 나아요. 바자회도 열어보고 영어 축제처럼 해보려고요. 엄마, 아빠, 손님들도 많이 불러서 이런 좋은 기회가 있고 모두들 열심히 하고 있단 걸 알려주고 싶어요."


선녀 원장님은 매사 최선을 다하신다. 어찌 보면 고되고 귀찮을 수 있는 이 모든 것들을 항상 웃으며 진행하신다. 사실 난 조금 지쳐가고 있었다. 학습둥지 잡기가 이렇게까지 힘든 건 내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 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이 상황에 원장님의 기획은 감사할 따름이었다. 감사함 만큼이나 기대감과 부담감 역시 다가왔다. 영어바자회를 열기 위해선 아이들이 우선 기본적으로 영어로 물건을 사고파는 정도로 회화는 해야 할 테고, 바자회를 열려면 물건도 많이 필요할 테고, 장소와 봉사 도우미교사들도 필요하겠지?

하지만 행사가 잘만 진행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그간 아이들과 선생님의 노고를 알릴 수 있는 엄청난 기회이지 않을까?

이미 판은 벌어졌고 나는 물러설 수가 없다. 아이들에게 4월 벚꽃보다 열성적으로 엄마로 기억 남길 바라면서 원장선생님께 감사인사를 전하며 전화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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