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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 해놓은 원고가 없을 때

쓰는글.

by 김현진

내가 처음 쓴 A4한장 짜리 소설은 학교 숙제를 위해서 지어졌다.

뭐라고 적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그 누구도 그 글에 대해서 코멘트하지 않았다.

그저 선생님이고 학생들이고 숙제로 여겼을 뿐이었으리라.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 선생님은 지루했던 교직 생활에 활력을 불러 일으켜줄 글쓰기 천재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고리타분한 한국의 7차 교육과정을 떠올려보면 소설을 숙제로 써오라고 할리는 만무했으니까.

선생님의 바램과 다르게 안타깝게도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아직까지(?) 같은 초등학교 출신중에 글로 먹고 살정도로 성공한 친구는 단 한명도 없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시도가 지금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서른살을 먹으며 일상에게 목줄 잡힌채 질질 끌려다니는 삶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그 목줄을 끊을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생각 났던 것이 바로,

20년도 더 지난 기억속에 묻혀있었던 소설쓰기숙제였다.

잠깐이었지만 무언가를 내 손으로 창조한다는 그 기쁨이 찰나의 순간동안 빛났던 기억하나 때문에,

무모하지만 오래 전부터 좋아해왔던 추리 소설을 직접 써보자는 황당한 계획을 올해의 목표로 삼았다.


A4 100쪽만 올해 넘기려고 했었던 당초 계획은 이미 초과 달성하였고,

더 나아가 브런치에 조금씩 퇴고한 후 에 연재함으로서 한 단계 더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 자신으로서는 나름 자랑스럽지만.. 사실.. 슬슬 세이브 해놨던 원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다.

올해 안에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서 지금 구독해주시는 몇 안되는 소중한 구독자 분들께 보답하고 싶지만

많이 어렵다... 글이 뒤로 가면 갈수록 구상 때부터 탄탄하게 짜임새가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걸음 더 나아가 보려고 한다.

누군가가 봐주면 더 좋겠지만 보지 않더라도 일생의 꿈인 나만의 소설을 가지는 일은 나에게는 숭고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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