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번째
노을이 지자 하늘은 까맣게 물들며
지구를 돌고 있는 위성만이 우주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겨울이라 시간이 참 빨리도 지나간다고 혼잣말을 하다, 더 늦기 전에 주변을 조금 더 돌아보기로 결심했다.
비슷한 시간은 아니지만 주변이 어두웠으니 일부분이라도 내 기억을 다시 불러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나는 점원에게 고맙다고 말하고는 무거운 유리문을 밀어내고 밖으로 나갔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중 성운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성운이가 도움이 될 만한 단서를 찾았는데 같이 확인해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며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공원으로 와서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
역시 경찰은 다르다며 농담으로 그를 치켜세웠지만 성운이는 장난치지 말고 빨리 오라며 나에게 면박을 줬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성운이가 찍어준 공원을 향해 걸어갔다.
공원까지는 금방 도착했지만 해가 떨어지자 기온이 급속도로 떨어져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 체감온도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약 기운 때문에 잠까지 몰려와 집에 돌아가서 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아무래도 여기까지만 둘러보고 집에 돌아가 휴식을 조금 취한 뒤에 돌아다녀야겠다.
공원에 도착하여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성운이는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하려면 손을 꺼내야 했기에 더 이상 추위를 느끼고 싶지 않은 나는,
어디 냐고 성운이에게 카톡을 보내고는 두 손을 주머니 속에 꼭 넣고는 그의 답변이 오기를 기다리며 주변을 서성거렸다.
1분정도 뒤에 성운이에게 공원 북쪽에 있는 주차장 측으로 오라는 대답을 받았다.
'이런 조그마한 공원에 주차장이 있다고?'
의구심이 들었지만 성운이가 괜한 이야기를 할 사람이 아니기에 공원 끝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내가 생각한 주차장은 아니었지만 도로가에 주정차를 승인을 받은 차량에 한해서 주차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곳이 있었다.
성운이는 나를 보자 얼른 오라고 소리쳤고, 나는 잰걸음으로 뽈뽈거리며 그에게 달려갔다.
100m쯤 되는 거리였지만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못해서 그런지 성운이 앞에 도착하자마자 헥헥댔다.
“야, 꼴랑 그거 뛰어오면서 숨이 차면 어떡해? 운동 좀 해라 그러다 골로 간다.”
“스트레스 받으니까 우리 와이프처럼 굴지 마, 도움될 만한 게 뭔지나 알려줘봐.”
“너도 봤겠지만 이 근처에 CCTV는 한 대도 없더라 그리고 이쪽 동네 땅값이 비싸서 주차장도 거의 없어, 네가 말한 것처럼 누군가가 일부러 차량을 대기시켰다면 여기서 그렇게 멀지는 않은 곳에 주차를 했을지도 몰라서”
성운이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운전기사가 범인이거나 아니면 이 사건에 연관되어 있다면 개인의 차고나 최대한 한적한 곳의 주차장에 머물러 있으려고 했을테니까.
다만 대부분의 주차장은 CCTV가 달려있는데다가, BAR 근처의 주차장은 경찰들이 사건 이후에 조사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범인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최대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위치했을 거라고 성운이는 생각하는 듯했다.
“근데 범인이 미리 준비했다면 굳이 CCTV가 있는 곳 근처에다가 차량을 세워놓는 건 말이 안되지 않을까? 최대한 추적을 피하고 싶어서 10~15분거리에서 대기하다가 들어왔을 것 같은데..”
내가 말끝을 흐리자 성운이는 그런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살인 계획에 대해서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두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해.
물론 네가 말한대로 누군가가 네 핸드폰을 바꿔 치기해서 너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가정하에 말이야.”
성운이의 말은 어느 하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지만 일단은 나를 믿어보겠다는 식으로 들렸다.
성운이와 나의 입장이 바뀌어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인정하고는 가만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