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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진 Oct 05. 2022

깃발 내리기

한번 삶을 마감한 당신에게 새로운 삶이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신이라고 일컫는 존재는 즐거운 유년시절을 빼앗아가고 당신에게 험난한 대학 생활부터 시작하라고 합니다.

되돌아갈지 말지 선택은 자유지만 당신은 그 존재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다행히 무슨 전공을 선택할지는 여유를 준 시점에서 삶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시간도 과거로 돌아가 당신이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고르던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당신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건가요?


이 망상에서 저는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해볼 것 같습니다.

수학을 못한다는 굴레에서 벗어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조금 더 수학적으로 사고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전공을 택할 것 같습니다.

무엇하나 뛰어나지 않은 사람이라면, 잘한다고 생각하는 걸 밀고 나가는 것보다는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게 사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내가 범인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거기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맞서 싸울 용기가 과거에는 없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나의 부족함은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아도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처럼 누구나 볼 수 있게 펄럭입니다.

창피하게도 어디가 문제인지 붉은색 파란색 눈에 잘 띄게 말이죠.

숨길 수 없다면 어떻게든 깃발 꽂이까지 올라가 하얗게 칠하거나,

아니면 될 대로 돼라 하면서 지내는 수밖에 없죠.

그대로 지내기에는 솔직히 좀 창피합니다.

어떻게든 이번에는 올라가서 깃발을 내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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