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팀장의 이야기-2
우리는 애써 서로에게 웃음 지으며 가벼운 인사를 건넸다.
인사라고 해봤자 안녕하세요라는 짧은 단어와 가벼운 목례뿐이었지만 징병 열차에서 고향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짧은 순간 동안 동지애를 느꼈다.
분기에 최소한 한 명 이상의 팀원이 입사와 퇴사를 밥먹듯이 하는 이 정신없는 회사에서,
박 차장이 우리 팀으로 이적한지도 이제 2년이 넘어가고 있었으니 이 정도면 둘도 없는 동료애를 느끼는 것이 당연했다. 물론 박 차장의 생각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가 영업팀에서 고객관리팀으로 넘어오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은 그의 불같은 성격과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성급함 때문에 고객관리 업무를 하다가 답답함에 자기 손으로 목을 졸라 졸도할지도 모를 거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영업팀에서 그의 성격은 빛을 발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영업 성적표는 항상 영업사원들 중 상위권에 머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성급했고 새롭게 맡게 된 큰 화주에게 그가 계속 고수해오던 영업방식을 사용하다가 크게 실수를 한 이후로는 한동안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들리는 소문에는 이후에 뒷돈을 먹다가 걸렸단 소리도 있었지만 갱생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 정글 같은 회사에서 잘리지 않은 걸 보니 돈을 몰래 잘 먹었든, 아니면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든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아무튼 그가 회사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점점 바닥으로 가라앉는 동안,
우리 팀에서는 출산휴가자가 발생했고 새로 뽑은 신입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우리 회사를 발판 삼아 고객사로 이직을 했다.
출산휴가를 가는 동안 대체자는 계약직으로 대체할 수 있으면 대체하라는 위쪽의 지시가 있어 별생각 없이 계약직만 뽑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나에게는 뼈아픈 실수였다.
몇천을 더 얹어서 이직을 했다는 소리가 들리는 상황에서 마냥 신입을 선발한 이전 팀장님을 사람 보는 눈이 없다고 비난할 수 도 없었다.
박 차장의 나이도 결코 적지 않았기에, 저성과자로 퇴사를 하느냐 아니면 다른 직군에서라도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느냐에 대해 윗선에서 논의가 있었는지 어느 날 윗선에서 그를 데려가고 싶은 팀이 있냐고 물었다.
한시가 급했던 나는 주저하지 않고 손을 들었다. 그렇게 1주일 뒤 그와 1:1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사실 면접조차도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던 나는 윗선에 경력도 저와 비슷한데 부서이동으로 면접까지 볼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면접은 자기들이 주선하는 것이 아니라 박 차장이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여 진행하는 것이니 한번 이야기해보고 판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박 차장은 다소 긴장한 채, 양손으로 두 볼을 밀어내고 있었다.
얼마나 밀어냈는지 경락이라도 받은 것처럼 그의 옆선이 붉은 골판지처럼 팽팽해져 있었다.
노트북을 든 채 살며시 몸으로 문을 밀어내자 그는 부리나케 달려와 문을 열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