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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진 Mar 01. 2023

타국에서 일하며 지내는 삶

6개월이 지났습니다.

서울에서 부다페스트로 넘어와 지낸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외국인으로서 반드시 수행해야만 하는 등록 절차들도 수월하게 끝났고 이제는 부다페스트에서만 머물지 않게 됐다.

포지션 특성상 사실상 몇몇 유럽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든 국가를 커버해야 하는 만큼,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집을 비우게 됐다.


처음에는 아내에게 미안한 점도 있었지만,

바깥으로 돌다 보니 얼마나 내가 노트북 속에 갇힌 숫자와 메일들만 보고 일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면서

어느새, 그러한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아내가 챙겨주는 캐리어를 들고 문밖을 나서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문밖에는 다른 삶이 있었고, 항상 두려워하던 것들을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됐다.

처음 보는 사람, 그것도 다른 나라사람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고 일을 해야 하는 것이 한국에 있을 때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지금도 완전히 그 두려움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실체가 없는 두려움 앞에 벌벌 떨기만 하는 20대의 나의 모습은 이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아저씨가 돼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빠른으로 학교를 진학하고, 휴학 한번 없이, 군대를 다녀와 인턴을 하면서 바로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자리를 얻게 되어, 항상 나이가 어리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제는 나도 서른이 넘어가니 그런 소리를 듣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유럽에서는 나보다 더 경험이 많고 경력이 풍부한 분들이 많다 보니 막내(?) 비슷한 취급이나 나이보다 어리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재미있을 때도 있다.


다행히 일은 체화되는 속도가 빨랐다.

고통스러운 시간은 점차 지나가고 두들겨 맞는 일에 다시금 익숙해지다보니,

이제는 일을 처내는데 급급하지 않고, 조직화시키며 발전을 넘보는 단계로 넘어간 것 같다.

그러면서 조금씩 타인의 사고방식과 나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심리적인 공간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유럽인들이 처음 동아시아 3국을 돌아다니면서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나 또한 몇몇 지역을 돌아다니며 유럽인들만의 공통점 그리고 다른 점을 조금씩 느껴 가는 것 같다.

동아시아 3국의 끝이 없는 경쟁과 치열한 삶은 디폴트 값이라면,

여기서는 적어도 디폴트 값이 아닌듯하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의 넘겨짚기 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들이 적어도 자신의 삶에 대해서 선택하고 단 하나의 목적에 집착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은 모두가 이상적이고 기본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달성하기 위해,

이제는 스스로를 잡아먹으며 출생률 0.7을 찍고 있다.

나 또한 거기에 여전히 일조하고 있는 사람이며, 나도 아직까지는 이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생각이 없다.

여기서 시간을 보내며 나의 생각이 바뀌고 좋은 기회가 나의 가족에게 찾아오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참 한국인, 아니 한국인으로 태어난 나란 사람은 욕심이 너무 많은가 보다.

조금 더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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