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지내며 본인의 20대를 한국의 워킹 그리고 사회적인 문화를 충분히 경험해 봤지만, 해외에 나가서 가장 오랫동안 지낸 경험이 고작 함부르크 전시회로 인해 5일가량 밖에 되지 않은 나로서는 타국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듯했다.
그리고 1년 8개월가량이 지난 지금 역시나 집 떠나면 고생이고, 자신의 고국을 떠나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진짜라는 걸 실감해나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극복해 나가고 있다.
1. 음식과 식재료
헝가리는 내륙국가다.
말레이반도, 한반도 출신의 국제부부인 우리가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첫 번째 어려움은 식재료와 음식이다.
내륙국가 특성상, 기본적으로 해산물 가격이 상당히 비싸며, 체감상 한국 가격의 최소 2.5~3배가량이 되니 손이 갈 수가 없다.
그나마,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해산물은 한인마트에서 사온 '김'정도이며, 이것도 가격이 상당히 비싸서 맨날 밥에다 싸 먹는 것보다는 삼각김밥이나 김밥을 해 먹을 때 한 장 한 장 아껴서 쓰게 된다.
굴을 좋아한다면, 유럽에서는 정말 부호가 되어야지만..
아니면 가끔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만 먹을 수 있다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내륙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레스토랑에서 팝업이벤트로 진행을 하는데 가격이 굴 한 개당 7천 원~1만 4천 원 수준이다.
애초에 생굴을 먹으면 바로 안 좋은 반응이 오는 나는 포기하면서 살지만, 아주 가끔 특별한 날 와이프가 굴 2개만 게눈 감추듯이 먹어도 한국에서 치킨+사이드 세트가 10초 만에 증발되고는 한다.
물론, 굴맛이 신선하고 좀 다르다고 하는데 안 먹어봐서 모르겠다.
음식 종류 선택도 생각보다 제한된다.
헝가리가 파프리카, 돼지고기, 계란, 유채꽃 기름 등 훌륭한 기본 식재료를 갖춘 나라는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요리법이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만큼 다양하지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며,
역시 유럽이다 보니 아시아 음식에 대한 기대치를 많이 낮춰야 한다.
한식당은 10곳이상이 있지만, 가격이 한국 식당의 2배에서 3배가량 정도 되다 보니 자주 사 먹는 건 어렵다.
그나마 한인마트에서 헝가리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나 소스를 수급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유럽 음식점들도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
물론 부다페스트 기준으로 이야기하지만, 매번 외식을 할때마다 이정도면 그냥 서울에서 사먹는게 낫겠다 싶을정도의 가격이다.
2. 문화적 차이
헝가리 또한 동, 서, 남, 북유럽의 진출로에 한복판에 있어 한국 못지않게 전쟁의 역사가 많은 국가이다.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으나, 전쟁을 많이 겪으며 국가를 확립한 나라의 국민들은 역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알게 모르게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자주 있다.
하지만, 담배를 길가에서 피거나, 카페, 아이가 옆에 있어도 서슴없이 담배를 피우는 문화는 아직까지 적응하기 힘들다. 애연가라면 '오히려 좋아!'겠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면 그대는 이 나라에 오게 되면 이 친구들은 왜 이럴까 하고 여행 내내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에게 뿌리 깊게 박힌 문화이다. 커피 테이블을 담배 테이블이라고 지칭하기까지 하니, 이방인이 반드시 이해야만 하는 문화이다.
부다페스트 자체만 놓고 본다면, 관광하는 외국인들이 워낙 많기도 하고, 헝가리 정부의 영어 교육 시스템이 잘 정비되었는지, 대부분의 주민들이 영어를 상당히 잘한다고 느꼈다.
한국은 나의 부모님 세대에서 잘하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면,
여기는 한국보다는 모든 세대가 좀 더 스피킹에 대한 자신이 있는 것처럼 느꼈다.
그러나, 타국에 가면 결국 그 나라 언어를 해야지만 그들의 소셜 바운더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느꼈다.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살든 헝가리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눈에는 그저 잠깐 머무르는 이방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헝가리어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어렵고,
동유럽의 주를 이루는 슬라브어족과 아예 다르다 보니 사용인구를 고려했을 때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계속해서 헝가리에서 사업을 하거나 헝가리에서 살아갈 생각을 한다면 결국 헝가리어를 배워야 되지 않을까 싶다.
3. 교통과 여행
부다페스트 내부의 교통, 아니 페스트 지역의 교통은 상당히 잘 짜여 있다.
한국의 복잡하고 고도화된 시스템 수준까지는 아니나, 이 정도면 유럽에서 손꼽을 정도로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부다 지역은 산지가 대부분이고, 페스트 지역에 비해 대기시간이 길다.
산지가 대부분이다 보니 대부분의 주거민들이 자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거의 페스트 지역에서만 시간을 보내고는 한다.
차량으로 다닐 수 있는 최대한의 거리는, 서쪽으로는 이탈리아, 북쪽으로는 폴란드, 동쪽으로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남쪽으로는 크로아티아정도인 것 같다.
이 정도면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및 북부 지역의 유럽국가들을 제외하고 다 갈 수 있는 정도이다.
다만 나는 차가 없어서 그런 재미를 보지는 못했지만, 만약 로드 트립을 사랑한다면 부다페스트는 좋은 거점 도시라고 생각한다.
비행기로도 wizz air라고 헝가리의 저가항공사가 속속들이 유럽의 여러 지역을 가고,
공항자체의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꽤나 실속 있게 운항이 되는 듯하다.
물론 유럽의 허브 공항들에 비하면 취항지가 적기는 하나, 그래도 주요 도시들과의 연결은 보장된다.
헝가리 내부에서도 부다페스트 외에도 갈만한 도시들이 많다.
나도 여기에 오기 전에 잘 몰랐지만, 와인과 온천이 유명하며, 유럽에서 꽤나 큰 호수에 속하는 발라톤 호수등
지방에도 볼것들이 있기 때문에 주말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
문제는 집돌이나 서울돌이들은 변하지 않는 도시의 모습에 꽤나 쉽게 지루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건 여기서 해결하지 못하니 다른 대도시로 놀러가서 채우기 바랍니다..(런던 추천)
다른 부분들도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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