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Jangs Jul 31. 2024

육 남매 중 첫째 딸의 이야기 #6-1

아빠 몰래 아빠랑 화해하기 (1편)

"엄마는 아빠랑 왜 결혼했어?"

"그땐 뭘 보고 좋아한 거야?"

"변한 거야 아님 본모습을 몰랐던 거야?"


-

안 맞아도 어쩜 이렇게까지 안 맞을 수가 있나 싶은 두 남녀가 만났다.

할머니는 그날 일을 두고두고 말씀하곤 하셨다. 엄마는 24. 당시 기준으로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겨버린 나이에 자기 좋다는 남자들을 다 제쳐두고 "볼 거라고는 반반한 상판대기 하나 있는 별 거지 같은 놈"을 데리고 와서 결혼을 하겠다고 했단다. 


"내가 그거(아빠를 가리킴)를 보고 '저거(엄마를 가리킴)는 눈이 발바닥에 달렸는갑다' 했어야."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사이가 아주 좋으셨다고 한다. 

일례로, 할머니가 씻고 나오시면 항상 할아버지가 수건으로 젖은 머리칼을 말려주시고 빗으로 예쁘게 어주셨다고.

넉넉하게 살다가 보증을 잘 못 서서 집이 망해버린 이후로도, 분한 마음에 생전 안 하던 술을 드시다 알콜중독이 된 이후에도,  분 사이는 여전하셨다.

그래서

엄마는 부부는 원래 다 그런 줄 알았단다.

결혼하면 나도  남편이 내 머리칼을 빗겨주겠지.


남편이 내 머리가 아니라 다른 여자들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고 그 머리칼을 베고 잘 거라는 걸 알았더라면, 결혼을 했을까?



엄마는 오랫동안 할아버지를 미워했다고 했다.

리석은 아빠, 유약한 아빠.

한심한 아빠를 탓하지 않는 엄마도 한심했다고. 

자존심이 강한 엄마는 망했다는 소문이 난 것도, 고등학교 때 야간으로 학교를 다니며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공이 되었다는 것도 다 싫고 지겨웠단다.

끼니때마다 먹는 행위 자체가 너무 슬펐을 정도라니.. 말 다했지 싶다.


이처럼 내 부모를 다 탓하는 상황에서

두 분 사이에 사랑 같은 건 아름답지도, 고귀하지도 않은 것, 아무 힘도 없고 쓸모없는 것일 뿐.




나 역시 아빠를 미워했었다.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빠

책임감 없고 비도덕적이고 이기적인 아빠

그렇지만

유쾌하고 호탕하며 시원시원한 아빠를 좋아했다.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뭐든 마음껏 지원해주고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아빠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런 이유로 나는 아빠를

미워하다 좋아하다 싫어하다 이해하다, 이러다 저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괴로웠었다.

어쨌든 여자로써 엄마는 행복하지 않았고 나의 최대 목표는 그래서 "아빠같은 남자를 만나지 않는 것"이 되어.있었다.

(결혼을 안 한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너무너무 이상하게도 진짜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은 전부 제대로 된 애들이 없는거다

마지막에는 꼭 바람을 피우는 것으로 끝나는게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알콜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알콜중독자 아들 나오고, 나는 절대 저렇게는 안 살거야 하는 꼭 그대로 살게 된 다더니만 정말 그런건가. 정말 그럴 수 밖에 없는건가..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내 삶에 다시 없을 터닝 포인트를 만나게 되었다


(분량 조절 실패로 2편으로 이어집니다)


이전 17화 아들 셋 엄마의 이야기 #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