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양이
어느 날이었던가
밤새도록 악몽에서 헤매고 있었다.
끝을 모르는 평소와는 다르게 화려한 색감으로 다가온 악몽은 ,
끝끝내 내가 비키니차림으로 웃음을 팔며 칵테일을 따르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다.
(평소 비키니는 꿈도 절대 못 꿈)
이 노무 꿈 대체 언제 끝나?
아니 이 술을 언제까지 따르고 언제까지 웃어야 해..하고 시계를 계속 들여다 볼 찰나에
가슴께가 묵직한 것이 불편해 반짝 눈을 떴다.
후...한숨 돌리려는데 목성같이 빛나는 눈알이 코앞에 있었다.
우리집 꼴통 , 첫째 고양이. 또 너구나.
나를 사람이라기보단 자기의 방석쯤으로 아는 이 녀석은
내가 깨어있든 잠을 자든 누워만 있으면 가슴팍으로 뛰어올라 앉아 고롱고롱 댄다.
그런 녀석이 무언갈 아는지 모르는지 커다란 행성같은 눈으로 빤히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마치 ' 너 악몽꿨지? '라고 다 아는 것처럼..
고양이는 옛날부터 영물로 통하더니 그 날은 뭔가 신통방통하여
몇 번 정수리를 긁어주고 쓰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그게 귀찮았는지 조금 졸다가 이내 도망가버렸다.
악몽 속에서 지켜는 주겠지만, 나를 귀찮게 하지는 마.
고양이에게 미치는 포인트는 이런 밀당의 귀재같은 면 아닐까.
하지만 이 고양이는 틈만 나면 비닐을 씹는 이식증이 있는 꼴통같은 면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어찌나 맛있게 챱챱 먹는지 비닐을 부비는 소리가 아니면 알아채기도 힘들다.
그래서 우리집에선 바닥에 비닐봉투를 방치하는 것이 금기시 되어있다.
영물과 꼴통사이를 오가는 매력이란.. 헤어나올 수 없다.
그 뿐이랴.
이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제일 좋은 자리를 알아본다.
특히 겨울에는 따뜻하고 보송보송한 자리를 알아봐서 보일러를 돌리면
제일 좋은 아랫목에 스르르 녹아있곤 한다.
내 방 한 곳에는 푹신한 요가매트와 담요를 깔아두어 내가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는 자리가 있는데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이 고양이 녀석에 그 곳에 누워 차마 깨울 수 없게 뒹굴고 있다.
침대 한복판도,
햇살이 잔뜩 들어오는 볕 좋은 베란다와 거실 한복판도 ,
고양이 화장실로 가득한 화장실조차도,
모두 고양이의 것이다.
이 집에서 내게 허락된 공간은 아마 고양이의 영역보다 적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그 매력때문에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심장 가까운 가슴께나 머리맡에 엎드려 누워 잠들어
잠자리를 불편하게 하지만
꾹꾹이를 하겠다면서 내 팔뚝살과 허벅지살을 눌러대서 성가시지만
나를 방석취급하며 엎드려 고롱고롱대는 숨소리를 들으면
이내 모든 것을 용서하고 나도 다시 잠에 빠져든다.
사료먹는 소리와 타닥타닥 발톱을 바닥에 종종거리며 걷는 소리는 또 어찌나 사랑스러운가.
둘째 고양이는 개냥이로 보통 고양이처럼 배 만지는 걸 싫어하지 않고
모든 몸을 주인의 손에 내맡긴다.
자신을 이뻐하지 않으면
냐앙 냐앙 부르면서 뒹구는데 내 손끝을 기다리는 그 모습이 귀여움 한도초과다.
내가 아직 너희에겐 필요하지?쓸모있지?하게 되는 자기 효능감을 채워준다.
하지만 또 맘에 안들면 금세 도망쳐 버려서 더 이뻐하고 싶은 미련과 여운을 남긴다..
하나하나 빚은 듯한 귀여운 외모와 보드라운 털결,
말랑한 분홍젤리가 달려있는 발 끝,
정수리 냄새는 마치 미미인형 머리카락 냄새처럼 깔끔하고 ,
목욕시키지 않아도 역한 냄새가 나지 않으며,
장난감을 낚아채며 날아다니는 운동능력은 또 어떠한가.
너무 좋지 아니한가!
고양이를 곁에 두다가 보면 느껴진다.
사는 거 별 거 아니라고.
사료 먹고, 낮잠자고, 사료 씹고, 밤잠 자고, 햇살을 느끼며 즐기다 조금 우다다 달려보기도 하고, 낮잠자고..
심심하면 사람을 찾아 냥냥거리거나 츄르를 강탈해 간식을 먹는다고.
그냥 그렇게 살면 된다고.
오늘도 머리맡 진짜 방석에서 코를 골아 귀를 간지럽히거나,
가슴께를 짓누르며 내 잠을 방해하겠지만
사랑해마지않는 두 주인님을 보면서
오늘도 그래 인생 별거냐 잘 살았다고
안도할 것이다.
그리고 되뇌이겠지.
고양이가 최고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