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이 자란다

친애하는 나의 세포들

by 도씨


시간이 지나감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들은 무엇일까?


간단히는 시계를 쳐다보기

달라진 날씨를 느껴보기

또 어떤 사람은 햇빛의 위치를 통해 몇 시인지 짐작하기도 한다고 한다.


객관적임을 집어치우고 , 개인적으로 시간을 느끼는 것은

바로 나의 몸이다.


특히 나는 네일아트를 좋아해서, 손톱이 자고 일어나면 자라나 있는 것에 매우 예민하다.

아무리 예쁘게 손톱위에 네일아트를 덮고 얹어 꾸며놔도, 그런 것 따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처럼 손톱끝은 금세 자라나 있다.


분명 어제까지도 설거지를 할 때 거슬리지 않았던 손톱이 다만 일주일만 지나도 걸리적 거린다.

염색해둔 머리카락은 자라나 검은 뿌리가 갑자기 확 길어져 있고

얼마간 식단을 신경 쓰지 않으면 , 뱃살 또한 원망스러울만큼 늘어져 가고

모공은 까꿍하며 점차 더 열린다.

부주의한 편이라 늘어나는 출처 모를 생채기도 신경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


거울을 보면 느껴지는 쌓이는 시간들은 또 어떤가


몸이 마음같이 움직여지지 않을 때,

더 이상 누구도 나를 어리게 보지 않을 때,

내가 보아도 이젠 더 이상 스무 살의 나와는 영 딴판일 때..


그렇게 시간은 사람의 몸을 타고 흐른다.


멘탈의 문제로 우울하면 며칠 간을 먹지도 씻지도 않고 잠만 잘 때가 있었다.

시간도 무의미, 삶도 무의미..

아무도 없는 집안의 정적만이 내 친구이고

눈 감으면 보이는 암흑은 꼭 죽음과 닮아있었다.

그런데도 일어나보면 손톱은 자라나 있고,

씻으라는 듯 몸이 뿜어낸 기름기가 온 몸에 가득해졌다.

감명깊게 본 영화 중에 일본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있는데

한 장면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도 몸은 살고 싶어 했습니다.”


맞다.

그런데도 몸은 항상 살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살아있다고 자라나고 늙고

돌봐달라고 아프기도 한다.


삶의 증거가 시간의 징표가 바로 몸 그 자체인 것이다.

나는 사람이 생애에 있어 심장이 멈추어 죽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한번씩 고꾸라질때마다 죽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마음을 질질 끌어 살게 하는 것이 바로 나의 몸이다.

한번은 인터넷을 하다가 T세포란 세포가 암세포를 때려죽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우리가 시계로 가는 시간이 몇 시쯤인지 머리로 가늠하고 있을 때,

몸속의 세포들은 그렇게 나를 살게 하려고 나쁜 세포들을 때려죽이고 있다.

나는 그 세포들을 생각할 때마다 솔직히 너무 귀여워 몸서리를 친다.

잠깐 멈춰 생각해보면 황당하다.


그깟 나를 살리겠다고 그렇게 줘패고 다니는 거니?


그렇게 오늘도 나는 세포땜에 피가 흐르고 살이 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다.

아직은 몸이 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삶을 주도적으로 살며 몸을 이끌어 사는 삶도 있지만

이렇게 몸이 이끌어 삶이 살아지는 사람도 있는 거겠지



오늘도 손톱은 자란다.





친애하는 나의 손톱







브런치1.jpg


keyword
이전 16화삶은..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