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철없이 보고싶어

엄마 없는 내 미지의 생일

by 도씨



차가워져 불꽃 속에서 사라진 엄마는 작은 항아리 속 한줌 재가 되었고,

그렇게 된지 한 해가 지나고 시간이 흐르고 내 생일이 왔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바라지 않던 생일이 찾아온 것이다.

조금 웃기다고 생각하는 것은

돌아가신 엄마의 생일 날짜이다.


양력인 내 생일은

음력인 엄마의 생일과 며칠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제삿날은 아니지만 평생 생일마다 엄마를 떠올리라는 이야기가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가 없는 나의 첫 생일에는 따뜻함이 없었다.

따뜻한 엄마도

따뜻한 엄마의 미역국도

없이 그저 하루가 그냥 빨리 가기만을 바랬다.


아이유의 겨울잠을 들으면서.

그 노래의 한 부분이 이렇다.


‘줄곧 잘 참아내다가도

가끔은 철없이 보고싶어..‘


내가 그랬다.

줄곧 잘 참아내고 울지않고 잘 지내다가도 내 생일과 비슷한

엄마의 생일과

엄마의 생애와

엄마의 죽음..이 내리 생각나면 그저 어른의 체면을 다 벗어던지고

철없이 엉엉 울고싶어졌다.


그렇게 따뜻함이라고는 없는 생일 속에서

나는 내내 멍하게

넷플릭스에서 틀어놓은 미지의 서울을 봤다.

이상하게도 특히 감명깊게 본 부분은 은둔형 외톨이인 박보영이 독설을 퍼붓자,

견디다 못한 엄마가 자기 딸인 박보영을 이불 위로 마구 때리는 장면이었다.


‘우리를 꼭 닮았네...’


엄마는 나를 견디다 못해 꽃으로도 때리지 않던 날 마구 때린 적이 손에 꼽히게 있다.

우습게도 자주 싸우게 될수록 ,

자주 맞았다.


무슨 말을 해도 왜 낳았냐고 독설을 퍼부어도 말없이 등돌리고 울던 엄마는

내가 날 망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내 자신을 흔드는 순간에만 나에게 손을 댔다.

나는 엄마가 내 정신을 차리라고 때리는 걸 알면서도 ,

어느 날인가..

한번은 잔인하게도 그 손으로 차라리 날 죽이라 했다.


엄마는 포근하고 따뜻한 손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산소호흡기 대는 것처럼

내 입 언저리에 죽이는 시늉을 몇 번 하곤 힘없이 손을 내려놓았다.

나는 그렇게 못되고 잔인한 딸이었고, 소원이 죽는 것이었다.

엄마는 그 앞에서 매번 따뜻하게 지는 사람이었다.


한번은 이런 사건도 있었다.


계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난 또 엄마와 다퉜고 다신 엄마를 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선

정말로 석달인가 넉달을 아무런 연락조차 하지 않고 동생 집에서 지냈다.

오는 연락도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나쁜 년..


그렇게 내 생일이 되었다.

아무 생각없이 담배냄새를 풍기며 피시방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집이 따뜻한 미역국 냄새로 가득한 게 아니겠는가.


차에서 먹고 자던 엄마가 바리바리 음식과 미역국을 싸다가

동생 집에 몰래 찾아 왔던 거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미역국을 보글보글 끓여 내 앞에 놨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글보글 끓여진 미역국을 먹었다.

"맛있네. "


차갑게 말하자,

엄마가 따뜻하게 웃었다.


그 잊을 수 없는 따뜻한 미역국이 몸져 누울만큼 먹고 싶었다.

하지만 다시는 먹을 수 없단 걸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이불 속에서만 살지도,

엄마에게 잔인하게 굴지도,

날 때리게 하는 모진 말과 흔들리는 자아로 살지도

않을게요.


다시 한번만 엄마가 살아 돌아와 살아질 순 없을까요?


뜨겁게 타오르는 케이크 초를 불며 그렇게 빌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문득 철없이 보고싶어져서

문득 무너져도 엄마는 이미 가버리고 없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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