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일

불효녀와 딸기케이크

by 도씨


오늘은 엄마의 기일이다.

그렇게나 엄마가 보고싶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놀랍게도 기일을 잊고 있었다.


아픔과 그리움을 친구처럼 여기며 극복하지 못해 놓고 엄마의 기일을 잊는 건 무슨 일일까.


엄마에게 나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불효녀이려나 싶어져 자신이 싫었다.


아마도

엄마의 봉안당에는 가지 않고 가족끼리 조촐하게 저녁먹으면서 엄마를 회상하면서

잠깐 먹고 가란 식으로 식탁을 보지 않고만 있을 것이다.


제사도 제대로 지내지 않는데 엄마가 만약에 구천을 떠돌면서 배를 곯고 있으면 어쩌지?

미신을 잘 믿는 나는 가끔 그런 생각도 든다.


엄마는 경비행기를 태워준 꿈 이후에는 내가 기억하는 꿈 속에는 잘 등장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뭘 하던 간에 확실한 사람이니까 죽음의 마무리도 뒤돌아 보지 않고 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뭘 해도 야무지니까 마무리도 그렇게 잘하고 갔겠지..


엄마는 지금쯤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아니면 어디쯤에 멈춰있을까.

아니면 다시 태어났을까.

아니면 더 이상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될까.


기일이고 뭐고 싹 다 잊었던 아침의 나는

운동을 가서 러닝머신 위를 걷고 천국의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나서는 미용실에 가서 덥수룩한 머리를 예쁘게 다듬어 세팅펌을 했다.

조금 짧아진 머리에 목덜미가 시려웠다.


집에 와선 앞으로 영어단어를 조금씩 외워야지라고 결심했다.

사뒀던 책은 많으니 하나 골라 꺼내어 책상에 내려놓는 것으로 내일부터란 결심을 완성했다.


사부작 거리며 오전을 보내고 나니, 문득 뭔가 이상했다.

잘라 버린 머리카락들 만큼 무언가를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아..엄마 기일..

이란 걸 깨달았고 ,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다.

언제나 불효녀였기에 나머지는 또 동생에게 맡겼다.

동생도 이것저것 하느라 사부작대고 있었다.


자기 합리화지만 이렇게라도 움직이고 부지런하게 무언갈 하려는 모습을 엄마는 가장 보고 싶어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아서는 나의 그런 모습을 별로 보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엄마의 죽음이 오늘을 사는 힘이 될 수도 있는 걸까?


저녁은 고기와 케이크이다.


새빨간 딸기를 품은 케이크를 달달하게 씹으며 엄마의 생애와 죽음을 다시 떠올린다.


제삿상에 딸기케이크라니 너무 새콤달콤퐁신한 거 아닐까.

조금 웃음이 나오지만 , 매년 그렇게 지냈으니 이제 먹지 않으면 허전하다.



엄마 혹시 보고있어?

아니 보고있지 말고 좋은 세상에서 잘만 살아.

그래도 살펴보고 싶다면

엄마 잘 먹고 가.


여기서든 저기로 가서든 불효녀라서 미안해.


많이 보고싶다.



오늘도 편히 쉬세요.





오늘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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