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의 즐거움, 아뮤즈 부쉬 AMUSE-GUEULE
당뇨식단을 하다 보면 섬유소와 단백질, 탄수화물의 조화로운 구성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게 된다.
요 며칠 육단백질로 식단을 짜다 보니(배부른 소리 같지만)
고기 섭취가 물리는 순간이 왔다. 사실 1년 너머 식단을 하면서 확실히 채식 지향 식단으로 입맛이 많이 돌아선 것도 하나의 요인 중 하나.
가볍게 먹고 소화를 시키기 위한 메뉴를 고민하다가
우연히 들른 백화점 지하 식품관 세일 코너에서 엔다이브를 발견했다. 이게 참, 세일을 하지 않으면 선뜻 구입하고 싶을 만한 식재료가 아니긴 하다.
엔다이브 Endive는 주로 샐러드에 날 것 그대로 사용하거나 서양 요리의 가니쉬로 버터 소떼나 육수를 덮어 익히는 방법으로 많이 사용하는 채소이다.
내게는 약간 다른 첫인상으로 남아있는 채소 중 하나이다.
첫 직장인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던 시절, 코스의 맨 처음인 아뮤즈 부쉬(한입의 즐거움이라는 의미의 단어로 아페리티프와 함께 서빙되는 한입 요리)로 많이 내던 재료이기 때문이다. 날생선을 타르타르로 올리기도 하고 과일과 육류를 사용하기도 한 받침 또는 쌈의 역할을 하던 허브 채소였다.
그래서 곁눈질로 지겹도록 보았던 엔다이브의 손질법도 익숙했던 지라 머릿속에서 구상을 해보았다.
마켓 컬리를 통해 손쉽게 참치 뱃살과 도미회를 주문했다. 그리고 호화롭고 욕심 많은 내 냉장고의 쓸만한(?) 재료들을 다 소집했다.
먹다 남은 라임 반쪽
끄트머리가 말라가던 영양부추 한 줌
1/4 남아 있던 빨간 파프리카
어제 주문했던 잘 익은 생 무화과
당뇨인의 애정 과일 체리
그리고 고수 약간
하지만 무엇보다 주인공격인 참치살과 도미를
어떻게 마리네이드 할지 고민해야 할 순간.
참치는 간장 베이스가 어울릴 듯하여 연두를 약간 사용했다. 도미회는 얼마 전 일본서 온 방실 언니가 건네주신 폰즈계의 에르메스라는 제품을 개봉했다. 아. 이 유자 풍미는 정말 요물이다, 요물.
즉흥적으로 올리고 싶은 재료들을 모아 한 점씩 완성한다.
색감과 질감, 맛의 조합을 급히(?) 생각해서.
맛과 비주얼은 칠링 된 화이트 와인이나 사케가
찰떡같이 어울리는 디쉬인데…. 현실은 금주 모드인지라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는 소문.
손님을 맞이할 때나
혼자라도 가볍게 기분을 내고 싶을 때
활용하기 좋은 멋 부리는 음식으로 추천!
* 엔다이브는 밑부분을 수평으로 칼로 날려
접시 위에 올리면 흔들리지 않는다는 팁을 남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