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가 익어가는 계절
이른 아침 미팅이 있는 날.
서둘러 일을 보고 사무실로 들어와도 10시 반이다.
왠지 시간을 번 듯한 뿌듯한 기분으로 아침 끼니를 준비해 본다. 여름은 역시나 밥 하기 너무나 싫은 계절이다. 사무실에는 특히 전기밥솥을 가져다 놓지 않는 터라 모든 밥은 솥밥으로 짓는데 오후에 레스토랑 메뉴 시연 미팅이 있는지라 간단히 냉동실 안 호밀빵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기로 한다.
호밀빵이나 통밀빵는 GI 지수가 낮은 편이라 당뇨인에게 도움이 된다. 구입하고 슬라이스 한 후 먹을 만큼씩 랩핑을 하거나 단단히 공기와 차단시켜 냉동실에 보관해두면 발뮤다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그때 그때 활용할 수 있다.
냉동 보관 식품의 기준은 늘 1달로 생각해 주면 좋다.
바게트처럼 잘랐지만,
굽기 위해 위, 아래를 정리한 무화과의 단면이다.
꽃이 과실 안에 들어있는 아주 특이하고 묘한 어른의 맛.
어릴 적 엄마와 시장에 가면
꼭 이 무화과를 한 봉지 가득 들고 왔다.
엄마가 참 좋아하셨던 그 맛이 늘 궁금했었다.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야 좋아하게 된 그 맛.
여름의 사랑 같은 맛.
그래서 김지애 님도 노래를 부르셨던가.
매년 영암에서 무화과를 대량 구매해주시던 이호영 셰프님 덕분에 물리게 먹던 무화과였다. 생과로 즐기고, 잼으로 끓여 먹고 톡톡 씹히는 특유의 식감이 고혹적이지.
여자 배구 8강전이 길어지고 있다.
숨 가쁜 이 플레이에 내 심장이 쫄아들고 있다.
우리나라 여자 배구팀 정말 대단하다.
너무나 멋진 선수들!
어제 현대백화점 식품관 갔다가 컬리플라워 반쪽 세일하는 품목을 발견해 들고 왔다. 한 덩이는 늘 너무 부담스럽다.
컬리플라워는 식초 물에 세척하고 먼저 팬에 버터를 녹이고 약한 불에 그을리듯 굽는다. 노릇한 색이 나오면 버터를 더하고 무화과도 올린다.
컬리플리워는 연두로 간을 해도 좋지만 오늘은 소금 약간.
냉장고 안 치즈 두장과 토마토를 더하고
발뮤다에 구운 꼼 다비뛰드 호밀빵을 놓은 후
좋은 올리브 오일을 넉넉히 뿌려준다.
촉촉함을 두려워 말라!
따뜻한 커피도 좋겠지만
우선 손이 바빴던지라 콜드 브루로 간단히 차리자.
버터에 구운 무화과가 주는 농밀한 당도와 풍미
와인에 절여 먹는 맛도 좋지만
이렇게 부드럽게 으깨져서 치즈와 함께
오픈 샌드위치처럼 즐기는 맛을 추천한다.
커피는 펠트 커피.
디카페인 콜드 브루.
한 끼를 차려 먹는 일이 어렵지는 않지만 결국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행위와 마음먹기가 참 어려운 요즘이다. 그래도 이 계절에 나는 과일과 채소를 내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스스로에 대한 정성과 애정을 사랑한다.
하루를 지탱하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