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조선의 삼사三司를 생각하며

by 김동순


사헌부司憲府 | 시정 논의, 백관 규찰, 기강과 풍속 정립, 억울한 일 해결

사간원司諫院 | 국왕에 대한 간쟁과 논박

홍문관弘文館 | 경서와 사적의 관리, 문한의 처리 및 자문에 대응



조선 시대(1392~1910)의 삼사는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으로서 국왕의 권력 독점을 방지하는 기관이었습니다. 역사 기록에서 보면,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 운영이 정상 또는 비정상적으로 권력의 영향을 받았으나, 명시적인 기능은 그러하였습니다. 권력 독점을 방지하는 제도를 운용하였다는 것을 한편으로 보면 소통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리더십에 있어서 소통은 언로言路의 연결을 구성하고, 그 관계를 균형 있게 유지한다는 측면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의 경영 리더가 좋은 소통의 구조를 만들고, 운용하기 위한 실마리를 삼사에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조직의 구조와 명칭을 고려와 조선 시대의 삼사와 동일하게 가져가는 것은 시대적으로 무리가 있으나, 그 기능만큼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관점으로 의미를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리 감찰과 기강 단속의 행정을 담당했던 ‘사헌부’의 기능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조직 구성원의 근태 불량, 예산이나 비용의 비상식적이며 비윤리적인 사용, 자료나 보고의 허위 또는 은폐, 인사의 부적절과 청탁, 이기적인 파벌 형성, 회사 비밀의 보안 미준수, 개인적인 위법 또는 비윤리적인 행위 등등 소위 감사監査라는 기능만으로는 통제가 부족한 행태들이 적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조직의 부문이나 팀 리더들이 일차적으로 구성원들을 잘 관리해야 할 사건이지만, 그들 역시 사건의 발견과 조치가 가능한 것도 있고 불가능한 것도 있습니다. 작은 조직에서는 이러한 (사헌부) 기능을 수행하는 팀이 만들어지기 힘들겠지만, 최소한 담당을 한두 명 지정하거나 업무를 지정하여 사전 인지와 조치, 사건 발생 시 즉각 조치, 사후 처리나 재발 방지의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것이 경영 리더가 스스로 조심하고, 조직 문화를 건강하게 조성하는 중요한 방책입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조직의 뿌리는 부정행위를 용서하지 않는 공정한 토양에서만 가능합니다. 당연히 경영 리더나 구성원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원칙과 규정을 준수하고 사리사욕을 챙기지 않는 구성원을 무능력하다고, 답답한 것이라고 말하면 참 나쁜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 모두 잡아가서 큰 벌로 처단할 수 있는 ‘사헌부’가 우리 조직에 있습니까?


정책에 대한 간쟁과 논박을 담당했던 ‘사간원’의 기능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묘항현령猫項懸鈴. 쥐 떼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기를, “노적가리를 뚫고 쌀 광 속에 깃들면 살아가기가 퍽 윤택할 것 같은데, 다만 두려운 것은 오직 고양이일 뿐이다.”라고 하니, 어떤 한 마리 쥐가 말하기를, “고양이 목에 만일 방울을 달면 거의 소리를 듣고서 죽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자, 쥐 떼들이 기뻐 날뛰면서 말하기를, “자네 말이 옳다. 우리가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라고 했다. 어떤 큰 쥐가 천천히 말을 했다. “옳기는 옳으나, 고양이 목에 누가 우리를 위하여 방울을 달 수 있겠는가?” 하니 쥐 떼들이 깜짝 놀라고 말았다. <동언해東言解의 어면순禦眠栒>


쥐 떼들의 두려움이나 답답함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경영 리더나 최고 경영자의 의사 결정이나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상당히 많은 직원은 의문과 의심과 불신과 포기의 심정에 빠지곤 합니다. 그러나 역시 대부분 조직에서 최고 경영자의 절대적 권한에 ‘예’ 한마디를 알아서 하지 않으면, 결국은 잘려나가는 현실입니다.


조선 시대 사간원의 간관諫官들은 근무시간 중 술을 마시는 것이 허가되었다고 합니다. 술에 취해 국왕과 맞짱이라도 떠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왕에게 권한을 위임받았던 간관 들조차 힘들어했는데 요즘은 어떻습니까? 수평적 조직이다, 열린 조직이라는 것은 하부 계층에서만 적용될 뿐이고, 가장 중대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그곳의 의사 결정은 오직 한 사람만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절대 권력자의 과오나 비행을 비판할 수 있으며, 경영 리더에 대해 탄핵을 할 수 있으며, 조직의 언론을 유지할 수 있는 우리 조직의 ‘사간원’이 있습니까?


기록을 관리하고, 정책에 대한 자문을 담당했던 ‘홍문관’의 기능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왕의 자문에 응하는 업무 때문에 왕에게 조정 대소사의 옳고 그름을 간언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사헌부와 사간원의 합계合啓에도 왕이 그 간언을 듣지 않으면 마지막으로 홍문관을 합하여 삼사합계로 간언하였다고 합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상소까지, 왕의 의사 결정은 매우 힘든 일이었고, 좀 더 효율적이고 바르게 처리하기 위해 전문적인 신료나 홍문관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지금은 이런 상황이 더 복잡해졌습니다만, 보고가 넘치고,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결정을 원하는 각 경영 리더들 때문에 최고 경영자는 전체 최적의 의사 결정이 매우 힘듭니다. 조직 구조상으로 자문위원회가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자문의 범위 등이 명확하지도 않습니다. 보고가 아닌 자문을 전달할 수 있는 실효적 네트워크나 의사 결정 리더에게는 존재해야 합니다. 이런 역할이 가능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집현전을 혁파한 세조 이후, 성종 9년이 되어서야 홍문관은 집현전의 기능을 갖게 됩니다. 학술 연구와 인재 육성입니다. 요즘이면, 경제경영연구소와 인재개발연수원을 함께 운영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람을 발굴하여 최정예 인재로 육성하고, 조직의 핵심 기술과 정보를 가치 있게 통합하고, 외부와 내부의 지식 정보를 걸러서 자문할 수 있는 ‘홍문관’이 우리 조직에 있습니까?


조직 구성원들이 본인에게 분담된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신 업무의 문제를 떠나, 전사적인 측면에서 조직이라면 ‘이것은 기본’이라고 원하는 기능이 바로 삼사입니다. 이 삼사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 벌어질 일은 생각만 해도 매우 참담할 것입니다.


최고 경영자가 결심, 결정해야 하는 조선 시대 삼사의 기능을 살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리더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삼사의 기능을 확보할 수 있다면 리더로서 중심을 유지할 수 있는 든든한 경계의 구축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주변의 인물을 잘 살펴서, 삼사의 기능이 가능한 사람을 가까이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이러한 의도를 굳이 알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 인물들이 기대에 부합할 수 있거나 좀 미치지 못하여도 그렇게 시작해 봅니다. 설사 도움의 말을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분명 깨우칠 것이 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스스로 일정한 주기에 맞춰 월月에 한 번 정도? 마음 한쪽 자리에 삼사를 초대하시기 바랍니다. 나의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으로부터 마음이 울리는 자성의 소리를 스스로 경청하고 나만의 기록을 남깁니다. 지나친 반성은 동기 부여를 방해하니 적절히 경계하고, 해야 할 것과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실천의 지혜를 구하면 됩니다.



더 늦기 전에,

삼사를 곁에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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