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오너의 무오류無誤謬 강박행위

by 김동순


본인은 항상 옳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사가 왜 이 모양, 이 꼴인가요?



창업자든 창업자가 아니든, 오너는 기업을 유지하고 성장시켜 사회에 기여함과 동시에 임직원들을 보살펴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그에 상응하는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너는 과거와 과거로부터의 현재, 그리고 현재와 현재의 미래를 꿰뚫어 시장과 사업을 실체화하고, 재무상태를 온전하게 하여 투자에 대한 우려를 차단하고, 고객과 외부 경쟁자에 대한 대응은 물론 내부 임직원의 위계와 소통과 성과를 더 강하고 실속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몇 달씩 밤잠을 못 자고, 어쩌다 건강도 나빠집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 조언을 구하여 그것을 확실히 분별하고 헤아려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그제야 결심이 서면 임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이 지혜롭지 않은(?) 사람들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준비가 잘 된 오너의 의견을 자신의 이익에 따라 한사코 반대하는 임원도 있습니다. 복잡한 사정과 결정의 과정을 거쳐 겨우 큰일을 하나 진행합니다. 그리고 이 큰일 뒤에 따라오는 새로운 큰일을 준비합니다. 이어지는 걱정이 많습니다.


기업의 많은 자리 중에 이런 자리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오너입니다. 특히 창업자 가문의 오너에겐 이런 DNA가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너가 위치한 이런 지점과는 극단적으로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오너도 있습니다. 무오류無誤謬의 자기 확신에 빠져 독선과 오만으로 비이성적 경영을 자행하는 경우입니다.


독단獨斷 | 남과 상의하지 않고 혼자서 판단하거나 결정함

독선獨善 | 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일

오만傲慢 | 태도나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함

편견偏見 |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


왕의 면책특권Crown immunity은 왕은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왕의 면책특권에 따라 왕은 무오류이기 때문입니다. 왕은 그랬습니다. 또한, 사법부의 면책특권Judicial Immunity은 판사가 법정에서 오판하더라도, 그로 인해 손해를 입은 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없고, 사형을 집행해도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철학, 종교학, 심리학, 행동경제학 등에서 정의된 무오류 강박행위强迫行爲가 기업의 오너에게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관찰해보았습니다.


첫째, “(버럭) 내 말을 끊지 마! (내 말을 들어!)” 무오류 오너는 듣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냥 내 말대로 하라는 것입니다. 나는 일을 시키는 사람이고, 당신 임직원들은 그저 일꾼이기 때문입니다. 일꾼이 감히 오너에게 무슨 말을 합니까?


한비자(韓非子, 기원전 약 280~233년, 전국시대 말기 韓출신)는 난언難言과 세난說難편에 이렇게 서술했습니다. ‘군주를 설득하거나 의견을 소통하는 것이 말을 못 해서가 아니고,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군주에게는 상식과 근거는 필요 없고, 오로지 군주 본인의 생각이 이미 결정의 절대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너에게는 ‘살펴서’ 말을 해야 합니다. 오래전, 삼성그룹을 창업한 이병철 회장(1920~1987)의 유언 중 하나가 ‘경청傾聽’이라 했습니까? 리더의 자리에서 해보면 아시겠지만, 경청은 정말 어렵고 어려운 일입니다.


둘째, 무오류 오너는 사람을 용도에 맞춰 쓰지 못합니다. 재목材木을 눈여겨보아 대들보로 쓸 것인지, 창틀로 쓸 것인지, 고임목으로 쓸 것인지 구별을 하듯, 그 사람의 직위에 따라 적합한 일을 맡겨야 하는데, 오너가 갈피를 못 잡고 사소한 사건이나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즉흥적인 수준으로 업무 지시를 하여 당사자들을 당황스럽게 합니다.


오랫동안 함께 일한 임직원들의 직위가 자연스럽게 상승했지만, 창업한 오너의 눈에는 그 사람의 능력이 빤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사람이나 새로 입사한 사람에게나 그 직위와 능력에 맞는 일을 주고, 그 일의 결과를 비교하여 그의 직위와 처우를 평가해야 합니다. 사람을 보는 눈이 허약하고,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용도에 맞추지 못합니다.


셋째, 무오류 오너는 분노의 순간이 잦습니다. 화를 내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거나, 무엇엔가 쫓기고 있기 때문이며, 스스로 행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왜? 임직원들이 진심으로 자기를 존경하지 아니하고, 보고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하며, 특히 의사 결정 과정에서 본인을 배제하고 있다는 의심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너는 분노할 수밖에 없지만, 이 모든 것이 다 자업자득自業自得입니다.


넷째, 무오류 오너는 친구가 없습니다. 회사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느라 친구 만날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친구 ‘관계’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이분을 좋아하지 않고, 이분 역시 누구를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사업하는 친구든, 동네 친구든 베풀어야 좋아합니다. 음식을 베풀든, 웃음을 베풀든, 금전적 혜택을 베풀든 해야 사람들이 좋아하며 모이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인데, 통 그러질 못합니다. 이분은 그런 베풂이 참 아까운 것입니다.


본인은 특별한 사람이라서, 본인이 일을 많이 하느라, 고객과 임직원들을 챙기느라, 친구가 없다고 합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오너는 친구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오너가 할 일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른 이들은 어떻게 기업을 경영하는지, 그들의 경험에서 문제를 대비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얻어야 하는데, 그런 친구가 항상 없습니다. 그러고, 나이가 들어가며 외롭습니다.


모두 나를 떠받들어야 하는데, 그들은 그러질 않고 연락도 하지 않습니다. 내가 먼저 그들을 떠받들고 연락을 해야 관계가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세상입니다. “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없어. 나하고 맞지 않아”라고 말하는 그는 도대체 무엇이 맞지 않는다는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다섯째, 무오류 오너는 ‘투명하고 열린 경영’이란 ‘핑계 경영’에 익숙합니다. 이런 오너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항상 참석자들의 100% 합의를 요구합니다. 강요된 전원 합의가 경영의 투명함을 증명한다고 고집합니다. 고집한다는 말의 이유는, 이 오너도 ‘합의했으나, 진정으로 합의했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는다는 것’을 속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 결정이 투명하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권한에 따라 진지한 소통이 되었으며, 합리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회의록에 전원이 서명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오너는 그렇게 피해 가는 것입니다. 2020년 법원의 어떤 판결이 사회적으로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실제 공정한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해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섯째, 무오류 오너는 배우라고, 도움을 구하라고, 변하라고 하면서 등 떠밀고 소리를 지르지만, 정작 본인은 그러지 않습니다. 제대로 배워보자고 초빙한 전문가의 ‘전문적인’ 의견을, 배워야 할 사람이 평가하는 반전 상황입니다. 평가 자체가 안될뿐더러, 뻔한 이유로 의견을 거절합니다. 오너가 이러니 다른 임원들이나 직원들의 배우는(?) 자세가 어떻겠습니까? 전문가의 의견에 슬쩍 동의하는 척하고, 결국엔 오너의 결정을 따르게 됩니다. 그냥 조직 에너지의 소비일 뿐입니다. 배움이란 본인이 뭘 모르는지를 아는 것부터 출발하는데, 오너 본인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모두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회사의 창피한 웃음거리입니다.


일곱째, 무오류 오너는 본인의 책임이 절대 없습니다. 무오류無誤謬의 자기확증편향自己確證偏向입니다. 어쩌다 꼭 책임을 규명해야 할 때는, 증거가 있든 없든 누구에게라도 그 책임을 확실히 전가합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처리가 오랫동안 반복되었기에, 항상 팀장 이하 직원이 오너에게 필요한 희생양이 됩니다. “대안을 제시하라. 마지막 책임은 경영진이 감수한다.”라고 말해도 사건의 책임은 결국 팀장과 담당들이 떠안습니다. 오너는 실수를 하면 안 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식의 처리가 협력사나 심지어 고객사와 거래에서도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협력사와 비정상적이며 손해를 보는 사건에는 이런 점들이 원인을 제공한 것입니다.


여덟째, 무오류 오너는 본인 몫을 꼭 챙깁니다. 그런데, 직원들에게 이 행위가 꼭 노출됩니다. 회사 형편이 어떻든 ‘난 이만큼 받아가야 해, 난 이렇게 고객을 접대해도 되잖아, 회사와 개인을 꼭 구분해서 비용 처리를 해야 해? 내가 곧 회사인데?’


직원들이 참 욕심도 많다고 합니다. ‘그 욕심을 채워주려고, 내가 왜 열심히 해야 해? 나도 열심히 안 하고, 내 욕심을 차릴 거야. 그러니까 너희들도 그렇게 해. 회사 주인이 저러는데 내가 왜?’ 속마음이 이렇습니다. 오너가 왜 그러는지 다 압니다.


이런 무오류 오너가 있는 회사의 분위기는 어떨까요?


첫째, ‘직원들은 오너를 어떻게 보좌하고(받들고!) 있는가?’란 질문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그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합니다.


의견을 모아 결재 서류를 수차례 반복해서 보고해도, 결국엔 오너의 입맛에 맞아야 승인됩니다. 이처럼 뻔한 결재이기에 오너의 심기와 평소 말씀대로 하는 것이 빠르고 좋습니다. 임원들조차 이런 상황에 익숙합니다. 의견을 다투다가 결국 나중에 오너의 결정이 있을 것이니, 적당히 뭉갭니다. 오너가 듣기 좋아하는 쪽으로 말하고, 처리함으로써 임원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철저히 피합니다. 능력 없는 임직원들과 착각하는 오너가 자기 자리를 보전하는데 딱 좋습니다. 회사가 망하는데 딱 좋습니다.


둘째, ‘이런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어떤가?’란 질문입니다. 매출과 이익이 모두 고객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이 회사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불만이 많은 고객이지만, 마땅히 다른 곳도 없고 가격이 저렴하니까 이 회사와 거래합니다. 고객이 주문을 많이 하면 매출이 늘고, 주문을 줄이면 매출이 뚝 떨어집니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매출이 오르든 떨어지든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형편인데 재무제표까지 오너의 입맛대로 조정하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욕심 많은 오너는 자기 몫을 여지없이 챙깁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회사의 의지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것이 회사의 실력이 아니라, 오로지 고객사와 협력사의 도움에 매달려 있는 매우 위태로운 형국입니다.


셋째, ‘회사의 분위기는 어떤가?’란 질문입니다. 조직 문화? 분위기?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런 것을 모르고, 아예 관심도 없습니다. 조직 문화를 이야기하는 직원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경력 사원으로 들어온 직원만 이게 뭔가 합니다. 그냥 책상에 앉아서 뭐라도 붙잡고 일하는 척하면 됩니다. 제일 급한 일은 오너의 지시입니다. 현장에서도 바쁜 척 왔다 갔다 하면 됩니다. 내가 책임질 일은 하지 않고, 누가 뭐라고 하면 바로 들이받으면 됩니다. 경영진에게 대놓고 책임을 미뤄도 됩니다. 뻔뻔한 사람이 항상 이깁니다. 사실, 직원들도 이러기 싫습니다. 희망이 없습니다. 그냥 다니는 겁니다. 안 그러면 못 버팁니다.


넷째, ‘고객사와 협력사는 어떤 평가를 하는가?’란 질문입니다. 한마디로 “믿을 수 없다”입니다.


고객은 이 회사에서 일하는 담당들을(딱하게도,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하는 몇몇 직원도 있지만) 믿을 수 없다고 합니다. 담당들이 약속을 안 지키는 것입니다. 처음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고객사와 협력사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그래서 이 회사에 대해 전혀 기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고객사와 협력사는 법이 허용한 온갖 이유로 단가 인하와 단가 인상을 엄청나게 요구합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거절할 방법이나 실력이 없습니다.


다섯째, ‘이 상황에서 회사의 결정적인 폐해弊害는 무엇인가?’란 질문입니다. 결국은 자멸한다는 전조前兆가 가득한 것입니다. 충격적이지도 않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지혜로운 사람, 영리한 사람, 일 잘하는 사람, 열심히 하는 사람, 요령 있는 사람, 용기 있는 사람 등등 이런 사람들이 떠나는 것이고, 더 끔찍한 것은 그런 사람들이 입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회사에 적응하지 못해 떠나는 직원도 있습니다만.)


결국은 사람인데, 쓸 사람이 없으니 어떤 문제도 해결이 안 됩니다. 기술이 사라지고, 품질과 납기가 망가지고, 원가와 재무가 악성으로 곤두박질칩니다. 그렇게 될 것이란 것을 이미 알았으면서도.



절대 기대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말한다면,

이런 오너는 반성과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이것을 못 하겠으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

회사를 떠나야 합니다늦으면 안 됩니다. 더 늦으면 바로 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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