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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순 May 11. 2022

10-7. 한 식구 같은 직원들이지만, 내부 고객입니다


‘내부고객만족도’ 조사를 하십니까?



규모는 작은데, 가족 같은 화합의 분위기가 가득한 회사, 선후배의 우애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회사는 좋습니다. 창업의 꿈을 함께하며, 밤과 낮을, 네 일과 내 일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는 회사는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만 너무 강조하게 되면, 회사라는 집단에서 일하면서 지나치는 문제가 있습니다. 짚어 보자면,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것, 부적절한 핑계를 들이대는 것, 업무 능력보다는 서열이나 나이, 근무 연수를 우선시하는 것, 나중에 입사한 직원이 이런 분위기에 적응이 안 되는 것 등등입니다. 


사적인 모임에서 서로의 관계를 형이나, 언니, 동생으로 편안하게 대하는 것을 뭐라고 할 것이 아니지만, 회사에서는 이런 관계를 ‘내부 고객’의 관점으로 설정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회사는 ‘이 정도는 이해해 주겠지. 그것도 이해 못 해준단 말이야?’라는 식으로 이해를 구하는 곳이 아닙니다. 회사라는 곳은 외부 고객이든 내부 고객이든 철저하게 서로의 계약이나 약속을 이행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가족과 같은 일체감의 토대 위에 내부 고객 마인드와 그에 적합한 관점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내부 고객 마인드와 제도를 무엇부터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요? 작은 회사로 출발해서 큰 꿈을 이루는 데는, 끝까지 가지고 갈 것이 있고, 과감히 버리면서 극복하여 함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강을 건널 땐 배가 필요하지만, 건너고 나서는 마차가 필요합니다. 


우선 기본적인 4가지를 말하자면, 직장 내에서 예절을 바르게 하는 것이고, 공公과 사私를 구별하는 것이고, 약속 시각을 잘 지키는 것이고, 업무에 필요한 것을 문서로 만드는 것입니다. 제도적인 4가지로 본다면, 업무 분장은 기본이고, 업무 계획과 보고의 정례화, 회의 운영, 결재 3단계를 실행하는 것입니다.


대기업에서 대인 관계가 잘 훈련된 사람들이 창업한 작은 회사라면, 당장 직장 예절을 기본부터 다시 교육할 일은 아니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직장 예절에 관한 기본을 공유해야 합니다. 함께 근무하면서, “아니, 너는 어떻게 이런 것도 모르냐?”, “정말 당황스럽네, 왜 저러는 거야?”, “느닷없이 왜 그러는데?” 등등의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정도면 심각합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신랄한 속담입니다. 외부 고객이 이런 반응을 보일 때, 경영자의 머리가 쭈뼛 설 수밖에 없고, 진작에 좀 가르쳐 놓을 걸, 이제 와서 후회막급입니다.


직장 예절도 격식을 차리는 것이기에, 행동으로 익히는 데 반복 훈련이 필요합니다. 좀 쑥스럽겠지만 서로를 부르는 호칭, 좌석 배치, 인사, 복장, 용모, 보고하고 보고 받는 자세, 회의할 때, 문서 작성할 때, 회식 자리 등등에서 예의 바르고 세련된 태도를 보인다면, 동료, 부하 직원 모두에게 언제 어디서나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잘 훈련된 직장 내에서의 예절은 외부 고객을 응대할 때도 여실히 드러나게 되어, 외부 고객에게 매우 좋은 인상을 주고, 원하는 사업의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절은 자기에겐 사소한 것인데, 이 사소한 것에 실수하여 큰 후회를 하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기본예절을 몸으로 익힌 차이가 있으므로,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직장 예절을 통해 올바른 질서를 만드는 것이 내부 고객 마인드와 태도의 첫걸음입니다.


공公과 사私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제 나이를 먹은 어른이 아니고 업무의 파트너가 될 수 없습니다. 공과 사의 분별력이 없는 사람에게 일을 맡길 수도 없습니다. 뭘 하든 자신의 취향과 방식만을 강요하고, 근무 시간 중에 개인 용무를 보고, 거기에 회사의 비용을 사용하면서도 당당하고 뻔뻔한 사람을 누가 인정하겠습니까? 그에게 좋은 마인드가 없으니, 매일 터져 나오는 게 불협화음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끼린데 뭐 어때? 아,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렇게 따져, 조그만 회사에서. 나중에 회사 커지면 그때 가서 잘하자고, 응?” 자신의 허물은 자신만 못 보고, 남들이 죄다 보고 있습니다. 공과 사가 불분명하면 직원들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틈이 생기고, 이 틈새로 불만, 불신이 빠르게 파고듭니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한 행태의 확실한 증거가 있으면, 미루지 말고 가혹할 정도의 일벌백계一罰百戒만이 즉효 약입니다.


업무적으로 보았을 때, 내부 고객 마인드가 좋은 수준이란 증거는, 일단 약속을 잘 지키는 것입니다. 일에는 무엇을 언제까지 준비하겠다, 끝내겠다는 납기가 있습니다. 보통 외부 고객과의 납기에 대해서는 금전적인 거래이기 때문에 지키려고 애를 쓰는데, 사실은 내부 고객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부 고객과의 납기를 못 지키면 돈이 안 들어오고, 내부 직원들끼리 납기를 안 지키면 돈이 낭비됩니다. 그래서 시간이 돈인데,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가만 보면 시간을 어기는 것도 습관입니다. 어기는 사람들이 자주 못 지킵니다. 정말 불가피한 이유보다는, 약속 자체를 우습게 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못된 습관을 지닌 사람에게는 약속의 권한을 주면 안 되니, 지금부터 아예 무시하고 다른 사람에게 약속을 받아야 합니다.


모든 것을 무조건 문서로 작성해도 안 되지만, 누구의 요구사항, 서로의 약속은 문서로 만들어야 합니다. 외부 고객과의 업무처럼 일종의 약속[거래]을 요령 있는 형태의 문서로 분명히 한다고 보면 좋습니다. 말로 전달하고 협의해서 착착 일이 진행된다면 참 좋지만, 대부분 한 사람이 한 번에 한 가지의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 만에 끝나는 일도 거의 없기 때문에, 잊어버리기도 하고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이게 말로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또한, 회사에는 일이 잘되든, 잘 안 되든 어떻게 그렇게 된 건지를 추적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이런 경우에도 문서가 남아 있지 않으면 매우 곤란합니다. 내부 고객의 요구사항도 정확해야 하고, 그에 대해 업무 대응이 확실히 진행되어야 서로의 업무는 효과적으로 됩니다. 이렇게 맺어주는 것이 문서입니다.


지금까지, 먼저 해야 하는 기본적인 것들의 교육 훈련에 대해 살폈는데, 다음 단계로서 제도적인 시스템으로 접근해 봅니다.


우선, 작은 회사, 인원이 적을수록 업무 분장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 일 저 일을 그때그때 이 사람 저 사람이 해서는, 일이야 어떻게 진행되겠지만 직원들이 정신이 없다고 합니다. 물론 고객도 당연히, 당신네 회사랑 일하면 정신이 없다고 합니다. 업무 분장이란 것도, 한 번 정하면 몇 년간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분담이 유지되다가 필요에 따라서 다시 분장하는 것입니다. 업무 영역이 정해져야 책임과 권한이 명확해지고 업무 집중이 가능하여, 외부든 내부든 고객에게 효과적인 공격과 수비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업무 분장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량, 즉 업무 부하가 공평한가를 따질 수 있습니다. 이 공평성이 보장되어야 직원들의 사기에 문제가 없어, 소위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됩니다.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은 부품[업무 분장]이 잘못되었거나, 과부하[업무의 불공평]로 인한 고장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 각자의 업무 계획과 보고를 날마다든 주간이든 공유하도록 합니다. 직원들이 출근하더니, 각각 출장 간다고 하는데, 바쁘다고 하는데, 뭘 하는 일인지 모르고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각자 출장 가서, 고객 회사에서 같은 일로 만날지 모릅니다. 각각의 모터는 열심히 돌아가고 있는데, 그것들이 벨트로 연결이 안 되거나 정해진 순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축구 할 때 공을 뻥뻥 차대는 데, 사람을 보고 차야지 아무 곳에 마구 차 버린다면 경기에서 이길 수 있습니까? 게임이 안 됩니다. 승부는 보나마나입니다. 작전을 말하고 패스를 해서 제대로 차야 하는 것처럼,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고 알아야 이익이 남는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상대방에게 공을 패스한 보람도 있습니다. 자신의 업무 계획과 진척상황을 밝히고, 타 부서의 그것까지도 온전히 알도록 노력하고 도와주는, 힘든 자발적 변화가 바로 스스로 커 가는 성장통입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날을 정해서 하는 회의가 내부 고객 마인드의 형성과 향상에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이런 회의를 안 한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어쩌면, 아픈 데가 없으니까 건강 검진을 받지 않아도, 지갑에 돈이 얼마 있고 이번 달에는 얼마 벌어 얼마를 썼는지를 모르더라도, 사는 데 문제가 없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기업은 다릅니다. 외부와의 끝없는 ‘경쟁’이란 것이 코앞에 있기 때문에, 필요에 맞춰 전열戰列을 가다듬고, 어떤 상황에서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따라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회사 전체의 경영 회의를 통해, 직원과 부서의 역할이 이익 창출에 얼마나 중요하고, 어떻게 기여했는지,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담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작은 회사들은, 매일 얼굴 보면서 일하고 있는데 무슨 회의를 따로 하느냐는 생각도 있는 것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형식을 갖추어서 논의해야 합니다. 그래야 경영에 대한 오해가 없고, 목표나 이익을 유지할 수 있고, 빠른 시간 내에 협력할 수 있습니다.


결재의 절차도 역시 필요한 만큼 유지해야 합니다. 작성, 검토, 승인의 3단계로 진행되는 결재는, 계층별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훌륭한 시스템입니다. 회의가 부서 간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증진하는 것이라면, 이 결재의 단계는 부서마다 배정된 분업의 질을 더욱 전문화하는 것입니다. 서로 살펴서 부족한 점을 채우고, 좋은 점에 더욱 부가가치를 높여 주는 제도입니다. 늦은 결재, 의견 없는 결재, 자기중심적 결재가 문제이지, 원칙대로만 한다면 좋은 점이 훨씬 많습니다.


경영자나 영업 사원의 말만 믿고 계약서에 서명하는 고객은 거의 없습니다. 그 회사의 내부 역량이야 어떻든, 계약서에 제시된 품질, 가격, 납기만을 오로지 믿는 고객은 없습니다. 고객은 이 회사의 직원이 몇 명인지, 어느 부서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특히 리더들의 역량이 어떤지, 심지어 업무와 의사 결정 시스템까지도 샅샅이 살펴보려고 합니다.


어느 회사가 분위기 좋다고, 실력 있는 회사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분위기의 ‘내용’이 포인트입니다. 선후배 우정으로, 학교의 연구실처럼, 자기완성형의 과업에 충실하면서 그저 친하게 지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구성원으로서 일의 약속을 잘 지켜 정말 일 맛 나는 분위기이어야 합니다. 프로들이 모여 있어야,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고, 팀워크를 공격적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프로로 만들기 위해 직원들 간의 잔정을 기특하게 여기기보다, 경영자와 리더가 내부 고객의 마인드와 그에 걸맞은 방식에 적응하도록 엄하고 강하게 육성하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예禮란 의義가 겉으로 드러난 모양이다 <한비자韓非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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