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지원보다는 통큰 몰아주기가 나을 때도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새해가 되면 'OOOO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라는 책자를 발간합니다. 새해부터 달라지는 제도와 법규사항들을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인데요. 사업을 운영하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2022년부터는 생후 12개월 내 자녀에 대해 부모 모두 육아휴직 사용 시 부모에게 각각 3개월간 육아휴직급여를 최대 월 300만원(통상임금 100%)을 지원하는 이른바 '3+3 부모육아휴직제'가 시행됩니다.
그런데 이 책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지원제도가 있었나' 싶을 만큼 많은 지원금 정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지요.
월 평균보수 230만원 미만 노동자를 고용한 30인 미만 영세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월 3만원의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 (고용노동부 일자리안정자금지원추진단)
보호대상아동, 기초생활수급가구 아동(만 12~17세)이 후원 등을 통하여 아동발달지원계좌에 일정 금액 적립 시 월 10만원 내에서 2배의 금액을 매칭 지원 (보건복지부 아동권리과)
매분기별로 우선지원대상기업이 1년 초과 고용하고 있는 60세 이상의 근로자 수 월평균이 과거 3년간 월평균 60세 이상 고령자수보다 증가하는 경우 1인당 분기별 30만원의 고령자 고용지원금을 지원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
아예 지원을 해주지 않는 것보다는 당연히 낫겠으나, 월 3만원이나 분기별 30만원이라는 금액이 실제 생활에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과자 두세 봉지만 사도 만원이 우습게 넘어가는 시대인데요. 영세사업주라서 혹은 보호대상아동이라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금액을 현실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물론 위에서 열거한 지원제도 이외에도 다른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 정책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제도들은 직접 신청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각 제도별로 다른 요건이나 서류들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서, 제도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원대상자들이 너무 영세하거나 소득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지요.
짐작컨대 이러한 지원제도들이 난립(?)하게 된 이유는, 각 부처별 예산과 정책방향성이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수많은 하위부서들이 실행가능한 지원사업들을 기획하게 되는 정부의 업무방식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와 같은 월급쟁이인 공무원 분들께서도 '윗선의 지시'과 '부처별 실적'이 화두인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고군분투해야만 하고,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본래 목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정책들이 기획되고 실행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러한 쪼개기식 지원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폭적인 지원이 피지원자의 입장에서는 보다 도움이 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관료주의를 벗어나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의 지원사업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요? 누구 말마따나 '나라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이 많은 것'이 아니라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