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이유

by 담빛노트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나는 종종

시험대에 오른 사람처럼 질문을 받는다.


“돈은 좀 벌었어?”

“그거 해서 뭐가 좋아?”

“안 힘들어?”

“매일 글감이 나와?”


마치 취미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처럼,

나는 대답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이 된다.


특히 “돈 많이 벌었어?”라는 질문 앞에서는

잠시 마음이 서늘해진다.

돈이 되어야만 설명이 가능한 일이라면,

돈이 되지 않으면 할 이유가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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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질문은 나를 규정하려는 말이 아닐터

그 사람의 세계관이 스쳐 지나간 흔적일 뿐이다.

질문을 내 마음에 오래 두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설명되지 않아도 괜찮은 삶을 받아들이는 연습.


그리고 대신,

나는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기록하는가.

기록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흔들리는 감정이

글로 옮겨지는 순간,

비로소 자리를 찾는다.

머릿속에서 소란스럽던 생각은

문장이 되는 순간 질서를 얻는다.

감정은 조금씩 정돈되고,

상처는 설명 가능한 기억이 된다.


기록은 나를 객관화하게 만든다.

억울했던 순간도, 분노했던 말도,

문장으로 적어 내려가다 보면

그날의 나를 한 발 떨어져 바라보게 된다.

그 거리는 나를 구한다.


또 기록은 사라짐에 저항하는 방식이다.

좋은 풍경, 아이의 말 한마디,

지나가는 계절의 냄새,

괜히 울컥했던 저녁 하늘.

그 모든 것은 기록하지 않으면

쉽게 흩어진다.


나는 잊히지 않기 위해 쓴다.

그리고 더 정확히 말하면,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쓴다.


기록은 나의 태도를 증명하는 일이다.

흘러가는 하루를 그냥 소비하지 않고,

붙잡아 의미를 묻는 일.

그것은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나만의 성실함이다.


그러니 누군가 다시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돈 때문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써요.”


그리고 그 대답은

설득대신 나를 지키는 문장이

될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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