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소식은 땅에서 부터

by 담빛노트


오늘 아침, 정원을 둘러보다가 작은 기적을 발견했다.

아주 조그만 초록 새싹 하나.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제때를 알고 올라온 듯

땅을 톡 밀어내고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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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이는 자라서 노란 수선화가 된다.

지금은 그저 연약해 보이는 초록 점에 불과하지만

이미 자기 계절을 알고 있는 존재다.


봄은 늘 위에서 오는 줄 알았다.

따뜻한 햇살이 먼저 비추고,

바람이 먼저 풀리고,

그러면 꽃이 피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봄은 땅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깊은 흙 속에서,

긴 시간을 견디며 준비한 것들이

마침내 올라오는 순간이 바로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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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바른 곳에 먼저 고개를 드는 수선화처럼

우리의 변화도 그렇게 시작되는 걸까? 라고

말하려다가, 괜히 또 인생 비유할 뻔했다.


사실 그냥 귀엽다.

겉은 아직 겨울 흉내를 내고 있는데

땅속에서는 이미 몰래 회의를 끝낸 모양이다.

“자, 이제 나가볼까?” 하고.

수줍게 얼굴을 내민 초록 새싹을 보며

나는 괜히 같이 들뜬다.

별일도 아닌데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날.


봄은 거창하게 오지 않고

이렇게 소곤소곤 시작되나 보다.

지금 내 삶의 어디쯤에서도

뭔가가 슬쩍 고개를 들 준비를 하고 있을까?


굳이 이름 붙이지는 말자.

결심도, 다짐도, 변화도.

그냥 작은 초록 점 하나쯤이면 충분하다.

머지않아 저 아이는

환한 노란 수선화가 되어

“짜잔!” 하고 나타나겠지.


그때 나는 또 괜히 아는 척하며

“내가 처음부터 알아봤다니까?”

하고 기록하러 나올지도 모른다.


봄은 땅속에서

슬쩍 웃으며 올라온다. .

그래서 더 설레고,

그래서 더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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