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불안이야?

by 담빛노트


아이의 학교 입학 전 캠프가 있던 날이었다.

아이를 데려다주는 길.

아이는 긴장했는지 괜히 발을 동동 구르고,

손을 꼼지락거리며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을 보던 짝꿍이 한마디 한다.

“왜 저렇게 불안해하지?”

나는 가만히 창밖을 보다가

운전대를 잡은 그의 입을 들여다보았다.

“아, 신호 왜 이렇게 안 바뀌어?”

“저 차는 왜 이렇게 느려?”

“늦는 거 아니야?”


저기요.

지금 제일 불안한 사람은 누구죠?

나는 슬쩍 물었다.


“당신도 지금 불안한 거 아니야?”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한다.

“나는 그냥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됐으면 좋겠어.”

그 말이 참 솔직해서,

나는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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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상황을 우리가 다 통제할 수 있으면 좋겠지.

하지만 저 수많은 변수를 어떻게 다 잡아?

결국 흐름에 맡길 수밖에 없잖아.”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한다.

“아… 그런가?

내가 불안이 높은 편인가?”

그 질문이 참 귀여웠다.

마치 방금 자기가 감정이라는

신대륙을 발견한 사람처럼.


누구에게나 불안은 있다.

다만 문제는

내 안에 불안이 있는지조차 모를 때다.

우리는 아이의 불안은 잘 본다.

아이의 버릇, 태도, 표정은 금세 알아챈다.

그런데

내 말투에 묻어 있는 초조함,

내 표정에 번지는 긴장,

내 숨결에 섞인 조바심은 잘 보지 못한다.


참 묘하다.

아이를 키우며

우리는 아이를 가르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이가 우리를 들춰낸다.

“엄마, 아빠.

지금 당신 마음은 어때요?” 하고.

누군가의 행동에 비치는 태도를 지적하기 전에

‘나는 지금 어떤 상태지?’

한 번만 더 물어보는 습관.

그 한 번의 멈춤이

아이를 바꾸기 전에

나를 조금 부드럽게 만드는 것 같다.


부부로 오랜 시간을 살아도

우리는 서로를 다 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자녀를 통해 드러나는 서로의 모습 앞에서

“아, 당신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새삼 놀라게 된다.


오늘 나는

아이의 불안을 보다가

어른의 불안을 발견했다.


불안도가 높은 짝꿍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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