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만화 같은 순간

by 담빛노트


내 인생에도 청춘만화 같은 장면이 있었을까.

구르는 낙엽에도 이유 없이 깔깔 웃던 시절,

별일 아닌데도 세상이 전부 재미있던

그 중학교 때로 마음이 슬쩍 돌아가 본다.


학교에서 아이가 들려주는 어떤 에피소드를 듣고 있자니

마치 한 편의 청춘만화를 보는 듯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한없이 시크한데

이상하게 자기에게만 조금 더 상냥한 태도.


컴퓨터를 잘 몰라 허둥지둥하고 있으면

어느새 다가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마우스를 대신 움직여 주는 손.


별말도 없는데 자꾸 눈이 마주치고,

컴퓨터 모니터 뒤에서

들킬 듯 말 듯 나를 훔쳐보는 수줍은 시선.


귀여운 인형을 만지작거리며

“이 인형 귀엽지?” 하고 묻자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네가 더 귀여워.”

아마 그 말을 하는 사람도

그 말을 듣는 사람도

괜히 더 아무렇지 않은 척했을 것이다.


필통을 장난처럼 가져가 버리는 아이의 손을

되찾겠다고 붙잡는 순간,

순간적으로 보였던 그 힘줄까지도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생각해 보면

청춘만화는 꼭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다.


그 시절의 어색한 눈빛 하나,

괜히 심장이 빨라지던 짧은 대화 하나가

나도 모르게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만화처럼 반짝이게 만들어 놓는다.


이 모든 경험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장면들이다.


내 인생의 찬란한

청춘만화 같은 시절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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