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토에 서서 산하를 바라보제 제20화)
옛날 농경사회에서 일상생활을 함께 해온 동물은 소 말 닭오리일 것이다. 이들의 노동력과 생산물은 농가의 생활을 꾸려가는데 큰 역할을 하여 만일 이들의 도움이 없다면 농업활동과 경제생활을 영위하여 나가는데 큰 지장을 초래하였을 것이다.
이처럼 네 종류의 동물은 백성의 경제적 생활에서 중요한 존재이었고 이들과 생활이 오래간 지속되면서 삶터 여기저기에 많은 지명을 남겼다. 현재 대도시 생활에서 일부 동물을 취미활동 내지 반려자로 대우하며 생활을 함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이들이 남긴 지명은 각 동물의 가정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고 있다. 즉 실생활에서 필요정도와 지명 분포는 비례하지 않으며 또한 한국과 중국에서 같은 동물이라도 차이가 있다.
호랑이 사슴 독수리 두루미등은 왕이나 귀족등 특수 계층에서 취미나 반려로 길렀고 경제적인 역할은 없었다. 소 말 닭오리를 기르는 것은 백성의 경제생활을 위함이었다. 백성에게 이들은 노동력과 고급 에너지의 제공자이다 보니 그들이 남긴 지명은 여기저기에 무척 많다.
닭 지명의 경우 단지 현급 지방행정 단위 지명에 4개소를 들 수 있는 것에 비해 현縣보다 훨씬 작은 향진鄕鎭에서 100개 이상 찾아볼 수 있다. 현급 지명 4개소는 하북성 계택현 흑룡강성 계동현 섬서성 계서시 계관구이다.
그러나 오리는 닭과 유사한 역할을 하며 백성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지명으로 쌍압산 1개만 보인다. 그것도 오리가 앉아있는 산 형상에서 얻은 이름이다.
재미있는 것은 소 말이 남긴 지명은 닭에 비해 매우 적다. 소와 말은 농경사회의 생산과 발전에 닭보다 훨씬 큰 기여를 하였으나 지명에 이름을 남김은 그 역할에 비해 매우 적다. 소가 남긴 지명도 현급 행정단위보다 향진에 주로 분포한다. 요령성 해성시의 전鎭인 우장이 그 예이다.
말 관련 지명도 소의 경우처럼 매우 적다, 하남성 주마점시는 지명에 말을 뜻하는 글자가 있으나 지명의 유래를 보면 농경생활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명청明淸시기 출장길에 나선 관리가 쉬어가는 역참이 있었다는 이야기와 명明 시기 저마라는 지역에 역참을 설치하였는데 저마 이름을 예쁘게 부르기 위해 주마로 바꿨다는 두 종류의 유래가 있다. 어쨌든 이 지역은 교통이 편리하여 사방에서 오가는 행인을 위해 숙소를 두었으니 당연히 말도 많았을 것이다.
안휘성 마안산은 1956년 설치된 시市이나 지명유래는 관내 산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산 형상이 말을 닮아 그렇게 불렸을까? 그렇지 않다.
즉 항우가 해하에서 유방의 군대에 포위되어 사면초가 형세에 처해지고 싸움에서 패퇴하고 도망치다 마안산시 관내에 있는 화현의 오강에 다다랐다. 이때 오강의 어부가 항우에게 자신의 말을 타고 강을 건너가라고 청했다.
항우는 어부의 말을 타고 피신하려 했으나 이렇게 패퇴하여 고향 강동으로 되돌아 감은 고향 사람들에게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가지되 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피난하지 않고 오히려 자결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혼자 남은 말은 항우의 생각과 행동에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스스로 말안장을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말 지신은 이곳의 산이 되었다고 한다.
더 묘한 것은 말과 연관이 있는 주마점과 마안산에서는 말의 생산되지 않는다. 진정한 준마로 이름 얻은 곳은 운남성 원모현인데 원元 = 비飛 모謀 = 마馬로 합치면 나는 준마의 뜻이 된다.
한반도의 백성의 삶은 농경이 기본이라 중국의 농민 생활의 경우와 유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닭 말 소 오리는 생활경제에서 가장 의지하는 동물이었다.
닭은 아주 오래전부터 길러 온 가축으로 실생활과 가깝고 친숙한 동물이어서 곳곳에 지명이 많으며 유래와 전설이 다양하게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닭과 관련이 있는 지명은 남한에 293개소나 있다.
십이지 동물 중 용(1261개) 말(744개) 호랑이(389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닭이 울고 날아갔다는 충주 계명산 닭이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는 봉화의 닭실마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오리와 관련된 지명은 경주시 압안지에 오리 이름(압)이 보인다.
기마 민족'이라 불리는 우리 민족은 말을 무척 사랑하고 귀하게 여겼다. 고구려 무용총의 수렵도 신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 등을 보면 전통적으로 말을 다양하게 활용했다는 증거이나 일반 백성의 경제생활에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한반도의 말 관련 지명은 62개소인데 강원도 10곳 서울 9곳으로 가장 많다. 성동구 마장동은 조선 초기부터 말을 기르던 양마장이 있었다.
소는 근면함 풍요로움 희생 의로움을 상징하는 동물로 전통 농경사회에서 농사일을 돕는 매우 중요한 존재이며 또한 농가의 가장 중요한 재산이었다. 이러한 경제적 특징과 생활 모습으로 지명에 많은 이름을 남기고 있다. 지명으로 우산 우동 등 총 731개로 용(1261개) 말(744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닭의 경우 두 나라 비슷하게 많으며 오리도 경우 지명이 적다. 그러나 소 말 관련 지명의 경우 중국은 상당히 적게 보이나 한반도는 이와 반대로 많이 있다. 왜 이런 차이기 생겼을까? 특히 말의 지명이 더욱 그러하다.
이는 두 나라의 경제문화적 전통과 생활환경 및 말의 활용 방식이 달랐기 때문일 것인바 이에 대한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