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토에 서서 산하를 발보다 제19화)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며 가까이 두고 애끼는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 가는 보통 동물이나 식물이다. 그러나 반려 관계가 지나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지 못하는 위안과 만족을 반려자에게서 얻는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있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자신을 해치기까지 하였다.
그렇다면 옛사람들은 어떠했을까? 백성들의 사례는 기록을 찾기는 어렵지만 최상위 권력층의 경우 반려 대상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자신을 죽음으로 몰았다. 그러나 이야기를 지명에 남겼다.
하남성 학벽시.
이 지역은 상나라 네 명의 군주가 궁궐을 두었던 곳으로 당시에는 조가라고 불렸다. 서주시기에는 위衛 나라의 도읍지였는데 이 지역에는 반려 새에 지나치게 탐닉한 군주의 이야기가 지명 속에 남아 있다.
위나라 군주 위의공은 궁궐에서 학(두루미)을 기르는데 지나칠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학에게 벼슬을 내리고 전용 마차를 만들어줄 정도였다. 두루미 관리에 집중하다 보니 나라와 백성은 돌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웃 부족이 침입하자 위의공은 병사를 징집하려 했으나 백성들은 응하지 않고 당신이 그렇게 아끼던 학을 부리라고 하면서 외면했다. 결국 전쟁은 패배로 끝났고 위의공은 살해당했다. 이러한 사연이 지명에 스며들어 학벽시라고 한다.
또 옛사람들은 꼬리가 짧은 새를 좋아했다고 한다. 주나라 왕이 강가를 순시하다 꼬리가 짧은 새 무리를 보고 기분이 유쾌해져 눈目과 짧은 꼬리의 새隹를 합쳐 수睢라는 글자를 만들었고 그 새들이 모여들던 지역을 수수睢水라 불렀다. 1218년 이 글자를 사용하여 강소성 서주시에 수령현睢寧縣을 설치하였다.
산동성 어대현에는 낚시 구경을 지나치게 즐겨는 노나라 은공의 반려취미와 관련한 고사가 전해진다. 도읍에서 멀리 떨어진 상이라는 지역에 낚시 고수가 있었는데 은공은 신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주 그곳을 찾았다. 물론 본업인 나라관리를 등한시하고 물고기 봄을 즐겼던 군주의 이야기이다.
기타 호북성 가어현은 물고기의 생산이 풍부하고 맛이 좋아 붙여진 이름이고 강소성 웅담시는 독수리가 자주 머물렀다 하여 생긴 지명이다.
고대 한반도에서도 동식물을 가까이 두고 기르거나 감상한 기록이 있다. 연산군은 개를 매우 좋아했고 숙종은 고양이를 아끼어 직접 밥을 챙겨줄 정도였다. 신라 흥덕왕은 당나라에서 앵무새를 선물 받았는데 오래 살지 못하고 죽자 이를 슬퍼해 애도하는 노래까지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반려 동식물과 연관된 지명으로 학이 들어간 이름이 있다. 안동의 학봉 광주의 학동 등이며 학산은 전국 곳곳에 존재한다. 여기서의 학은 두루미를 뜻한다고 볼 수 있디. 옛사람들이 학이 지닌 고고함과 아름다움을 사랑해 그런 마음이 지명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