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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해영 Sep 20. 2023

불공정 게임에 의젓한 항우(설화)

굵고 짧으나 오래기억함

항우와 유방의 싸움, 승자는 유방이나 사람들은 패자인 항우에 더 큰 연민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삶터 주변의 공원에 가보면 장년의 남자들이 장기를 두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장기는 항우와 유방의 전쟁놀이며 또한 영화나 소설 등에서도 유방보다는 항우를 더 많은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한 번쯤 대장부 같은 삶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패자임에도 아주 오래 전의 중국인 이야기임에도 우리의 설화에 살아 있다.   

  

설화의 내용을 보자


우선 항우의 삶을 다룬 설화다. 유방과 함양(현재의 서안) 가는 시합을 하는데 결과는 항우가 지지만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상대인 유방의 꾀에 빠져 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죽음도 비장감 있게 설명하고 있다.

     

-항우의 삶과 죽음 -


진시황의 웅장한 행차모습을 봤던 항우와 유방, 진시황의 자리를 차지하고자 진시황의 본거지인 함양 가는 

시합을 하게 된다. 먼저 도착하는 자가 함양의 왕이 되는 게임이다. 이 경기에서 유방이 이겨버렸다. 


그래서 항우는 유방을 죽이고자 홍문연 잔치(항우가 유방을  죽이려 했던 술잔치)를 벌였으나 죽이지 못하고 산골짜기로 쫓아버렸다. 그러자 장량(유방의 책사)이 함안의 애들에게 돈을 줘서 노래를 부르고 다니게 하는데,


부귀공명을 얻은 후 고향에 돌아가지 않음은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바와 같다.”라고 노래하여 항우를 쏘아 붙이고 화를 돋게 하여 함안에서 나와 자기의 본거지로 되돌아 가게 하였다. 


고향으로 가는 길에 유방에 의해 포위되어 죽게 되자 자기의 부인에게 “당신은 미인이므로 유방의 첩이 되면 살 수 있다.”하며(부인과 함께 행동) 보내고 자기의 목을 뱃사공에게 줘서 포상금을 받게 하였다. 


그러나 이런 처지에 빠짐이 억울하여 부릅뜬 눈으로 죽은 바, 유방이 죽은 항우의 머리를 보고는 100일 동안 놀람에 떨었다고 한다.


이 설화는 정읍지역의 이야기로 백제 때 정촌을 신라의 경덕왕이 전국지명을 일제히 개명할 때 정읍으로 바꾼 것으로 지명의 나이가 1266세(23년 기준)로 생명력이 강한 지역이다.     


다음의 설화는 백성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내용이다


- 역발산 항우 -


어느 마을에 강이 있는데 물난리가 나면 큰 구렁이가 나와서 물의 흐름을 바꿔 동네가 큰 피해를 입곤 하였다. 항우가 못된 구렁이를 잡고자 꼬리를 붙드니 뱀이 산밑의 동굴로 숨으려 하였다. 항우는 바위에 발을 붙여 버티고 뱀의 꼬리를 잡아당기니 산이 뽑혀 버렸다.  

   

이 설화는 진주시의 진양지역에서 전래한 것으로 이 지명은 조선 태조시기에 사용했으나 왕조가 교체되거나 왕이 바뀐 경우에 개명이 자주 일어났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한 항우이나 유방과의 싸움에서 하늘과 주변의 도움이 없어 패한다는 내용이다.


-항우와 산신의 싸움-


항우가 진시황릉 공사장에서 일을 하는데 쉬는 시간에 씨름판이 벌어졌다. 역발산 항우가 내리 3연패를 당하였고 진 것도 억울한데 어떻게 졌는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화가 머릿끝가지 올라와서 씨름 상대를 번쩍 들어서 땅바닥에다 메다꽂았다, 그러나 상대는 땅에 박혔지만 자빠지지 않고 항우를 놀렸다. 알고 보니 산신이 항우의 기를 꺾으려 씨름 선수로 변신하였던 것이었다.  

   

그리하고 나서 유방과 함안을 누가 먼저 가는지 시합을 하는데 유방은 뱃길로 편하게 가고 항우는 육로로 힘들게 가게 되었다. 항우는 화가 났으나 유방이 웃으면서


“형제간 잘 먹고 잘 살자고 함이니 화를 내지 말라” 하였다. 항우는 유방을 땅에 묻으려 하였으나 유방은 하늘의 보호를 받는 사람이고 


또한 장량이 꾀를 써서 항우의 부하를 모두 흩뜨려 버리니 항우만 혼자 남게 하였다. 분통이 터진 항우는 물에 빠져 죽어버렸다.     


이 설화는 아산에서 채집한 것으로 지명은 조선초기에 사용하여 그 후 여러 번 지역 통합과 위치의 변경이 수반되었으며 현대에 와서 아산의 범위가  재확정되었으나, 현지인들은 온양 이름을 더 선호한다.

      

또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설화이다


-힘센 항우장사와 이무기-


전쟁에 져본 적이 없으나 운이 없어 임금이 되지 못하고 죽음을 당하였다. 힘이 장사인지라 다리만 9개 달린 솥을 들고 궁궐을 빠른 걸음으로 돌아도 힘이 들지 않아 얼굴이 붉혀짐이 없었다. 또 연못에 사는 이무기가 사람을 잡아먹길래 백성의 위험을 없애기 위해 죽였다.


구례지역의 설화이다. 이 지명은 백제시기의 구차례를 신라 경덕왕의 전국지명을 개명할 때 구례라 한 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항우 설화에 대한 짧은 생각


어떤 역사적 사건에서 우리는 승자를 기억하며 패자에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여기고 곧 잊어버린다. 그러나 항우는 유방에게 졌으나 사람들은 항우를 여전히 사랑하여 그의 무용담을 즐기곤 한다.


두 사마람을 비교하면 항우는 귀족의 잘난 아들, 힘이 장사인 체력과 뛰어난 싸움실력,  무척 다정다감한 낭만파, 오직 한 여자만 사랑하는 순정파이나 유방은 항우와는 반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진 것 없는 하층민 출신, 술과 여자를 밝히는 동네 깡패, 권모술수로 상대를 제압하는 꼼수쟁이, 약한 상대를 무시함 등이다.


두 사람은 초기에는 같은 편이었으나 어느 시기부터 서로 싸움을 하여 약 5년 정도 다툰다. 지금으로부터 약 2300년 전 중국인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우리 설화에 항우가 다시 살아나 있고 유방의 설화는 없다. 어떤 점이 백성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게 된 것일까? 


우리 설화층은 유방처럼 좀 비열하게 성공하여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 항우처럼 한번 사는 인생 멋지고 화끈하게 살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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