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45세, 나를 지탱하는 유일한 시간
사람들의 인생 대부분은 불안함의 연속이다.
나의 건강, 자식들의 미래, 노후 생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경제와 세계 경제까지
그 모든 것들이 내게는 불안으로 다가온다.
어릴 적에는 하루하루가 참 느리게도 지나갔다.
내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는 왜 그리도 멀게만 느껴지던지
좋은 날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남은 날들은 너무나 더디게 흘렀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나에게는 아직 셀 수 없이 많은 날들이 남아 있었으니까.
내 나이 열 살, 130센티미터 작은 꼬마였을 때는 아버지가 너무나 큰 사람이었고
1년은 가늠하기 힘들 만큼 긴 시간이었다.
시간이 흘러 20대가 되고 키가 180센티미터가 훌쩍 넘은 뒤에야 알게 되었다.
내가 올려다보던 아버지의 키는 172센티미터였다는걸
그리고 45세가 된 지금, 또 하나를 알게 되었다. 1년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나 잘 안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도, 돈은 많을수록 좋지만 그만큼의 대가가 따른다는 것도, 오늘 하루가, 그리고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도 머리로는 다 안다.
하지만 건강, 돈, 관계를 지키려면 결국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또 돈이 필요하다.
돈을 벌려면 체력과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고, 체력을 기르려면 잠과 운동이 필수다.
하지만 잠을 자고 운동할 시간을 내려면, 다시 돈과 여유가 있어야 한다.
도대체 무엇이 먼저일까?
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굴레 속에서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나는 점점 지쳐간다.
결국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쓰고, 시간을 벌기 위해 잠과 운동을 줄인다.
잠과 운동을 줄이니 건강이 나빠지고, 몸이 안 좋으니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나는 여전히 인생이라는 행군을 멈추지 못하고 걷는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나빠지는 건강과 불안정한 정신 상태뿐
일의 효율은 떨어지고 진취적인 생각은 멈췄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대부분 부정적이라, 곁에 있는 사람들마저 불안하게 만든다.
"나는 열심히 살고 있어. 그러니 어떻게든 잘 될 거야."
막연한 말로 위로하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 지쳐버렸다.
술도 끊고, 책도 읽으며 남들이 성공하기 위해 한다는 건 다 해보는데도 인생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그냥 예전처럼 자기 전에 술 한 잔 마시며 티비 보는 걸로 위로받을까? 시덥지 않은 술자리 대화로 직장 생활의 불만을 털어버리던 그때로 돌아갈까? 적어도 그때는 순간순간 즐거웠던 것 같은데
그렇게 불안함을 안고 변화를 시도한 지 3년이 지났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비싼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부럽고, 때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동료들을 보며 알 수 없는 패배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불안 속에서도, 오늘도 나는 달라진 나를 유지하며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매일 와이프와 식탁에 마주 앉는다.
와이프는 내 인생의 동반자이자 멘토이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이자 친구다.
우리는 매일 그 식탁에서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존재감을 느낀다. 무너진 자존감을 세워주며
우리가 인생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확인한다.
나에게는 하루 중 그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
그 이유는 나를 가장 많이 바꿔주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책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앞으로도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은 인생을 살 것이다. 백이면 백,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순간을 알람처럼 엄습할 것이고 내가 좋아지는 순간은 휴일처럼 짧고 간헐적일 것이다. 그래도, 그래도. 그 수많은 실패 앞에서 스스로를 꾸짖기만 하는 사람이 되진 않을 것이다. 성공하는 삶 이전에 실패해도 괜찮을 삶을 살 것이다."
와이프는 나의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까지도 함께 바라봐 주고 응원해 주는 최고의 인생 동반자다. 우리는 서로가 흔들릴 때마다 꽉 잡아주는 존재가 되어주며, 그렇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