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보다 더 용기가 필요한 건 멈춤의 결단이 아닐까?

최선을 다해 살아온 나 자신을 위로해 줄 시간이 필요해

by Sonderist

중앙대학교 상권에 있는 KRUNDI라는 2층의 작은 술집

홍대나 다른 대학가의 상권과는 다르게 흑석동이란 작은 동네는 외부 사람들이 놀러 올 만한 이유가 없는 곳이기에 동네 사람들, 대학생, 근처 직장인들의 수요로만 장사를 해나가야 한다.


그나마 예전에는 2차 최대는 4차까지도 당연시되는 분위기였기에 작은 술집들도 늦게까지 손님이 붐볐지만 지금은 2차도 잘 안 가는 분위기에 대학생들의 경제관념은 어찌나 확실하던지 술집에 와서 안주만 시켜 밥집처럼 있다 가던지, 마시더라도 한 잔씩 마시면서 2~3시간을 앉아 있는다.

(물론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혹시 8명 자리 있나요?"

"50명 한 번에 들어갈만한 자리 있을까요?"

"20명 갈려고 하는데요"


가끔 이런 전화가 와도 KRUNDI는 손님을 받을 수 없다.


10평 남짓 되는 KRUNDI

같이 앉을 수 있는 자리는 6명이 최대(그것도 불편하게)

가게 전체를 대관한다고 해도 14명까지만 앉을 수 있다.


방학, 시험기간, 명절,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술집을 찾는 수요가 줄어들고

1년에 그나마 손님이 들어오는 달도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만 바쁘다.


3월 개강 후 다시 살아날 대학가의 분위기를 기대하며 2월 한 달 동안

가게 신메뉴인 골뱅이와 닭다리살 튀김, 먹태, 치즈스틱을 준비했지만

여전히 죽은 상권의 분위기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KRUNDI 앞에 있는 40년 전통 홍천 닭갈비도 5월에 문을 닫는다.

우리와 같이 시작한 다른 술집들, 인스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핫한 술집들도

하나둘씩 조용히 사라져 간다.


디지털 노마드 시대에 누구는 집에서 한두 시간 글 쓰고 한 달에 100~200만 원을 벌고, 주식으로 수익 내고, 살고 있는 집값은 올라간다.


하지만 나는 직장 다니며 부업으로 자영업에 쏟는 시간, 한 달에 120시간 정도

노동 강도 최강, 인생을 갈아 넣는 수준으로 생활하며 가게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그나마 잘 될 때 100~150만 원이지만 최근 3개월은 한 푼도 가져가지 못했다.


40년 넘게 자영업을 이어온 고수들은

자영업은 버티는 거라며 힘내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이미 지쳐버린 나에게는 더 이상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다.


그만둔다는 건 패배라는 생각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했지만

이제는 더 중요한 것들을 위해 내 인생의 도전 중 하나를

멈추려 한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시작보다 멈춤의 결단이 더 어렵다는 걸

그리고 그 결단은 절대 내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도




행복해지려 시작한 일들이 내 인생의 우선순위를 갉아먹고 있다면

그 일을 그만두는 용기도 필요하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