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36
오래 달리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페이스(Pace)를 알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페이스란 '리듬', '속도'라는 뜻인데 실제 달리면서도,
"지금 페이스를 유지해라!"는 말은 "현재 리듬을 지켜라!"는 뜻이며,
"페이스를 올려!!"라는 뜻은 "속도를 높여!!"라는 의미로 통한다.
통상적으로 마라톤 같이 긴 거리를 달리는 최선의 방법은 초반의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마라톤 온라인> 사이트의 페이스 차트에 따르면,
서브 3(3시간 이내 완주)을 위해서는 1km를 4분 16초에, 서브 4를 위해서는 1km를 5분 41초로 달려야 한다. 1km가 아니라, 42.195km 전체를 말이다.
달려본 사람은 공통적으로 느낄 것이다. 매번 달릴 때마다 페이스가 오락가락한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의 능력과 준비상태를 알고 그것을 끝까지 꾸준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4시간 안에 완주하기 위해 5분 40초에 맞춰 달려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 페이스가 뚝뚝 떨어지면서 심리적으로까지 힘들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달리는 능력과 체력적인 문제,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 등이 그것이다. 어느 정도 훈련이 된 후에도 아래와 같은 자만심을 주의해야 한다.
'이제 10km 정도는 가뿐하게..'
'이 정도면 곧 서브 3을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페이스는 여지없이 망가져 버린다. 오버 페이스로 숨을 헐떡이게 되거나, 몸 곳곳에서 신음소리를 듣게 된다.
항상 처음 달리는 사람과 같은 마음으로 운동화 끈을 묶어야 한다. 자신의 능력치를 정확히 알고, 차근차근 자신만의 페이스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라톤은 겸손의 운동인가 보다.
1년 가까이 마라톤을 도전하겠다고 달리면서 드는 생각 중에 하나가,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이 페이스가 중요하지 않는가'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좋아하는 우리는 쉽게 흥분하고 또 실망한다.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면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다. 그런 날이 반복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에 부딪힌다.
"나는 뭐지?"
자신의 능력과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행동한 결과를 톡톡히 치르고서 말이다.
살아가는 것도 페이스가 있다. 어릴 때는 모두가 같은 길로, 같은 속도로 달리는 것 같아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또한, 부모님이 이끌어주는 길에 의지하며 따라간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고 사회적인 역할을 요구받게 될 때쯤이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달라지는 것이 많은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고 길어지면서 서로 간에 차이가 벌어지고, 이는 비교와 자만심을 잉태하게 만든다.
비교, 시기, 질투..
삶의 페이스를 힘들게 하는 단어들이다.
호수공원 한 바퀴는 약 5km고, 나의 달리기 페이스로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 길지 않은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많은 생각들에 흔들린다. 하물며, 100년에 가까운 시간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성공과 실패, 도전과 좌절, 의심과 확신, 시기와 후회 속에서 나의 페이스를 망치며 지낼까?
페이스,
이 짧은 단어에 달리기와 인생을 함께 생각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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