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은 자아(自我)의 의미와 본질이었어. 내가 버리고 극복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그것, 자아였어. 그러나 나는 자아를 극복할 수 없었어. 단지 자아를 속이고, 자아에게서 도망치고, 자아 앞에서 나를 숨길 수 있을 뿐이었어. 나의 자아보다 내 생각을 더 깊이 사로잡은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었어.('싯다르타' 中)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당신이 배운 것,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저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저는 단식정진할 수 있습니다."
"그게 전부 인 가요?"
"이게 전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무엇에 도움이 됩니까? 예를 들면, 단식정전하는 것, 이것은 무엇에 쓰나요?"
"어떤 사람이 먹을 게 없다면, 단식은 그가 할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현명한 일이지요. 단식을 배우지 못했다면, 오늘날 다른 식의 일을 해야만 했을 겁니다."('싯다르타' 중)
잠을 자려고 오랫동안 노력했지만 그의 심장은 참을 수 없는 비참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결코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역겨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엇보다도 싯다르타는 자기 자신이 역겨워 견딜 수 없었다.(중략)
그때 싯다르타는 이 놀이에 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이상 이 놀이를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는 전율했다. 내면에서 뭔가가 죽어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피로에 지친 채 웃고, 몸을 흔들며 그것들과 작별했다.
('싯다르타' 중)
고빈다야, 사랑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세상을 꿰뚫어 보고, 세상을 설명하고, 세상을 경멸하는 것은 위대한 사상가가 할 일인지 모르겠어. 내게 중요한 것은 세상을 사랑하는 것, 세상을 경멸하지 않는 것,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이로운 마음과 경외심으로 관찰하는 것, 이런 것이야('싯다르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