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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선생 Sep 29. 2024

비행기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책, 책, 책..

브라만의 아들인 '싯다르타'는 남부러울 것 없는 조건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친구인 '고빈다'와 함께 수도승의 길을 택합니다. 탁발승으로 세상의 진리를 구하던 중 만난, 부처로 불리는, '고타마'의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또다시 홀로 자신의 길을 찾아 세상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은 자아(自我)의 의미와 본질이었어. 내가 버리고 극복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그것, 자아였어. 그러나 나는 자아를 극복할 수 없었어. 단지 자아를 속이고, 자아에게서 도망치고, 자아 앞에서 나를 숨길 수 있을 뿐이었어. 나의 자아보다 내 생각을 더 깊이 사로잡은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었어.('싯다르타' 中)

세상에 나온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적어도 성공한 상인인 '카마스바미'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싯다르타'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숲에서 오랜 기간 수도 생활을 하면서 그가 배운 것들은 어떤 곳에서도 필요하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당신이 배운 것,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저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저는 단식정진할 수 있습니다."
"그게 전부 인 가요?"
"이게 전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무엇에 도움이 됩니까? 예를 들면, 단식정전하는 것, 이것은 무엇에 쓰나요?"
"어떤 사람이 먹을 게 없다면, 단식은 그가 할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현명한 일이지요. 단식을 배우지 못했다면, 오늘날 다른 식의 일을 해야만 했을 겁니다."('싯다르타' 중)

그는 결국 카마스바미와 일을 하게 됩니다. 또한 자신을 그에게 안내해 준 여인 '카말라'에게서는 사랑을 배웁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일을 배워가는 속도는 빨라지고 그의 수완도 좋아집니다. 그 결과 부러울 것 없는 성취와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하지만, 술과 약에 취한 생활이 이어지며 자아를 알아가기는 커녕 세상의 유혹을 전전하며 지냅니다. 그런 생활 속에서 슬픔과 죽음에 이르는 공포까지 느낀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이 찾기 위한 길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금 자신을 둘러싼 것들과 작별하고 떠납니다.


잠을 자려고 오랫동안 노력했지만 그의 심장은 참을 수 없는 비참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결코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역겨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엇보다도 싯다르타는 자기 자신이 역겨워 견딜 수 없었다.(중략)
그때 싯다르타는 이 놀이에 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이상 이 놀이를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는 전율했다. 내면에서 뭔가가 죽어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피로에 지친 채 웃고, 몸을 흔들며 그것들과 작별했다. 
('싯다르타' 중)


'세존'으로 또는 '부처'로 불리며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스승 '고타마'를 떠나, 세상에서 진정한 진리를 찾으려 했던 싯다르타는 도망치듯 다시 숲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다시 찾은 숲에서 그는 도심으로 나가는 중에 만났던 뱃사공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뱃사공은 강에게서 모든 것을 배운다고 합니다. 싯다르타는 그와 함께 강을 곁에 두고 지내게 됩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그가 찾아다니던 깨달음을 깨닫는 커다란 사건들을 겪게 됩니다. 


"만약에 1권의 책을 가지고 무인도에 가야 한다면, 어떤 책을 가져가겠습니까?"


예전에 이런 "만약에...?"라는 류(類)의 질문들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위에 책과 관련된 질문에 선뜻 답을 하지 못했었는데, <싯다르타>를 읽고 난 후에는 단연코 저의 원픽(1 pick)이 되었습니다. 


저자인 헤르만 헤세의 종교와 삶에 대한 깊은 고뇌와 인사이트가 담긴 이 책 <싯다르타>는 수많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그 질문들은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것보다는 '왜', '어떻게'라는 것에 높인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주인공 싯다르타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와 종잡을 수 없는 행적, 그리고 그가 원하는 자아를 찾는 과정을 통해 '나는 어떻게 해왔나,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자문자답을 하게 됩니다. 


제가 이 책을 통해 추천하는 한 구절을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하루하루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서 '나는 누구?'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면, 매일매일이 의미 없고 속상한 일들로 가득가득하다면, 이제는 뒤를 돌아보고 다시 계획을 세우고 싶은 분이라면, 저의 원픽 도서를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고빈다야, 사랑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세상을 꿰뚫어 보고, 세상을 설명하고, 세상을 경멸하는 것은 위대한 사상가가 할 일인지 모르겠어. 내게 중요한 것은 세상을 사랑하는 것, 세상을 경멸하지 않는 것,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이로운 마음과 경외심으로 관찰하는 것, 이런 것이야('싯다르타' 中)


<오랜만에 찾은 제주도, 이호테우 해안>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싯다르타 #헤르만헤세 #열림원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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