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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선생 Apr 28. 2024

1단계. 10km 레이스 완수

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15

드디어 올해 첫 달리기 대회를 참가했다. 


'제13회 양천 마라톤'

서울시 양천구 목동 인근에서 출발해서 안양천과 한강을 끼고 치러지는 이 대회이며 10km에 도전했다. 


10km는 평소에도 자주 달리는 거리이기 때문에 도전이라고 하기는 쑥스러운 거리이다. 10km를 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며 올해 풀코스를 완주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식 대회의 분위기도 익히고 다른 사람들과 달리면서 페이스 조절 등에 대해서도 익히는 과정이기도 하다. 


집에서 지하철로 50분 정도 거리라서, 집합시간 8:00분을 맞추기 위해서는 7시쯤에는 집에서 나서야 했다. 하지만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준비하기 위해 6:30에 나섰다. 5호선 오목교역을 나와 안양천을 따라 목적지인 해마루축구장으로 향했다. 봄의 절정을 지나 여름의 초입으로 접어든 자연은 연두와 초록이 어우러졌고, 푸른 하늘과 강한 햇살이 그 위를 포장했다. 


짐을 맡기고 찾는 일이 번거로워서 아내에게 함께 가자고 했더니 흔쾌히 따라나섰다. 달리기 전에 주최 측에서 준비한 각종 부스에서 단백질 음료 시음, 커피 서비스, 스포츠테이핑 체험과 보건소를 비롯한 각종 단체에서 준비한 기념품과 액세서리 등으로 달리기 전에 아내와 내 두 손이 가득해졌다. 함께 오길 잘했다. 부스를 한 바퀴 때쯤, 어릴 적에 매일 아침 하던 국민체조와 비슷한 준비운동을 마치고 본격적인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오늘 대회는 Half, 10km, 5km 총 3개의 거리이며, 먼 거리를 달리는 참가자부터 출발했다. 날씨를 비롯해서 달리기 위한 환경은 거의 완벽했다. 10km를 달리기 위한 나의 컨디션도 썩 좋았다. Half코스가 출발한 10분이 지난 8:40에 출발하기 위해 스타트라인에 섰다. 단체로 온 젊은 남녀 그룹, 가족단위 참가자, 'oo마라톤 동호회'라는 조끼를 입은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색찬란한 축포가 출발신호였다. 예상했던 것처럼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속도와 페이스를 낼 수가 없이 함께 모여서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약 1km 정도를 달렸다. 10km 달리기지만 페이스메이커가 있었다. 50분, 55분, 1시간에 달리도록 돕는 그들이 앞서 달렸다. 내심 오늘의 목표는 50분 안에 들어오는 것이었지만, 크게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평소에도 그리고 오늘도 나의 손목시계는 1km 당 5분 10초대를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1km당 최고 빠른 랩타임 5분 00초였다. 


4km를 지날 때쯤 5km 반환점을 돌아오는 선두가 보였다. 나보다 1km를 빨리 달리고 있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1등의 기록이 38분대였다. 1km를 3분 8초에... 우와~ 달리기로 경쟁을 할 것 같으면 시작하지도 않았다. 순전히 나 스스로 만족하기 위한 운동이고, 이를 통해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대성공이다. (그대로 좀 더 잘 달리면 좋겠다...)


곳곳에 높인 물도 한 모금씩 마시면서 반환점을 돌아가니 조금씩 힘이 들기 시작한다. 완전히 퍼진 햇살에 얼굴이 따갑고, 이틀 전에 달린 후에 아직 다리 근육도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갖가지 핑계를 찾는 똥멍청이 같은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코스 옆으로 나와 걷는 주자들도 하나둘씩 보이고, 애초 달리기보다 걷는 것을 선택해서 천천히 뒤따라오는 후발주자들도 보인다.


달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목표를 했지만 모두가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애초 목표가 다른 이들이 함께 길을 가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 여정이 아닐까?


이런저런 상념과 함께 저 멀리 약 50분 전에 출발했던 그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500m여를 달린 후 결승점을 통과했다. 


52분 58초 26


50분 안에 피니쉬를 하겠다는 욕심은 다음으로 미루고, 53분 안에 들어왔다는 것에 스스로 칭찬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제 첫걸음을 시작했다. 풀코스를 가기 위한 첫걸음. 10km 달리는 여정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목표까지 가는 길도 행복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근데.. 서울 경기 인근에서 풀코스 대회를 찾기가 만만치 않네.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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