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는가 하더니 아쉬움 속에 벌써 저물고,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이상고온(?)이 속출하는 4월이다.
연초에 시작한 '마라톤 풀코스 도전'도 벌써 3개월을 지나고 계절도 옷을 갈아입었다. 사실 요즘은 여기저기 피어나는 예쁜 꽃들과 멋진 날씨 때문에 집중해서 달리기가 쉽지 않다. 나만 그런가...(아직도 수련이 부족하다)
어느 길을 택하더라도 화사한 자태의 다양한 꽃들과 연두연두한 봄의 모습들이 정말 '이쁘다'는 말을 연발하게 만든다. 또, 꽁꽁 얼었던 겨울에는 느끼지 못했던 봄의 향기까지 더해지며 정말 '달리기 시즌'이 되었음을 느낀다. 옆으로 지나가는 다른 주자들의 복장도 훨씬 화려해지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나도 없던 힘을 끌어내야 할 것만 같은 눈치를 받으며 애만 타곤 한다.
두꺼운 방한복과 장갑 그리고 모자까지 눌러쓰고 달려야 했던 1월을 생각하면, 반팔과 반바지만 걸쳐 입고 정말 가볍게 달려 나갈 수 있는 지금은 날아갈 것만 같은 달리기 조건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것이 있다. 이것저것 많이 챙겨 입어서 몸이 무거웠던 겨울이나, 상대적으로 가볍게 차려입고 달리는 지금의 기록이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기록이 더 후퇴한 것 같기도 하다. 뭐가 문제일까?
처음 1km당 기록을 측정했을 때 기록이 5분 23초였다(10km를 달렸을 때). 반면, 오늘 달린 기록은 5분 39초이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그동안 20km 달리기도 했었고, 일정하지는 않지만 일주일에 2~3회씩은 5~10km를 꾸준히 달리고 있다. 심박수 조절, 팔 치기, 미드풋 등 몸과 기술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달리면서 점점 나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무엇보다 '똥멍청이' 같은 생각이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오늘도 10km를 달리는 동안 1km당 기록의 편차가 크지 않았고, 심박수와 페이스 조절이 조금 더 수월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조금씩 해나가면 목표인 42.195km를 달릴 수 있겠지?
이런 나의 생각과 현재의 상황에 대해 주변에 자문을 요청할 때마다 듣는 조언이 있다.
"서두를 필요 없다."
"기록에 연연하지 말고 그냥 뛰어~"
무슨 말인지는 알지만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5~6분마다 울리는 기록에 연연하고, 나를 앞지르는 주자들을 보며 열받는다. 너무 빨리 뛰는 심장과 더 힘내지 못하는 나의 다리가 원망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조바심 내는 내가 이상한 걸까?
내가 정해놓은 계획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작동하려 한다.
20km 달리기를 1차례 더 한 후에는 30km 달리기에 들어가려 한다. 4월 말부터는 정식대회에도 나갈 계획이다. 처음에는 10km부터 시작하지만 차곡차곡 늘려나가며 최종 풀코스에 다다르는 것이 올해의 목표이다. 이렇게 정해진 일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 급해지는 것 같다. 벚꽃 잎이 떨어짐과 같이 나의 마음도 흩날리는 것 같다.
그래 서두르지 말자. 그런 나의 마음과 더 대화를 해보자. 급해지고 서두르는 마음만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건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훈련하고 달리는 것에 전념하는 모습이 더 필요할 것이다.
이제 곧 초록과 더위가 도시를 뒤덮을 것이다. 흘러내리는 땀과 타오르는 목마름과의 전쟁이 펼쳐지겠지. 섣불리 스퍼트를 올렸다가는 반도 못 가서 지쳐 떨어질 것이다. 어떻게 공략해야 할까? 조금씩 나의 페이스를 만들어 풀코스를 완주하는 몸과 실력을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