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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선생 Apr 07. 2024

따로 또 같이

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12

달리기를 거듭하면서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워밍업, 미드풋, 팔 치기, 마무리 운동 등 지인과 유튜브 등을 통해 배운 것들도 많지만, 내가 달리면서 깨달은 것도 적지 않은데 그중에 하나가 '따로 같이' 주법이다. 


처음에 달리기를 하면서 가장 우선적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 '심장과 친해지기'였다. 그래서 워밍업을 할 때부터 심장(엄밀히 얘기하면 심박수)과 내 몸을 맞추는 데에 우선적으로 신경을 쓴다. 하지만, 그렇게 맞춘 심장과 나의 관계는 정작 달리기가 시작되면 이 레이스와 관계없는 사이가 되어버린다. 


다시 한번 설명하면, 심장과 나는 다리에게 달리기를 맡기도 우리는 그와 별개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달리면 숨차지 않아?"라는 모르는 이들의 질문이 썩 와닿지 않는다. 사실은 숨을 조절할 정도로 달리는 것이겠지만, 실제 달리는 다리 근육과 심장은 별개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다리와 몸의 근육은 실제 달리는 엔진이다. 손목에 찬 코치의 알림에 따라 속도를 높이고 낮추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 맞게 주법이나 각 근육의 씀씀이를 조정해주기도 한다. 일반적인 시작에서 '달린다'라는 것은 이 근육들의 역할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 달릴 수 있도록 근육, 관절 등을 늘려주고, 조여주고, 단련하는 것이리라. 달리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 고마운 존재들이다. 


또 하나는 내 머리 속이다. 

몸은 달리고 있는데, 머리는 온통 딴생각들 천지다. '오늘 브런치 글은...', '어제 마무리 못한 그 일은...', '60세가 되면...' 뜬금없는 생각과 아이디어들로 머리는 쉴 틈이 없다. 정작 달리기에 대한 것은 딴 사람의 문제인 듯하다. 사실, 이렇게 자유분방한 내 머릿속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달리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고 하던데.


이것이 달리기 4개월 차 초보 러너의 심장, 다리, 머리가 각각 움직이는 '따로 같이' 이다. 물론 힘들고 지치면 심장, 다리, 머리 어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제 그만 멈춰!'라고 함께 아우성을 친다. 지난주 20km 달리기를 하면서 이런 사태를 맞았다. 결국 달리는 것은 심장도 다리도 그리고 머리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라는 것을 그때야 알게 되었다. 


그렇다. 나의 달리기는 심장, 다리, 머리가 함께 하는 하나의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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