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14
4월 중순을 넘어가지 기온이 20도를 훌쩍 넘어간다. 심지어 어느 날 한낮에는 30도를 넘었다는 뉴스도 보았다. 아직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기는 하지만 계절의 순리를 거를 수는 없을 것이다. 나의 달리기가 완숙되기도 전에 더위와의 전쟁을 함께 준비해야 할 참이다. 벌써 '아... 어떡하니..' 하는 내 마음속의 곡소리가 더욱 잦아지고 있다.
이렇게 신록이 짙어가던 어느 날, 어느 단체의 초청으로 국군장교를 양성하는 교육부대를 방문하게 되었다. 넓은 교정과 깔끔한 교육장을 돌아보고, 함께 주먹을 쥐며 '충성'을 외치며 사진도 찍었다. 예나 지금이나 군대는 참으로 오묘한 곳이다. 군인이 아닌 신분이라도 부대 경계를 넘을 때는 긴장이 되고, 아들 뻘 되는 통제 군인에게서 위압감을 느끼게 된다.
정해진 일정을 빠르게 소화하고 부대 밖으로 나오는 차 밖으로 4월의 더위(그날 정말 더웠다)를 뚫고 삼삼오오 모여 달리는 이들을 보게 되었다. 달리는 사람의 입장에 궁금증이 없을 수 없었다.
"저들은 왜 달리는 거예요?"
"네, 장교는 체력평가를 정기적으로 하는데 그중에 달리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평가를 통과하려면 기록이 얼마나 나와야 해요?"
"음.... 여자는 7분 30초인데, 남자는 잘 모르겠습니다!"
역시 여군 장교답게 명확하고도 씩씩하게 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궁금했다. 과연 내가 장교였다면 오래 달리기 평가를 통과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장교 오래 달리기 평가 통과기록에 대해서 따로 알아봤다.
그 평가는 기록에 따라 1급에서 9급까지 구분되었고, 1급이 되려면 1.5km를 6분 8초에 통과해야 했다. 그리고 평가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최소한 7분 28초 내에 들어와야 했다. 가만있어보자....
물리적으로 생각해 볼 때, 1.5km를 6분 8초에 주파하려면 1km를 4분 2초 정도에는 돌파해야 한다는 건데.. 현재 1km당 5분을 찍고 있는 나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기록이다. 음.. 1급은 포기.. 그렇다면 평가에 통과는 할 수 있을까? 9급의 마지노선 기록인 7분 28초 안에 1.5km를 통과하려면, 단순계산으로 1km를 약 5분 내에 주파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헐.... 쉽지 않은 기록이다.
물론, 5km, 10km에 비해서는 단거리이기 때문에 속도를 더 높일 수 있겠지만, 만만치 않은 기록이 필요함에 분명하다. 그러니.. 그렇게 더운 날씨에 비지땀을 흘리며 달리고, 또 달리는 것이었으리라.. 그 땀방울 하나하나에 여러분의 노력에 배신하지 않는 결과가 담기길 바란다.
평화로운 시절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호사였다고 느낄 정도로,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대화와 협상의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타국의 어렵고 힘든 상황을 바라보며, 우리의 안위를 걱정하게 되는 요즘이다. 특히, 50년 넘게 이어지는 분단의 화약고리가 갈수록 위태로워 보이는 것은 나만의 기우는 아닐 것이다.
우리를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주변의 상황을 둘러보고, 자유와 평화를 지켜나갈 묘수를 찾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더 큰 숙제일 것이다. 포탄 한 방에 수백 년 역사와 전통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모습을 보면서, 자존심을 세우고 끝까지 해보자는 식의 대립이 얼마나 큰 고통을 불러오는지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참 힘든 작금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우연히 접한 국군 장교들의 달리기를 보면서 여러모로 생각이 깊어졌다. 아무쪼록 평화와 안녕이 지속되는 우리나라가 되길 그들의 거친 숨소리와 굵은 땀방울에 기대를 담아본다.
창밖으로 새어 나오는 강의소리와 그들의 칼맞춤 발걸음과 함께, 태양은 더욱 붉어져갔고 녹음은 더욱 초록빛으로 짙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