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16
10km 대회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휴일이 찾아왔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
제대로 된 2시간 달리기를 노리고 있던 나에게 이 날은 절호의 찬스였다. 당분간 주말에 계속 다른 일정들이 있어서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10km run 3일 후에 2시간을 달린다는 것에 부담은 전혀 없었다. 매주 10km는 꼬박꼬박 달렸고, 이후에 특별히 피로감을 느끼지 않았으니... 한 가지 걸렸던 점은 전날 저녁에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주를 2~3잔 마셨다는 것 정도(그 정도쯤이야..)
지난 10km 달리기를 하면서 이제 날이 더워졌음을 확실히 느꼈다. 그래서 가능한 아침 일찍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서둘러서 나왔지만 집에서 나온 시간이 6:30.. 출발장소까지 도착했을 땐 이미 7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이번 코스는 무조건 한강이다. 달리면서 어느 길로 달려야 할지 우왕좌왕했던 지난 기억 탓에 오롯이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경로를 찾았다. 출발지는 경의중앙선 가좌역 인근 홍제천 자락이다. 가좌역 역사를 빠져나오면 바로 홍제천과 연결되고 홍제천은 한강과 바로 연결된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코스이다. 목적지이자 반환점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1시간이 경과하는 지점까지 달려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10여분 동안 몸풀기 운동 후 홍제천을 따라 천천히 뛰기 시작했고, 첫 1km 구간기록은 5분 5초였다. 생각보다 페이스가 좋았다.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이야기다. 템포를 조금 줄이면서 한강으로 접어들었다. 이미 해가 뜨기는 했지만 다행히 구름이 가려줘서 햇볕이 강하지 않고 아직 덥지는 않았다. 또 높은 키의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준 구간에는 바람까지 불어줘서 뛰기에 안성맞춤인 조건이었다(나만 잘하면 된다!).
1km 구간 기록 5분 10초~5분 20초 내외를 오가며 한동안 달렸다. 한강 건너 보이는 여의도의 풍경과 스쳐가는 런너들의 모습을 보면서 동쪽을 향해 달려갔다. 양화대교와 서강대교, 마포대교와 원효대교를 지나다 보니 달린 거리가 10km를 지났고, 달린 시간도 1시간에 거의 육박해가고 있었다.
저기 앞으로 한강철교가 보였다.
'한강철교에서 돌아가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 아래에 다다르니 달린 시간이 1시간이 되었다. 달린 거리는 11km를 넘었다. 이제 되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단순히 생각할 때 2시간을 달리면 22km 정도를 뛸 수 있겠다고 생각되었다. 방향도 반대가 되면서 해도 등지게 되어 상대적으로 더위가 덜했고, 달리는 페이스와 템포도 나쁘지 않았다. 호수를 뱅뱅 돌 때와는 달리는 기분이 확실히 달랐다.
하지만, 다시 양화대교를 지날 때쯤, 시간 상으로는 1시간 45분을 지나면서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호흡이나 다리근육 등을 따로 생각할 때는 괜찮은 것 같은데, 속도가 떨어지고 힘듦이 함께 덮쳤다. 불과 5분 전만 해도 5분 10초~5분 20초를 무난히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6분을 넘겼다. 그러다 보니 허벅지, 무릎, 발목 등 돌아가면서 무게감이 느껴지며, 아픈 것 같기도 하면서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10km를 달리고, 쉬엄쉬엄 20km를 달리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을 확인했다.
한강을 벗어나 다시 홍제천으로 접어들었을 때는 시계는 출발한 지 1시간 50분 언저리를 가리켰고 출발점에 도착하자 2시간을 넘어서고 있었다.
두 시간, 21.1km를 달렸다. 1시간당 5분 43초의 페이스이다.
홍제천(가좌역 인근)을 출발해서 성산대교(북단)-양화대교(북단)-서강대교(북단)-원효대교(북단)-한강철교(북단)를 갔다가 되돌아오는 코스였다.
도착 직후의 증상은 다리가 조금 후들거리고, 가만히 서있기에는 조금 불안했다. 벤치를 찾아 앉아서 급히 가방에 있던 물을 꺼내 마시고 사탕모양의 초콜릿도 한 입 베어 물었다. 1~2분 안정을 취한 후에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고 나니 조금 괜찮아졌다. 하지만, 하루종일 피로감이 남아 있었고 허벅지의 통증은 이틀 동안 지속되었다.
나름대로 성공적인 2시간 달리기였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1시간 45분(15km경) 이후에 떨어지는 페이스와 30km 달리기에 도전하기 위한 또 다른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미드풋 달리기와 유연성 강화 연습을 통해 부상방지에도 신경 써야 하고, 코어 운동을 통해 자세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습만이 살 길이다.
"나는 아직도 부족하구나.. 아~~~ 아직도 갈 길이 멀고도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