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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선생 May 12. 2024

이런, 부상을 입었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17

마라톤 풀코스 도전 일정에 비상등이 켜졌다. 

허벅지 햄스트링에 부상을 당했다. 이런..


주말에 업무와 관련한 체육행사에 참석했다. 여러 가지 체육 활동이 준비된 행사지만 나는 그저 구경꾼의 입장으로 자리를 지키는 역할이었다. 예보된 것처럼 하늘은 구름이 끼었다 걷혔다를 반복했고 오후에는 비가 내릴 듯이 바람이 스산했다. 


500여 명이 참석한 행사에서 남녀노소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개인전도 있고 단체가 함께 하기도 했고, 어린이를 위한 게임과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어우러졌다. 오전 일정이 마치고 점심식사가 이어지며 전국에서 모인 지인들과 오랜만에 주고받는 반가운 인사 속에 술잔도 제법 오갔다. 코로나19 때문에 끊어졌던 그 체육대회를 7년 여만에 다시 하게 된 것이다. 


사건은 오후 식사 후에 일어났다. 

우리 팀의 팀장이 나를 급하게 찾았다. 릴레이를 뛰어야 한단다. "에잉? 왜?"

나이와 성별, 그리고 역할별로 주자를 선발해야 하는데 나 말고는 조건에 맞는 사람이 없단다. 내가 필요해서 팀장을 맡긴 이에게서 이런 요청이 오니 피할 방법이 없다. "알았어..."

비가 조금씩 내렸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인조잔디가 살짝 젖었던 것 같다. 그래도 50m 정도 달리는 것은 문제없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행사에서 전력질주를 할 필요도 없고, 천천히 안전하게 역할만 수행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출발신호가 울리고, 앞선 주자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자 대충대충 해도 되겠다는 마음이 사라졌다. 결정적으로 4번 주자까지 1등을 달리던 우리 팀의 5번 주자, 평소 운동이 부족해 보이던 40대 후반의 남자, 가 넘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으아~악!!


어쩌지? 어떡하나?? 

넘어진 주자를 위해 달려가야 하는데, 다음에 이어지는 주자로서 준비를 해야 하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사이에 다행히 팀원 중에 한 명이 나와서 대신 달렸다. 결국 마지막 순번으로 나에게 바통이 넘겨졌고, 나는 조심하고 뭐고 없이 달려 나갔다. 거리가 조금 더 남았으면 앞 팀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속도를 냈다. 다행히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았고 다음 주자에게 무사히 바통을 넘겼다. 그리고 우리 팀은 결국 3등으로 계주를 마무리했다. 넘어졌던 팀원에게 다가가 괜찮은지 체크하고, 남은 행사를 위해 돌아다니는데.. 어라, 허벅지 뒤가 뜨끔뜨끔하는 게 아닌가. '아.. 다쳤구나'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절뚝거릴 정도로 통증이 심하거나 멍이 것은 아니었다. 단지, 허벅지를 만져보고 신중하게 몸을 움직이면 뜨끔뜨끔하는 통증이 느껴졌다. 평소에 마라톤 연습으로 달리기를 꾸준히 했지만, 순간적으로 달려 나가는 스프린트는 또 다른 영역이었다. 또, 아무런 준비를 못하고 급한 마음에 힘을 확 쏟아내면서 대퇴부 근육이 놀라서 쫓아오지 못했던 것 같다. 암튼, 조금 아프다.


그렇게 행사는 마쳤고, 남은 통증은 오롯이 나의 몫이 되었다. 얼음찜질도 하고, 회복하기 위한 스트레칭도 조금씩 병행하고 있다. 당장 다음 주 수요일 부처님 오신 날은 2시간 30분 달리기를 하려 했는데, 지금 상태로는 1주일 정도 미루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기간에 급하게 결과를 내야 하는 일이 아니므로, 무리해서 좋을 것은 없을 듯하다. 




사실 2시간 달리기를 성공하고 이후, 5km와 10km는 쉽게 달릴 수 있었다. 자신감도 조금 올라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우려했던 부상을 겪으니 겸손이라는 단어가 '번쩍' 떠올랐다. 


'내가 왜 달린다고 했을까? 갑자기 마라톤 풀코스가 왜 나의 목표가 되었을까?'


나 스스로 만든 목표를 하나씩 성취해 가며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을 만들어가기 위한 올해의 Goal 중에 하나였다. 어느 누구에게 "나는 이런 것도 하고 있어"라며 자랑하거나, 눈이 번쩍 뜨일만한 성적으로 SNS를 장식하고 싶어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리는 퍼포먼스와 기록을 의식하기 시작했고, 어떻게 남들에게 보여줄까에 대해 신경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남들이 '우와'할 것에 대해 우쭐할 상상을 하고, 하트가 쏟아지는 SNS를 기대했던 것이다. 으... 이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내가 정한 목표에 충실하고 성실히 몸을 만들어야 한다. 기록보다는 즐거운 마음과 상쾌한 컨디션을 끝까지 유지하며 달리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3R(Read, Record, Run)로 행복한 나의 미래를 위해 이제 다시 점검하고 천천히 시동을 걸어가 보려 한다. 

 

오늘의 부상이 새로운 성장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휴게소이자 정비소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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