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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선생 May 26. 2024

다시 달리니, 좋네

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19

허벅지 뒤쪽에 통증을 느낀 이후, 지난 2주간 조심조심 몸을 봐가면서 산책과 가벼운 뜀뛰기로 연명했다. 더 이상의 통증은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에 다시 정상적으로 달려 나가는 것을 자제해 왔다. 그리고 어제(토요일), 드디어 다시 달리기로 마음을 먹고, (고민하지 않고) 달렸다.


사실 컨디션이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일주일간 쌓인 피로가 고스란히 남아있기도 할뿐더러, 2주 동안 달리기를 쉬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거워진 몸을 얼마가 끌고 갈 수 있으리 걱정되었다.


평소보다 느긋한 기상 후, 스트레칭과 함께 곧바로 물, 초코바, 쿨다운 타월 등을 작은 배낭에 챙겨서 나갔다. 오늘의 출발지는 강매역이다. 한강으로 나가는 길이 차도와 함께 이어져서 조금 험하기는 하지만, 그 고비만 넘어가면 강을 따라 쭉 뻗은 길을 달릴 수 있어서이다. 한강을 따라 쭉 달린 후, 내가 선정한 목적지는 가좌역이다. 나온 김에 신촌에 일을 보기 위해 코스인데, 가좌 이후에는 달리기가 만만치 않은 길이라 일단, 가좌역까지만 달리는 것을 1차 목표로 정했다.


지하철로 출발지까지 이동했을 때, 하늘은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구겨지고 있었다. "달리다 비가 오면 어떡하지?" (결국 비는 오지 않았다. 이런 걱정은 개나 줘버리면 좋으련만..) 간단하게 발목 돌리기만 하고 추발!!


한강까지 나가는 진입로는 양방향 1차선 도로를 따라 인도가 있다 없다를 반복했다. 다행히 차량이 거의 없어서 큰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이어진 길은 도로 아래로 유채꽃 축제 준비가 한창인 꽃밭이 이어진다.

한강을 마주할 때쯤에는 1km당 5분 30초의 속도로 벌써 2km를 넘어서 달리고 있었다. 구름 덕분에 해가 가려서 많이 덥지는 않았다. 하지만, 심박수 조절이 만만치 않았고 달리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2주간의 공백이 느껴졌다.


어느덧 고양시를 벗어나 서울로 접어들 무렵, '바다의 날 기념 마라톤 대회'라는 안내문과 음수대가 곳곳에 보이기 시작했고, 'staff'조끼를 걸친 사람들이 경광봉을 들고 배치되고 있었다.

"아, 오늘 마라톤 대회가 있는 날이구나."


사실, 이 대회에서 하프코스를 달리려는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마음만 먹고 하루 이틀 미루다가 결국 잊어버렸던 것이다. 거대한 러너들의 무리를 마주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 속에 상암지구를 달렸지만, 다행히 마라토너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그곳을 벗어났다.


가양대교와 성산대교를 거쳐 홍제천을 접어들 때쯤에 10km를 넘어 달리고 있었다. 페이스도 처음에 비해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내가 마음속으로 정한 목적지가 가시권에 들어오면 급속히 페이스가 떨어진다. 오늘도 그랬다. 가좌역을 향해 돌아서는 순간부터 몸이 급격히 무거워지고, 호흡이 불안정해졌다. 심리적으로 '이제 끝나간다..'라는 생각이 체력적으로 부담을 주게 되는 것 같다. 결국 집중력과 의지의 문제인가..

가좌역에 도착했을 때는 약 12km를 1시간 7분 동안 달린 것으로 기록되었다. 다행히 달리는 동안 다쳤던 허벅지나 다른 곳에 신체적인 불편을 없었다(단지, 힘들었다는 것... ).


오늘 달리기는 허벅지에 뜻하지 않은 상처를 입었지만 큰 부상이 아니었다는 것과, 다시 달릴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과 환경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달리다 보면 기록과 경쟁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 그 과정이 마무리되고 나면, 달리는 머리칼 사이로 불었던 바람결과 옆으로 지나가는 풍경의 조각들이 더 남는다. 힘들지만 이 과정의 끝에 얼마나 짜릿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가 더욱 크다. 그래서 결국에는 달리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경험이 되는 것이다.


다시 달렸다. 너무 감사하다. 또 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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