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띵선생 Jun 09. 2024

비 오는 날 달려봤어? 안 달려봤으면 말을 하지 말어~

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21

애초에 마음먹은 대로, 2시간 달리기를 해야 했다.


첫 번째 이유는, 빨리 폼을 올려서 가을에 풀코스 완주를 나가기 위한 훈련 목적이다. 여러 가지 바쁜 일정으로 최근에는 달리기 횟수와 강도가 줄었다. 그렇다 보니, '과연 내가 완주를 할 수 있을까?'라는 자문을 자꾸 하게 된다. 이런 걱정을 스스로 없애기 위해서라도 달리는 폼과 강도를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대학교 후배와 함께 달리기로 한 약속 때문이다. 평소에도 잘 따르던 후배가 어느 날 모임에서 내가 "마라톤 어쩌고 저쩌고"했더니, "다음에 하프 뛸 때는 불러주세요!"라는 것이다. 내가 싫다고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막연하게 함께 하자던 동반 달리기를 이번 주에 하기로 했던 것이다. 


일산과 평촌이라는 서로의 주거지 위치를 고려해서, 당산역 인근 한강변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강남 방면으로 달려서 여의도를 지나 반포대교에서 강북으로 넘어온 후, 마포대교를 돌아오는 코스이다. 지도상으로 찍히는 거리는 전체 약 18km인데, 거리가 조금 모자라면 서강대교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걸으면 약 4시간 17분...>


요 며칠간 날씨가 너무 좋았다. 주말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얼마나 내리겠어'라고 생각했다. 당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새 비가 살짝 내린 흔적이 남았고, 비는 그쳤다. '아싸!' 


비가 내리는 것보다 더 걱정했던 것은 구름 한 점 없이 내리쬐는 햇살과 갑자기 무더워진 기온이 더 걱정이었다. 그런데, 밤새 바닥을 적실만큼 내린 비와 켜켜이 내려앉은 구름 덕분에 햇빛도 나지 않고 차가운 기운까지 감돌았다. 달리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정한 시간에 함께 만난 우리는 간단하게 몸을 풀고 달리기 시작했다.

"6분/1km에 맞추면 되겠지?"라고 하며 달렸지만, 함께 달리는 데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후배의 페이스를 살피며 달렸다. 그건 후배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은 빨리 또는 천천히 배려하면서 우리는 서로를 맞춰가고 있었다. 


그렇게 샛강을 따라 여의도를 지나갈 때쯤, 분무기로 뿌리는 듯할 정도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라며, 보폭을 조금 더 넓히고 달기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분무기를 나온 빗방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샤워기 물방울 수준이 되었다. 결국 8~9km 지점인 동작대교를 지날 때쯤에는 몸이 흠뻑 젖었고, 반포대교를 앞에 두고 "이제 그칠 때도 됐는데.."라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비가 내려서 시원하다."라고 허세를 부리기에는 비의 양이 조금 과했다. 특히 신발과 옷이 젖으면서 축축 늘어지니 달리는 것이 고역이 되어버렸다. 


반포대교 남단에 도착해서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할만해?"

"네, 운동이 조금 부족하지만, 할 수 있습니다."

"비가 계속 오네.."

"네, 아까처럼만 내리면 좋을 텐데.."

"그러게.. 암튼 또 가보자."


그렇게 잠수교를 넘어 강북으로 넘어갔다. 반포대교를 지붕 삼아 편안하게 달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0km를 넘으며 느낀 피로도 어느 정도 풀려갔다. 하지만, 잠수교를 벗어나 마포대교 쪽으로 돌아서려는 순간 더 이상 뛰는 게 힘들겠다는 것을 알았다. 비에 젖어서도, 비가 많이 와서도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달려야 할 길이 물웅덩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 그만하자. 괜히 다치거나 몸이 상할 수 있겠다.."

"네, 선배님. 그렇게 하시죠."


야심 찬 우리의 2시간 달리기는 이렇게 조기 종영되었다. 

그래도 거의 14km는 뛰었네

시간이 지날수록 굵어지는 빗방울이 원망스러웠고, 2시간을 다 채우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달리기를 마치고 이태원으로 올라가서 맥모닝을 먹으며 아쉬움을 달래는 동안에도 비는 계속 내렸다. "어휴.." 비와 땀으로 흠뻑 젖어 한기가 드는 것보다 마무리 못한 아쉬움이 더 컸다.


그렇게 '우중(雨中) 달리기'를 마치고 우리는 헤어졌다. 서늘한 지하철을 갈아타고 집을 돌아왔다. 


비가 그치고, 저 멀리 구름 사이로 빛이 비치고 있었다. 

'헐....'

이전 20화 더워졌지만, 그래도 달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