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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선생 Jun 02. 2024

더워졌지만, 그래도 달려!

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20

허벅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기분이다. 통증도 불편함도 없다. 하지만, 그동안 부상을 핑계로 줄어든 달리기 횟수와 연습시간이 청구서를 보내왔다. 청구서 내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달리려는 욕심이 줄었다.

연초에 내일이라도 당장 42.195km 풀코스를 달릴 것처럼 시간 나면 '달려야지!' 했던 열정이 조금 사그라들었다(싫지만 인정, 아무도 관심 없지만 나에겐 중요한 일). 부상을 핑계 삼아 몸이 게을러지기 시작한 것이 머리와 마음에 까지 영향을 끼친 듯하다. 지난주와 이번 주에 달렸지만, 자꾸만 '이제 그만 뛸까?'라는 똥멍청이 같은 생각이 깨진 틈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것을 느낀다. 미칠 노릇이다.


둘째, 몸이 무거워(?) 졌다.

몸무게가 늘었다는 얘기보다는 달리는 근육이 빠졌다. 다리의 근육과 몸의 근육 그리고 뇌 속의 근육이 전반적으로 탄력을 잃은 듯하다. 심장과 친해지기 위한 워밍업, 다리 근육과의 대화, 똥멍청이 같은 게으름을 잠재우는 기술 등 달리기 초반에 깨달았던 것들을 까먹고 막 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몸이 무겁고, 마음은 처지고 더 힘이 드는 것이라 생각된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정비해야 한다.


셋째, 날이 더워졌다. 

5월 중순까지도 선선했던 기온이 어느 날 갑자기 여름 날씨로 바뀌었다. 오전 7시에 달리면 벌써 햇살이 따갑고 8시를 넘어갈 때쯤이면 땀이 비 오듯 할 지경이다. 좋은 코스를 잡아서 그늘이 막아주면 너무 좋은 날씨이지만, 그렇지 않고 볕을 곧장 몸으로 맞아야 할 때는 녹초가 되기 십상이다. 하이고.. 핑계가 풍년이다.




나 스스로가 보낸 청구서 내역을 하나씩 살피며 새롭게 몸과 마음을 정비해야 한다. 이대로는 풀코스 완주는 언감생심이다. 퇴근 후에 달리다가 5km도 채 못 마치고 중간에 중단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정비해야 한다.


풀코스를 달리겠다는 마음을 먹은 때, 마라톤 운동화를 처음 신었던 때, 20km 2시간을 달렸을 때 등 지난 나의 기록을 되새기고 새롭게 도모해야 한다. 스트레칭과 달리기는 물론 몸관리와 먹는 것에도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달릴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준비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도전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복한 러너'가 되는 것이 아닐까? 풀코스를 훌륭한 성적으로 달리더라도, 다치고 아파서 더 이상 달리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불편한데 남보다 앞서 달리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행복한 달리기는 무엇일까? 좀 더 달려봐야겠다. 그러기 위해 다시 정비하려는 것이다. 


날이 더워졌다. 핑계는 집어넣고, 또 달려보자!

오늘은 좀 달렸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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