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에 기상알람이 울리면, 5분 정도 침대 속을 파고들다가 "에잇!" 하며 거실로 튀어나온다.
옅은 간접 백열등을 켜서 거실에 온기를 불어놓는 동안 욕실에서 치카치카와 면도를 한다. 다시 방문한 거실에는 항상 요가매트가 깔려있다. 아침을 깨우고 받아들이고, 아침을 받아들이기 위한 나만의 의식이 시작된다.
스트레칭, 런지, 플랭크 등 그때그때 내 컨디션이 이끄는 대로 몸을 풀면 20분 정도가 흐른다. 다시 욕실에서 샤워를 마치면 다시 거실을 찾아 머리를 말리고, 이것저것 찍어 바르고, 미리 준비해 둔 출근복을 챙겨입는다.
5:25 집을 나서기까지, 거실은 내가 오늘을 시작하기 위한 분장실이고, 트레이닝룸이며, 무기저장소다.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돌아온 후에 맞이한 거실은 하루종일 찾아 헤맨 안락함, 그 자체이다.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마친 후에는 거실 테이블에 깔린 책과 신문 등을 찾아 읽는 것이 그 안락함을 만끽하는 루틴의 시작이다. 이 책 저 책을 기웃거리거나, 그게 지겨우면 이어폰에 정신을 맡기고 유튜브의 바다를 떠다니기도 한다.
혹시, 낮시간 동안의 빡빡함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무겁게 내려앉으면, 거실 한편에 버티고 있는 1인 소파의 소유권을 주장하게 된다.
검붉은 빛이 강렬한 소파는 멀리서 보면 이 거실의 주인처럼 보인다. 그 위세를 누르기 위해서라도 자주 이용해줘야 한다. 그런데 이 소파를 정상적으로 앉아서 이용하는 사람은 우리 집에 없다. 아니, 거의 없다.
팔걸이를 다리걸이로 삼아 소파가 아닌 2/3인용 침대로 사용한다. 너무도 편하다. 그 편안함을 이렇게 글로 표현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이다.
이렇게 거실은 나의 신체활동과 휴식 그리고 창작활동의 본거지다.
얼마 전에 이 거실에 식구가 생겼다. 여기저기서 관심받지 못하던 화분 세 개를 들여왔더니, 아기자기함이 더해졌다.
침실인 듯 온실인 듯, 도서실인 듯 체육관인 듯.. 그 정체가 모호한 이곳이 나의 가장 편한 휴식처인 거실이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