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2
목표한 거리를 완주하는 것을 막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나의 경우에).
첫 번째, 너무 빨리 팔딱이는 나의 심장
두 번째, 너무 쉽게 지쳐버리는 나의 다리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똥 멍청이' 같은 허약한 생각이다.
매번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힘차게 출발한다.
아파트 현관을 열고 나옴과 동시에, 스트레칭도 대충 하고, 바닥을 구르고 뛰쳐나가기 일쑤이다. 하지만, 달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숨이 아래턱을 치받을수록, 이제 그만 멈춰야 할 것 같은 이유가 백만 가지는 더 떠오른다. 그러다 보니, 처음 뛰기 시작할 때 마음에 두었던 목표인 한 바퀴, 한 시간 또는 어떤 조건이 무의미해지고, 그 목표를 채우지 못하고 중단하는 것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정말 한심한 똥멍청이 같은 생각이다..'
호수공원을 한 바퀴 달리면 약 4.7km 정도이다. 하지만 뛰다 보면 대략 500m 정도를 남긴 시간부터는 '하.. 힘들다. 이제 그만 뛸까? 어차피 나 혼자 하는 건데.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잖아..'라는 생각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런 생각은 내가 스스로 정한 목표를 포기하게 만드는 주적主敵이다.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기 이전에 나는 이런 '똥 멍청이'같은 생각에 항상 패배했다. 하지만, 2024년 1월 1일 이후 나는 달라졌다.
달리기의 목표가 시간이든 또는 거리든 반드시 내가 세운 목표를 채우고 마쳤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생각하면서 달리다 보니 '어떻게 하면 끝까지 달릴 수 있지?'라는 고민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것은 하프마라톤이 제일 먼 거리였고, 그 과정에서 거의 죽을 뻔했던 기억 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면 풀코스 마라톤을 성공할 수 있을까? 그 고민에 대한 나만의 세 가지 답을 찾았다.
1. 언제 가장 힘이 들까?
달리는 중에 가장 힘이 드는 때는 숨이 막히는 순간이다(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때도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이 '숨을 편하게 쉴 수 있는 방법이 뭘까'라는 자문自問의 답은 바로 '심장'이었다. 심장이 편안해야 달리기를 지속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심장을 편하게 하는 방법을 알기는 쉽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고민 중이다. 그래도 며칠 동안 뛰면서 얻은 나만의 방법은 바로 '심장과 대화하기'였다.
달리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펄떡이는 심장이 나를 찾아온다. '안녕, 나야'
'응, 안녕. 나 바빠'라고 하면서 다리를 휘젓는다.
'그래. 바빠 보이네. 그런데, 나랑 이야기 나누지 않으면 넌 곧 멈춰야 할걸?'
'뭐래??' 무시하며 계속 달린다.
'내가 지치면 넌 자동적으로 서야 해. 그러니 나랑 같이 가야 해~'
'헉!!!'
이 심장이 나의 달리기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달았다. 그리곤 곧 그와 대화를 시작한다.
'이 정도 달리면 괜찮아?'
'응, 괜찮아.'
'이 정도는?'
'아... 좀 힘들어..'
'그래? 속도를 줄일까?'
'응, 그게 좋겠어'
혼자 달리는 시간이지만 나는 심장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매번 이렇게 심장의 말만 듣는 건 아니다. 심장도 단련이 필요하다. 그가 힘들다고, 빨리 속도를 줄이라고 사이렌을 울려도 달려야 할 때는 달린다. 그렇게 나는 심장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4~5시간 동안 어떻게 달려야 하는지를 훈련 중이다.
2. 결국에는 다리가 달려야 한다.
단어 자체가 '달리기'이다. 잘 달리려면 다리가 일을 해줘야 한다.
풀코스 마라톤을 달리는 시간을 4시간이라고 하면, 아침에 출근해서 점심식사시간까지 계속 달린다는 얘긴데.. 과연 그 오랜 시간 동안 나의 다리가 버텨줄까?
마라토너의 다리를 만들기 위한 별도의 운동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다리가 좀 더 편하게 달릴 수 있도록 체중을 줄여주려고 한다. 단 1kg이라도 가벼워진다면 내 다리가 감당해야 할 역할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엄청난 다이어트를 통해 갈비뼈가 '툭툭' 튀어나온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마라토너들처럼 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단지, 내 다리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기 위해서 간헐적 단식을 통해 체중조절과 체질개선을 진행 중이다.
저녁식사 시간을 오후 8시에 마무리하고 다음 날 정오(점심시간)까지는 단식을 하고 있다. 16시간을 굶는 것이다. 워낙 식탐이 많은 까닭에 처음에는 그 시간을 참아내는 것이 힘들었지만 곧 적응이 되었다. 오히려, 일부러 음식을 가리거나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서 더 좋은 점도 있다.
다리, 무릎, 발목!
너희가 버텨줘야 내가 살 수 있다.
나도 노력할게~
3. 달리면 떠오르는 생각들
달리면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얻는 것들이 많다. 그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큰 소득은 오롯이 나만의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달릴 때 이어폰을 끼지 않는다. 그 효과는 머리에 지진이 날 정도로 많은 생각들의 충돌로 나타났다. 업무적인 고민, 집안일, 개인적인 일 등 모든 일이 머릿속에서 솟았다가 꺼지기를 반복한다. 앞서 언급했던 심장과의 대화 그리고 아픈 다리와의 대화도 그렇게 이루어진다. 그만큼 달리는 동안에 할 수 있는 나와의 대화는 무궁무진하다. 사실 이 '마라톤 풀코스 도전기'를 기획한 것도 달리면서 생각한 것이다. 대단하지 않나?
생각의 힘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달리면서 더욱 깨달았다. 달리는 동안에 이렇게 생각에 빠지다 보면 달리면서 생각하는 건지, 생각을 하기 위해 달리는 건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신기하고 경이로운 경험이다.
이렇게 나의 달리기는 계속된다. 42.195km를 정확하게 완주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