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27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20여 년을 넘게 수많은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혹은,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해 몰두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고민과 좌충우돌을 통해 저만의 노하우(Know-how)가 생겼는데요.
일과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 설정, 철저한 계획과 실행 그리고 마무리 등 모든 과정이 중요하죠.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차질 없이 잘 진행되고 완성되기 위해서 조미료 같은 요소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제가 발견한 그 조미료는 바로 '미리 점검(Pre-Check)'입니다.
한 회사에 두 명의 임원이 있었다. A 상무는 젊어서부터 일 잘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부하직원을 통솔하고 진두지휘하는 능력까지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되었다. 반면, B상무는 사람 좋기로 소문이 났다. 일을 딱히 잘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누구를 만나도 '허허'하면서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건네곤 한다. 직원들은 이 두 사람을 두고 누가 전무, 부사장으로 승진할까를 티키타카 하면서도 일 잘하는 A상무의 승승장구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1년 후 B상무는 전무가 되었고, A상무는 계열사로 발령이 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자세한 내용이야 발령을 낸 사장님만이 정확하게 알겠지만, 비서실을 통해 흘러나온 정보는 모두의 뒤통수를 띵하게 만들었다. A상무는 웬만해서는 사장실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완벽히 준비된 건과 잘 마무리된 사업에 대해서만 보고했다. 반면, B상무는 특별히 보고할 일이 없어도 수시로 사장실을 들락거렸다. 그게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
A상무는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고 완성하기까지 사장과 의견 조율을 할 시간이 없었다. 아니, 그럴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계획하고 추진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 사장의 역할은 없었고, 서로 다른 부분을 조정할 수 없었다. 반면, B상무는 업무와 사업은 물론, 개인과 가족 이야기까지도 사장님과 공유하면서 그의 의중을 확인하고 자신의 업무와 회사생활을 조율할 수 있었다. 덕분에, 자신의 오판으로 잘못될뻔한 일들을 미리 방지할 수 있었고, 사장의 큰 그림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신이 사장이라면, 어떤 사람을 승진시키겠는가?
이 이야기를 읽고 "결국 짜웅(!)을 잘해야 된다는 거네!"라고 이야기한다면 당신을 아직도 사회생활에 초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과 조율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의외로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상사와 시간을 보내고 의견조율을 하는 것이 편법(?)인가요?
그런 것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볼 때는, 그 일이 귀찮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는 먼저,
내 의견을 정리해야 하고,
상대방에게 연락해야 하고,
약속 시간을 조율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업무가 아닌 이야기도 하면서)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죠.
비대면 커뮤니케이터가 활성화된 요즘은
이런 과정이 더욱 귀찮고 힘들게 생각됩니다.
그 빵빵한 스펙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사회생활을 어려워하는 것도 이런 전 때문이겠지요?
'일을 한다는 것'은 '상대를 설득'하는 것입니다.
상대를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귀찮으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겪은 많은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하면 좋고 안 하면 말고' 식으로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설득'은 고난도의 업무 스킬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가르치는 회사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각자가 알아서 터득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설득의 기본적인 스킬은 '자주 접촉'하는 것입니다. 설득의 상대를 정하고 계속해서 두드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모든 과정이 귀찮게 받아들여지면 안 됩니다. 먼저 연락하고, 미리 확인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보내고 받아야 합니다. 이 지루한 과정이 반복되고 누적되어야 비로소 '설득'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위 두 상무의 이야기에서 B상무가 사장실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것도, 그가 '귀차니즘' 환자였다면 결코 할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그 목적이 승진을 위한 아부였는지, 업무적 조율이었는지는 결과만이 알려주겠지요.
사실, 직장에서 '설득'을 요하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진행되는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일들도 타이밍을 놓치면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적시에 적소에 일을 맞추기 위해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도 '귀찮음'입니다.
여러분은 이 블랙홀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알아서 되겠지.."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알아서 되는 일은 없습니다.
심지어, 오늘 점심 식사 메뉴를 고르는 것조차 말이죠...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직장인 #잔소리 #귀차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