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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선생 Sep 01. 2024

모든 문제의 시작은 '귀차니즘'이다.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27

아일랜드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조지 버나드쇼(George Bernard Shaw)는 당대 최고의 극작가이면서  소설가, 저널리스트 그리고 평론가로서 엄청난 활동을 펼친 인물입니다. 또한, 타고난 달변을 이용한 웅변가로서는 물론, 정치 분야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펼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그의 묘비명에 이렇게 적혀있다고 합니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아니, '세계 1등' 상까지 받은 사람이 '우물쭈물'살았다니요.. 여러분은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의 노력에 비해 더 좋은 성과가 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상황을 맞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직장 생활이 꼭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곤 하는데요. 


20여 년을 넘게 수많은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혹은,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해 몰두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고민과 좌충우돌을 통해 저만의 노하우(Know-how)가 생겼는데요. 


일과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 설정, 철저한 계획과 실행 그리고 마무리 등 모든 과정이 중요하죠.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차질 없이 잘 진행되고 완성되기 위해서 조미료 같은 요소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제가 발견한 그 조미료는 바로 '미리 점검(Pre-Check)'입니다. 


한 회사에 두 명의 임원이 있었다. A 상무는 젊어서부터 일 잘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부하직원을 통솔하고 진두지휘하는 능력까지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되었다. 반면, B상무는 사람 좋기로 소문이 났다. 일을 딱히 잘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누구를 만나도 '허허'하면서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건네곤 한다. 직원들은 이 두 사람을 두고 누가 전무, 부사장으로 승진할까를 티키타카 하면서도 일 잘하는 A상무의 승승장구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1년 후 B상무는 전무가 되었고, A상무는 계열사로 발령이 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자세한 내용이야 발령을 낸 사장님만이 정확하게 알겠지만, 비서실을 통해 흘러나온 정보는 모두의 뒤통수를 띵하게 만들었다. A상무는 웬만해서는 사장실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완벽히 준비된 건과 잘 마무리된 사업에 대해서만 보고했다. 반면, B상무는 특별히 보고할 일이 없어도 수시로 사장실을 들락거렸다. 그게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

A상무는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고 완성하기까지 사장과 의견 조율을 할 시간이 없었다. 아니, 그럴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계획하고 추진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 사장의 역할은 없었고, 서로 다른 부분을 조정할 수 없었다. 반면, B상무는 업무와 사업은 물론, 개인과 가족 이야기까지도 사장님과 공유하면서 그의 의중을 확인하고 자신의 업무와 회사생활을 조율할 수 있었다. 덕분에, 자신의 오판으로 잘못될뻔한 일들을 미리 방지할 수 있었고, 사장의 큰 그림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신이 사장이라면, 어떤 사람을 승진시키겠는가?

이 이야기를 읽고 "결국 짜웅(!)을 잘해야 된다는 거네!"라고 이야기한다면 당신을 아직도 사회생활에 초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과 조율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의외로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상사와 시간을 보내고 의견조율을 하는 것이 편법(?)인가요?


그런 것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볼 때는, 그 일이 귀찮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는 먼저,

내 의견을 정리해야 하고,

상대방에게 연락해야 하고,

약속 시간을 조율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업무가 아닌 이야기도 하면서)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죠.

비대면 커뮤니케이터가 활성화된 요즘은

이런 과정이 더욱 귀찮고 힘들게 생각됩니다. 


빵빵한 스펙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사회생활을 어려워하는 것도 이런 전 때문이겠지요? 


'일을 한다는 것'은 '상대를 설득'하는 것입니다. 

상대를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귀찮으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겪은 많은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하면 좋고 안 하면 말고' 식으로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설득'은 고난도의 업무 스킬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가르치는 회사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각자가 알아서 터득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득의 기본적인 스킬은 '자주 접촉'하는 것입니다. 설득의 상대를 정하고 계속해서 두드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모든 과정이 귀찮게 받아들여지면 안 됩니다. 먼저 연락하고, 미리 확인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보내고 받아야 합니다. 이 지루한 과정이 반복되고 누적되어야 비로소 '설득'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위 두 상무의 이야기에서 B상무가 사장실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것도, 그가 '귀차니즘' 환자였다면 결코 할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그 목적이 승진을 위한 아부였는지, 업무적 조율이었는지는 결과만이 알려주겠지요.


사실, 직장에서 '설득'을 요하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진행되는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일들도 타이밍을 놓치면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적시에 적소에 일을 맞추기 위해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도 '귀찮음'입니다. 


여러분은 이 블랙홀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알아서 되겠지.."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알아서 되는 일은 없습니다. 

심지어, 오늘 점심 식사 메뉴를 고르는 것조차 말이죠...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직장인 #잔소리 #귀차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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