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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시야 서새이 Nov 29. 2023

당신에게  '24시간' 남았다면~

나에게 24시간만 주어진다면 너는 뭘하고 싶니? 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독감 후유증으로 입원한 상황에서 이런 질문을 접하게 되자 마음이 무겁다.


입원 치료 효과는 좋은 편이다. 지금은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이 좋아져 의사선생님께 자꾸 떼를 쓴다. 하루 빨리 퇴원 시켜 달라고. 의사선생님은 요지부동이다.  


나에게 남은 시간이 24시간이라면 '신향아 뭘 하고 싶니?'  '소고기국에 겉절이 김치가 먹고 싶어' 그 생각에 당황했다. 많고 많은 음식과 일 중에 왜 그것이 먹고 싶을까? 물론 입원 중이라 짜여진 음식이 나오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어 소화가 되지 않아 죽을 먹고 있다. 밥을 먹고 싶어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이유는 아버지다.  저희 아버지는 저를 보고 "아빠 딸"이라고 하시며 가끔 농담반 진담으로 "너희 집에 놀러 가면 소고기국 끊여 줄거야?"라고 하셨다. "소고기국 끊여 드리지요." 나는 아버지의 사랑을 참 많이 받고 자랐다. 그 사랑으로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다. 나에게 소고기국은 아버지를 생각하게 하는 추억의 음식이기에 아프고 힘들 때 생각한 것이다.


퇴원하고 일상으로 복귀하고. 24시간 체험 계획을 세웠다. 가장 고민한 것은 평일에 할 것인지 주말에 할 것인지였다.  평일 그것도 월요일이 가장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왜 평일에 하는 것이 좋을까? 일상이 주는 선물을 받고 싶었다. 입원 2주는 일상이 무너졌고 주말에 쉬고 난 월요일이 가장 평범한 일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4시간 체험을 시작하다.

아침에 눈을 떴다. 평소하는대로 하나님께 하루 주심에 감사하고 도움을 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 후 소고기국과 겉절이 김치를 먹으며 행복의 미소가 발사되었다. 소고기국에 있는 허물허물한 무우의 그 느낌이 좋고 감칠맛이 끝내주었다. 겉절이 김치의 아삭함이 묻어나와 입안의 축제가 벌어졌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져 감사할 뿐이다.


화장실에서 변을 보고 물을 내리는 것과 샤워를 하고 나온 그 개운함은 정말 좋다. 너무나 당연한 일상인데 말이다. 입원 했을 때 대변을 보려면 7명이 함께 한 호실을 사용하였다. 변기는 하나다. 언제 노크를 할 지 몰라서. 입원 병동이 없는 다른 층에 변기가 3개가 있다. 그곳만이 나의 유일한 곳이다. 또 씻지도 못했다. 샤워실이 하나 있긴하나 그 병동 전체가 사용하고 요양보호사까지 모두 사용하는 샤워실에 감히 들어가 샤워를 한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기도 하고 링거 꼽고 있다는 아주 큰 핑계가 있었다.


가방을 둘러매고 출근하였다. 방역을 한 상황이라 아침부터 청소로 시작헸다. 아이들 만나 도란도란 얘기하고 웃고 밥 먹여주고 화장실  따라 가고 우리 동네 산책 가서 빨강색 열매를 주워 와 "선생님 화단에 심으면 꽃도 피고 열매도 열리죠."라며 화단에 빨강색 열매를 심겠다고 야단이다. 그런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은 살아있는 느낌이다. 입원하고 외출한 적이 있었다. 우리 반 아이 중 저를 보고 활짝 웃으며 박수 즉 물개 박수를 치는 그 아이의 표정과 다른 영아는 "엄마, 예쁜 송신향 선생님은 언제 와"라고 물었다고 전해 들었다.


퇴근하며 소고기국를 생각나게 하신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더니 안 받으신다. 통화가 되지 않아 속상한 마음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좋다.  

가족이 함께 모여 하루 있었던 얘기 나눌 때 우리 딸은 직장 상사가 김밥을 먹자고 하였는데 김밥이 정말 크고 맛있어 행복의 미소를 발산하자. "김밥만 좋아하지 말고 나도 좋아 해 줘요."라고 하신단다. 딸과 함께 깔깔 웃었다.


24시간을 정리하며 감사일기를 쓰고 나만의 루틴을 한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며 자려는데 조용히 잠 들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입원실에는 간호사님이 수시로 드나들고 화장실을 오가는 환자들과 코 고는 소리, 복도를 오가는 소리, 어르신 중에 밤에 집에 가자고 하는 환자분도 계셨다.


환자분 중에 우리 "우리 엄마는 목욕하시고 머리까지 감으시고 일주일 못 드시더니 깨끗하게 가셨다."라고 여러번 말씀하셨다. 그 환자분은 어머님께서 깨끗하게 가셨다고 강조하셨을까? 그 이유는 어머님이 보고 싶다는 말이 아닐까?


24시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하루를 보냈다. 일상이 주는 선물과 같은 시간을 누리며 말이다. 그런데 24시간이 지나고 생각한다. 그 시간을 매일 누리며 살고 싶다. 나에게 하루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하자. 내 삶의 무게가 때로는 버겹고 아프고 힘들어도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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