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향이는 내 거야"라는 고백 들으며 드는 생각이 뭘까요? "연애 하세요."라는 말 일 것이다. "네 연애합니다." "누구와 연애 중이시죠?" 네 지금부터 공개하도록 할게요.
3월은 신학기이고 1학기 부모 면담이 있다. 이번 주 부모 면담이 있어 바쁘게 지내고 있는 중이다. 다른 반 선생님께서 부모 면담이라서 영아반 오후 보육하고 나와 교무실에서 작년에 담임 한 한글이 어머님을 만났다. 한글이 어머님께서도 부모 면담하러 오신 거다. 일정이 빨리 끝나서 조금 일찍 오셨다고 하시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한글이 어머님 "우리 한글이가 신향이는 내 거야. 주말에는 신향이는 뭐 하고 있을까?라고 물어요." 하고 말씀하셔서 교무실에 계시든 원장님과 저도 웃으며 "어머님 하는 말 같기도 하고 "말 끝을 흐렸다..
한글이 어머님은 평소에 정말 말씀을 재미있게 하시는 분이다. 아버님과 알콩달콩 재미나게 사시며 재미있는 표현도 잘하시는 분이시다.
한글이는 평소에 공룡을 좋아하고 호불호가 있는 친구다. 등원하면 좀 안아 주고받아주어 기분이 평안해질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하는 친구다. 그리고 나면 깔깔 웃으며 노는 친구다.
어떤 친구는 교사와 상관없이 노는 자체가 즐거워 오자마자 가방도 벗기 전에 자동차 만지기 바쁜 친구도 있다. 어떤 친구는 구두 신고 머리에 빨강 털모자 쓰고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어떤 친구는 교구장 하나를 독차지하고 노는 친구도 있고, 제일 재미있는 친구는 키보드판에 벽돌 블록 두 개를 쌓고 마우스를 옆에 두고 한 손에는 휴대폰 전화기를 귀에 대고 한쪽 팔로 고정하며 키보드판을 두드리는 친구다.
아이마다 각자 재미있게 노는 놀이가 다르고 좋아하는 성향이 다르지만 저마다 이유가 있고 즐겁게 놀려고 한다.
저랑 있을 때에는 행복했으면 한다. 물론 행복하다는 말에 혹 오해 하실까 봐 말씀드리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 뻇아 하면 행복할까요? 아니에요. 가끔 부모님 중에 "얘아 동생 좀 줘라. 동생 하고 싶다고 하잖아, 너는 착하지"라고 하는데 동생 주지 않으면 나쁜 아이인가요?라고 묻고 싶다.
그럴 때에는 "하고 싶었어? 친구한테 빌려줄래라고 말하면 돼"라고 함께 말해 보는 거예요. 친구에게는 "하고 빌려 줘"라고 말하고 "우리는 친구하고 줄 때까지 기다리면 돼" 다른 놀이하면서 기다리는 거예요. 그래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어요. 어떤 친구는 빨리 하고 주고 어떤 친구는 늦게 줄 수도 있답니다.
한글이가 저랑 있을 때에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고 한글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줄 몰랐다. 특히 주말에 나를 생각했다는 것이 참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저는 태어나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고백을 받은 것이다. 연애할 때도 남편으로부터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내 나이 50대에 그런 말을 들을 들을 수 있다니.... 그것도 우리 아이에게서 말이다.
보육교사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느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뿌듯하다.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동안 행복한 아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아이, 기다릴 줄 아는 아이로 잘 자랐으면 좋겠다.
물론 "신향이는 내 거야"라는 고백도 들었으면 좋겠지만 너무 욕심부리면 안 되겠죠. 한번 들은 고백으로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