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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시야 서새이 Nov 24. 2024

미용실에  있었던 일

주말 아침밥을 먹고 뒹굴뒹굴거리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간 곳이 미용실이다. 두세 달 전부터 가야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갔다.


파마하려 간 미용실은 벌써 몇 년째 단골 미용실로 내 스타일을 알고 계신다. 가격도 저렴하고 머리 손질도 잘하신다. 무엇보다 머리카락이 생했다면 뭘 자꾸 하자고 귀찮게 하지 않으셔서 좋다.


미용실에 도착하여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늦은 점심 식사를 하시려고 준비 중이다.

미용사 "정말 오랜만에 오셨어요? "

"식사하시네요. 어서 드세요."

미용사 "급하면 먼저 해 드릴까요?" "

"식사하고 해도 됩니다. 어서 드세요." 핸드폰 보며 잠깐 놀고 있었다.


미용사 "어떻게 해 드릴까요?"

"굵게 파마 해 주시고 머리 길이는 잘라 주세요."

미용사 "단발에 층을 내어야겠어요." 호호호


미용사의 움직임에 따라 싸르르 싹둑하는 소리가 연신 나더니 머리를 말고 있었다.

미용실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왔어요." 70대 중년의 어르신이다.

"요즘 시험 공부하고 있어 참다 참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왔어요. "

미용사 "무슨 공부하세요."

"요양보호사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미용사 "그러시구나."

어르신 "아침에 일어나 공부하고 저녁에 공부하는데 재가 복지는 너무 어려워서 시험 치면 거기에서 자꾸 틀려요."

제가 "문제 풀이 위주로 공부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두 권을 구입하여 한 권을 다 풀고 난 후에 다시 풀어보세요. 문제 유형을 파악하셔서 푸시는 것이 좋아요. "

"그런데 우리는 문제지 안 주던데.... 내일 가서 한번 물어봐야겠다."


70대 중년 어르신께서 "내가 왜 여기에 나와 시험을 치겠어요. 여기는 동생이 있는데....

어르신의 삶을 쏟아내셨다.

종손 중에 종손으로 한 달에 두세 번 제사를 지내고 자녀들은 간호사와 치공사다. 언니가 간호사로 외국에 나가 근무하다가 형부를 만나 지금 외국에서 살고 있는 언니 도움을 받아 나왔다고 하신다.

결혼을 하고 보니 시누 5명에 증조할머니까지 모시고 3년 전까지 시부모님 병시중 들었어. 이제 내 할 일 다 했어. 이제 도저히 남편과 살 수 없어 영양에서 나왔어.  시험 쳐서 요양보호사가 되면 아파트 하나 사서 지낼 생각. 시댁은 집이 부자였는데 남편이 돈을 다 말아먹고 지금은 영양에서 밭을 사서 일하고 있어. 이 여자 저 여자 데리고 다니며 놀고 나는 대문 밖에도 못 나가고 살았어. 남편이 여기 찾아오면 밥은 주겠지만 함께 살고 싶지는 않고 남편이 뭘 잘못했는지 몰라. 내가 뭔 말하면 다 부수었어. 내가 받은 수모를 어떻게 말할 수가 없어.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고 있었어. 어르신이 자신을 가리켜 "덩신 같았어." 이제 혼자 살면서 몇 년이라도 나도 자유롭게 살아보려고 나왔어.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그분을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지금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을 재물 삼아 살고 싶지 않겠다는 모습이 보였다.


황혼 이혼율이 높다는 말을 들었지만 직접 만나보면서 할 말이 없었다. 이혼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함께는 살고 싶지는 않단다. 

딸은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아 아빠한테 전화 한 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모든 말을 들으며 아 ~ 우리 삶에 현실이 이렇구나.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한 사람으로 구속과 자유의 중립이 절실히 필요하구나.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의문이 든다. 

그분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생 많으셨어요. 말이다. 인간다운 삶. 자유로워지고 싶어 나왔다는 그 어르신의 말을 들으며. 자유로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사람은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일까?

그건 누가 선택하는 걸까?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의 가치는 무엇일까?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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